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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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망코 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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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저는 말씀 드린대로 한낱 병사입니다. 힘든 복무기간을 마치고 안달루시아에 있는 저의 고향마을로 길을 떠났습지요. 어제 저녁에 옛 카스티야 평원을 지나갈 때 해가 지더군요.”

“닥쳐라.” 읍장이 갑자기 소리쳤어요. “무슨 소리? 옛 카스티야는 여기서 이삼백 마일이나 떨어진 곳이 아니냐?”

“그렇습니다만, 제가 나리께 괴이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고 한 기이한 이야기들은 모두가 사실이랍니다. 조금만 참고 들어주시면 나리도 그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죄인은 계속해 말하라.” 읍장은 그의 구레나룻을 양 옆으로 꼬아 올리며 말했어요.

“해가 떨어지자 밤을 지낼만한 잠자리를 찾으려고 사방 둘러보아도 집 한 채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들판에 맨바닥을 침대 삼고 배낭을 베개 삼아 잠자리를 만들려고 했지요. 몇 마일을 터벅터벅 걸어가자 깊은 계곡 위로 다리가 놓여있는데, 그 아래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습지요.

다리 끝에 무어식 탑이 하나 서 있는데, 꼭대기는 폐허같은데 지하실은 멀쩡하더군요. 쉬어가기 알맞다 생각하고, 물가로 내려가 깨끗하고 단 물을 양껏 마셨습죠. 주머니에서 저의 전 재산인 양파 한 개와 딱딱한 빵 조각을 꺼내어 물가에 있는 돌 위에 앉아 저녁 참으로 때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토굴에서 밤을 지낼 작정이었는데, 그런 곳이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병사에게 최고의 숙소가 되리란 건 읍장님 같은 노병께서 짐작하고도 남으실 겁니다.”

“내 젊은 시절엔 그보다 더 한 것도 기꺼이 견디어냈지.” 읍장은 손수건을 다시 칼 손잡이에 끼워 넣으며 말했어요.

“조용히 빵 조각을 씹고 있는데 말씀이에요. 지하토굴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질 않겠어요? 귀를 기울여 보니까 말발굽 소리가 나는 거에요. 그러더니 물가에서 가까운 탑의 지하통로에 한 남자가 힘센 말을 고삐를 잡아 끌고 나오더군요.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곳에 폐허가 된 탑에서 어슬렁거리는 그 사람이 수상하기만 했어요. 나 같은 나그네가 아니라면 도둑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어쩌겠어요? 저에겐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걸 하늘과 가난한 내 주머니에 감사하고는 조용히 앉아 빵 조각이나 우물거리고 있을 밖에요. 그 사람은 내가 앉아 있는 물가 가까이 말을 끌고 왔기에 얼굴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답니다. 별빛 아래 서 있는 그는 놀랍게도 무어인 복장을 하고 강철 흉갑을 두르고 머리에 꼭 맞는 반짝이는 투구를 쓰고 있더군요. 그가 끌고 온 말도 무어식 마구를 갖추었어요. 그가 말을 물가로 끌고 가자 말은 눈까지 잠기도록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배가 터지게 물을 마셔대는군요.‘동무, 당신이 타고온 말이 물을 아주 많이 마시는군요. 말이 주둥이를 물 속에 용감하게 처박고 마시는 건 좋은 징조랍니다.’하고 내가 말을 걸었더니, ‘이 녀석이 물을 많이 마실 만도 하지요. 물을 마셔본 게 일년이나 되니까요.’ ‘ 맙소사, 내가 아프리카에서 본 낙타들도 버티기 어려웠겠네요. 보아하니, 당신도 병사 같아 보이는데, 이리 와서 군수식량을 함께 나누지 않겠소?’ 사실이지 저도 그 쓸쓸한 벌판에서 동행이 그리운 터라 이교도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이었어요. 나리도 아시다시피 병사는 전쟁터가 아닌 곳에선 다 동지들이 아니겠습니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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