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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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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 이야기(31)-아름다운 세 공주 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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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왕은 살로브레냐 성에서 공주들이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므로 알함브라성에 와서는 더욱 행복하리라 기대했어요. 그렇건만 공주들은 날로 수척하고 침울해져 주위 환경에 탐탁해 하지 않는 것 같아 놀랐어요.

꽃들은 향기를 잃었고, 밤에 우는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소리는 잠을 설치게 할 뿐이었어요. 눈같이 흰 대리석 분수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밤중부터 아침까지 똑-똑-첨벙 떨어지는 물소리는 공주님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 했고요.

  다소 전제적인 왕은 처음엔 화가 났어요. 하지만 딸들이 모두 여성스러워지고 욕망이 생겨나는 시기에 이 곳에 왔음을 떠 올렸어요.

 “공주들도 이젠 어린애들이 아닌 게야. 성숙한 여인이면 흥미를 가질만한 적당한 취미가 필요하겠지” 생각한 왕은 그라나다의 사가틴을 뒤져서 재단사와 은방 세공사와 공예가를 불어모았어요. 공주들에게 비단으로 짠 의상에 캐시미어로 만든 목도리, 진주와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발찌까지 장식품을 만들어 바쳤어요.

 하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3 공주님들이 성에 갇혀 헤네랄리페 연못가의 3 장미꽃들처럼 시들어가고

 

 아름답게 치장한 공주님들이 날이 갈수록 창백해지고 침울하게 늘어져 있고, 병든 채 피지 못하고 줄기에 매달려 고개 숙이고 있는 세 송이의 시든 장미꽃 같았어요.

왕도 지쳤어요. 평상시엔 자신의 판단에 자신이 서서 남의 충고를 구하는 일이 없었지만, “혼기에 이른 세 딸의 변덕스런 마음에 내 예리한 판단마저 흐려지는구나” 하면서, 평생 처음으로 자문을 구하기로 했어요.

  왕이 자문을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똑 소리 나는 카디가 였어요. “카디가, 그대가 세상에서 가장 분별력 있고, 신의가 있는 사람임을 알고 있소. 그래서 내 딸들을 계속해서 맡겨두는 바요. 지금 공주들에게 덮친 알 수 없는 병의 증세가 무언지 알아내서, 내 딸들이 건강과 활기를 되찾을 방법을 알아 내주면 좋겠소.”

 카디가는 무조건 명령에 따르기로 했어요. 실은 공주들의 해괴한 병의 원인을 공주들 자신보다 더 잘 꾀어 알고 있었거든요. 공주들과 함께 기거하면서, 공주들이 자신을 신뢰하게 만드는 일이 급선무였어요.

 “사랑스런 공주님들, 없는 게 없이 다 갖춘 이 아름다운 궁전에서, 공주님들을 우울하고 침울하게 만드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공주님들은 실내를 멍하니 둘러보고 한숨만 지었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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