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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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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망코 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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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그가 누군지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군요. 이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 병사의 이야기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보압딜과 그의 군대가 산속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얘기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아버지들에게서 들어 온 옛날옛적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들이었 거든요.

사람들은 그 병사가 말한 동굴을 찾아 태양의 산으로 올라가 깊이 모를 어두운 구덩이를 발견하고 들여다 보곤 했답니다. 지금도 그곳은 보압딜의 지하 거주지 입구로 알려져 있지요.

그 병사는 사람들 사이에 날로 인기가 높아졌어요. 히스파냐에서는 산적의 존재조차 하층민들에겐 기사도적인 인물로 보였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늙은 망코 읍장의 독단적인 조치에 불만을 터뜨리며, 그 포로를 순교자로 여기게끔 된 거에요.

그런데다 이 친구는 명랑하고 익살스러운 데가 있어서, 갇혀있는 창가에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농담을 던지고 여성들에게는 부드러운 말씨를 건네곤 하질 않겠어요? 또 어디서 낡은 기타까지 구해 들여 창가에 앉아 이웃 여인들에게 민요풍의 사랑 노래까지 불러대는 거에요. 여인들은 저녁이면 그 창문 앞의 산책로에 모여들어 그 노래에 맞추어 볼레로 춤까지 추고요.

 

읍장님을 모시고 있는 새침 떼기 소녀도, 검게 그을은 병사의 얼굴에 찡긋 보내는 미소가 더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했어요. 애초부터 그의 이상스런 운명에 깊은 동정심을 지니고 읍장의 마음을 돌이켜보려다 실패한 이 마음씨 따뜻한 소녀는, 자기가 몰래 그의 가혹한 처지를 덜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소녀는 매일같이 읍장님의 식탁에서 주운 빵 부스러기나 치즈, 말라가 산의 향기로운 포도주까지 따라다 주는군요.

늙은 읍장님의 성채에서 이러한 작은 배신이 일어나고 있는 한편, 성채 밖에선 전쟁전야의 폭풍이 불고 있었답니다. 도둑으로 잡힌 인물에게서 나온 황금 보석이 든 주머니를 둘러싸고, 그 상황이 잔뜩 불려진 채 온 그라나다에 퍼진 거에요.

분쟁은 갈수록 치열해졌어요. 읍장님의 정적인 그라나다 총독은 그 죄수가 붙잡힌 곳이 알함브라의 관할구역 밖이며, 그 지역은 총독의 지배권 안에 있으므로, 그 죄수를 베르밀리온 탑에서 그라나다 시로 인계할 군사를 보내겠다고 위협하고, 종교재판장은 종교재판소의 포리들을 파견하겠다고 법석을 떨고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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