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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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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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육신의 딸이여, 무엇이 너를 그리도 괴롭히는지? 왜 너의 눈물은 분수를 흔들어 놓고, 너의 한숨과 비탄은 고요한 밤의 수호자를 어지럽히는지 말해보렴.”

“제가 우는 건 한 남자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고, 제가 한탄하는 건 쓸쓸하게 버려진 제 신세가 서러워서랍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 너의 슬픔도 끝날 날이 올 터이니. 네 앞에 서 있는 이 무어왕의 공주를 보렴. 너처럼 사랑 때문에 불행했단다.

너의 조상이기도 한 그리스도인 기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아 그의 고향으로 그리고 그의 교회의 품으로 데려가려고 했었지.

나는 마음 속으론 그이를 따라 개종했건만, 내 믿음과 아우르는 용기를 갖지 못해 끝내 망설였단다. 그때 사악한 악령들이 나를 사로 잡았고, 나는 순수한 그리스도인이 내 마법을 풀어 주는 날까지 이 탑에 갇혀있게 된 거란다. 네가 그 일을 해결해줄 수 있겠니?”

“그러믄요, 꼭 하겠어요.” 하신타가 떨리는 소리로 대답했어요.

“그럼, 두려워 말고 이리 오렴. 너의 두 손을 이 분수에 담갔다가 그 물을 내게 뿌려다오. 너의 신앙의 방식을 따라 내게 세례를 베풀어다오. 그러면 마법이 풀리고 고통 받는 내 영혼은 편히 쉬게 된단다.”

소녀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서서 분수에 손을 담가 물을 가득 퍼 올려 그 유령의 창백한 얼굴에 뿌렸어요.

 잠시 후에 그 환영은 말할 수 없이 온화한 웃음을 띄우더니, 은빛 류트를 하신타의 발치에 떨어뜨렸어요. 그리고는 하얀 두 팔을 가슴 위로 모으더니 눈 앞에서 사라졌어요. 물방울 세례만이 연못 속에서 일어난 듯이요.

하신타는 놀라움과 경외감을 안고 분수 가에서 물러나왔어요. 밤새도록 눈을 붙이지 못한 하신타는, 먼동이 트자 모든 일이 불안한 꿈 속의 일 같았어요. 하지만 분수가에 다시 내려가 보니 그 환영의 실체가 사실임을 알겠어요. 분수 옆에 아침 햇빛에 반짝이는 은빛 류트가 놓여 있는 거에요.

하신타는 급히 숙모에게 달려가서 그 동안 일어난 이상한 일들을 모두 얘기하고, 그 이야기가 정말임을 은빛 류트를 보여줌으로써 밝혔어요. 설혹 고상한 숙모님이 의심을 했다고 해도, 하신타가 그 악기를 연주하는 순간에 그 의문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어요.

하신타가 켜는 황홀한 선율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프리데곤다의 가슴을 봄 눈 녹듯이 녹여주었거든요. 초자연적인 선율이 아니고서야 그런 효과를 낼 수가 있겠어요?

그 류트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더해갔어요. 그 탑을 지나가던 길손들은 숨막히게 황홀한 그 음률에 넋을 잃고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답니다. 나무 위에서 노래하던 새들도 저들의 노래를 그치고 마술에 홀린 듯 침묵 속에 귀를 기울였어요.

소문은 금새 퍼져 나가, 그라나다 사람들은 왕녀의 탑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그 하늘스런 음악을 몇 음절이라도 들으려고 알함브라로 몰려들었답니다.

사랑스러운 어린 음유시인은 마침내 그 은신처를 떠나게 됩니다. 그 나라의 부귀와 권력이 높은 사람들이 그녀를 즐겁게 해주려고 그녀에게 영예를 베풀 기회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누가 더 그 류트 연주 기회를 많이 베풀 것인가를 두고 싸우기도 하고요.

하신타가 어디를 가든 감시꾼 숙모가 옆에 붙어 감시하면서 음유시인의 선율에 홀딱 빠진 열렬한 군중들을 위압하고요. 그녀의 신비스런 음율의 힘에 관한 소문이 온 도시로 퍼져나갔어요.

말라가, 세비야, 코르도바의 온 성안이 그녀의 이야기로 들떠있었고, 안달루시아 전역에선 알함브라의 아름다운 음유시인 이야기 말고는 하지도 않을 정도였대요. 사랑의 영감을 받아 마술의 류트를 연주하는데 못 들은척한다면 음악적이고 낭만적인 안달루치안이라고 할 수 없었거든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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