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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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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망코 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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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깊이 모를 내 혼의 잠심이 깃든 듯, 알함브라 성 안에서 가장 영혼의 안식을 느끼게 하는 곳, 그것은 바로 코마레궁 뜰에 낮은 관목으로 둘러싸인 긴 연못가에서다.

아라비안 특유의 대칭구조로 지은 이 궁전의 누각이 그 못에 다 비쳐도, 사람들이 연못가를 바람처럼 지나가도 끄떡도 않는 것을 보면, 이 코마레궁 내벽에 아름답게 목각해 넣은 시인 이벤의 싯구, ‘오직 신만이 승리하리라’는 구절처럼, 오직 신만이 움직이게 하는 마술이 걸려있는지도 모른다.

코마레궁 안엔 대사의 방이 있고, 왕은 이 방에서 국가 행정을 처리하며, 각국의 외교사절들을 맞아 들였다. 이층에 황금빛으로 장식한 화려한 쌍둥이 무지개 창문이 남쪽으로 난 방에서 다로 강을 내다보며 성밖에 있는 알바이친 마을을 감독하기도 했다.

코마레궁 서편 끝에 왕녀의 탑, 포로의 탑, 칠층 탑 등이 이어서 있는 수조광장 부근은 알함브라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 고지대는 깎아지른 낭떠러지로 둘러싸여 사람들은 그곳에서 멀리 보이는 한적한 산을 태양의 산이라고 불렀다.

더 멀리 네바다 산맥이 보이는데도 그보다 낮은 산에 태양이 머무는 것에 신성을 느낀 것 같다. 그 태양의 산자락을 구불구불 돌아 드는 하얀 신작로로 오늘의 주인공인 한 고참병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천마 같은 페가수스를 타고 태양의 산에서 느닷없이 알함브라성에 들어선다. 사람들은 놀라고, 이 수상한 병사는 붙잡혀 망코 읍장이 심문하는데 그 자리가 바로 코마레궁의 한 방이다.

사도 요한이 쓴 묵시록에, ‘신의’와 ‘진실’이란 이름을 가진 심판자가 탄 신비스런 ‘흰말’이 있는가 하면, 오늘의 주인공인 고참병이 타고 온 말은 중국 삼국시대에 관운장이 탔던 적토마에 페가수스의 위력을 합성한 것 같아 보인다.

이제, 옛날 옛적에 알함브라의 전쟁터에서 한 쪽 팔을 잃은 용감한 전사가 읍장이 되어 알함브라를 다스리던 때의 “망코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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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외팔이, 망코 읍장님은 알함브라 성안에 주둔하고 있는 수비군대의 위력을 과시하면서도, 그의 요새가 부랑자와 밀수입자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난에 심기가 불편해졌어요. 그래서 어느 날 알함브라 성채와 성밖 언덕배기에 벌집같이 들어 선 집시들의 동굴에서 부랑자를 모두 내 쫓아버렸지요. 병사들을 거리마다 풀어 놓아 순찰하다가 수상한 사람을 보면 잡아들이게 명을 내렸고요.

그러던 어느 여름날 아침이었어요. 늙은 상등병과 나팔수와 병사 두 명으로 구성된 순찰대가 태양의 산에서 내려오는 길 목, 헤네랄리페 정원 담 밑에 앉아 있는데, 요란한 말발굽소리와 곡조도 안 맞는 옛날 군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상등병은 한적한 산 위에서 낯선 병사가 다 떨어진 보병 군복에 화려한 무어 장식이 달린 아라비아 군마를 이끌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그를 불러 세웠어요.

“게 가는 게 누구냐?”

“친구요.”

“뭐 하는 아무개냐?”

“전쟁터에서 갓 돌아온 병사요. 지닌 거라곤 찌그러진 갓과 텅 빈 지갑뿐인 가난한 병사라오.”

그 병사는 장난기 서린 눈빛으로 이번엔 자신이 질문할 차례란 듯 묻기 시작했어요.

“말씀 좀 물어도 될까요? 이 언덕 아래 보이는 저 도시이름이 무언가요?”

“이 도시 이름이 뭐냐고? 허, 고이한지고. 태양의 산에서 어슬렁거리며 내려 온 작자가 우리의 위대한 도시 그라나다의 이름을 묻다니!” 나팔수가 꽥 소리 쳤어요.

“그라나다라구요? 오, 성모님이시여, 이게 꿈인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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