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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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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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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왕자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왕자는 그 놀라운 조언자의 안내로 톨레도 성 밖에 솟아 있는 바위절벽들 중 가장 험하고 으슥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동굴을 찾아냈어요. 영원히 닳지 않는 기름으로 불을 밝힌 침침한 등잔불이 동굴 안에 장엄하게 비추고 있었지요.

 

동굴 한 가운에 무쇠탁자에 마법의 갑옷이 놓여 있고, 창은 탁자에 기대어 있고, 그 옆에 화려한 성장을 한 아라비아의 군마가 동상처럼 꼼짝도 않고 서 있네요. 아하메드 왕자가 그 목에 손을 얹자 말은 발을 구르며 동굴이 떠나가게 환호의 울음소리를 내는군요. 그리하여 ‘말과 갑옷’을 충분히 갖춘 왕자는 다가오는 마상시합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페가수스같이 뛰는 마법의 군마

 

운명의 아침이 밝아왔어요. 톨레도의 절벽으로 된 성벽엔 시합에 참가할 사람의 명단을 만들고 있었고, 경기장과 구경꾼이 모이는 관람석엔 화려한 태피스트리와 비단 차양이 덮여 햇빛을 가리고 있었지요.

 

알데곤다 공주가 왕족이 앉는 관람대에 나타나자, 그녀의 뛰어난 미모와 매력에 감탄하는 웅성거림이 군중 사이에 퍼져나갔어요. 공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만 믿고 그녀를 신부로 맞으려고 시합에 나선 왕자들은 승부욕이 더 치솟았고요.

 

하지만 공주는 근심이 가득해 보였어요. 초조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깃털 단 기사들 사이를 두리번거렸어요. 시작하는 나팔을 불려고 할 때, 한 전령이 낯선 기사의 도착을 알리며 아하메드가 말을 타고 경기장에 들어섰어요.

 

그는 터번 위에 보석이 박힌 투구를 쓰고 황금 빛 흉갑에 모로코의 장인들이 만든 언월도와 단도가 불꽃처럼 빛을 냈어요. 어깨엔 둥근 방패가 걸려 있고, 손에는 마법의 창이 들려있고요. 화려하게 성장한 그의 아라비아 군마는 경기장을 순식간에 압도 했어요.

 

왕자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사랑의 순례자’라는 그의 별명이 호명되자 관중석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들 사이에 동요와 흥분의 물결이 일고요.

 

그런데 아하메드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고 하자 거절 당하고 맙니다. 왕자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경기라는 겁니다. 그가 이름과 지위를 밝히자, 더 안될 말이라며, 무슬림이 그리스도인 공주가 상으로 걸려있는 이 시합에 참가할 수 없다는 거에요.

 

경쟁자들이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그를 에워싸는군요. 그 중에 체구가 장대 같고 무례한 한 왕자가 아하메드의 작고 미숙한 체구를 비웃으며 사랑이 어떠니 하는 별명을 가지고 놀렸어요. 왕자는 분노로 불타는 듯했어요.

 

적수에게 대적을 요구하고, 거리를 정하고 돌진했어요. 왕자가 단 한 번 마법의 창으로 건드리자 왕자를 비웃던 사람이 안장에서 나가떨어지고 마는 거에요. 그런데 마법에 걸린 왕자의 말과 갑옷은 일단 싸움이 붙자 진정시킬 수가 없었어요.

 

왕자는 일대 소동을 일으켰고, 왕은 신하와 귀빈들에게 부린 난폭함에 화가 나서 경비병들에게 출전 명령을 내렸으나 달려가는 대로 말에서 떨어지는군요. 왕은 예복 망토를 벗어 던지고 방패와 창을 들고 몸소 그 이방인에게 겁을 주려고 달려들었어요. 하지만 어쩌나! 폐하도 평민보다 나을 게 없군요. 아하메드는 안타깝게도 전력으로 왕을 공격하고 말았고, 왕의 발꿈치는 하늘로 치솟고 왕관은 흙먼지 속에 뒹굴었지 뭐에요.

 

바로 그 순간에 태양이 정오에 머물렀어요. 마법의 힘을 거두어갈 시간이 온 거에요. 군마는 순식간에 평원을 가로질러 울타리를 뛰어넘고 타호강에 뛰어들어 헤엄쳐서 숨이 턱에 닿고 놀란 왕자를 동굴로 데려다 놓은 다음, 무쇠 탁자 옆 제자리에 동상처럼 서있는 거에요. 왕자는, 톨레도의 기사들에게 그런 치욕을 주고 왕에게 조차 무례한 짓을 했으니 이제 톨레도엔 얼굴을 내밀 수 없게 생겼어요.

 

공주는 또 그의 무모한 짓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왕자는 근심에 차서 날개 달린 전령들을 내보내 소식을 알아오게 했어요. 앵무새는 톨레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는 것과, 공주가 의식을 잃고 궁전으로 실려가 마상시합은 혼란으로 중단되었다는 것. 사람들이 무슬림 기사의 출현과 묘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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