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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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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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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마술사 이야기 -풍향계가 서 있는 탑(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그런데도 아름다운 고딕공주는 꼼짝도 안하는군요. 늙은 왕에게 눈살만 찌프릴뿐 웃는 일도 없었어요. 아벤왕이 사랑타령을 하면 공주는 은빛피리를 불었어요. 이 피리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곧 잠이 들곤 하지요.

 

그래서 늙은 왕은 아낌없이 돈을 탕진하고 잠만 잤어요. 백성에게서 거두어들인 세금도 화려한 사랑 놀음에 바닥이 났고.

 

그러던 어느날 왕의 머리에 위험한 일이 닥쳤어요. 그의 무어 기마병이 전혀 경고를 주지않는 일이었어요. 백성들은 높은 세금에 화를 내며 반항했지요. 그 폭도들을 진압하고 나서 왕은 동굴에 처박혀 있는 늙은 마술사를 찾아갔어요.

 

“현명한 마술사여, 당신말이 옳았소. 위험한 여자포로였소. 내가 어떻게 하면 곤경을 면할지 말해주구려. 내 왕국을 다 잃게 생겼소.”

 

늙은 마술사는 참을 수없다는듯 소리질렀어요.

“왕국도 여자도 다 잃게 되셨소.”

 

아벤왕은 긴수염을 질겅 질겅 씹으며 말했어요. “너무 화내지 마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마술사여. 난 권력은 안중에 없소. 오직 이 아가씨와 지낼 조용한 곳만 있다면 평안한 날을 보낼것이오.”

 

마술사는 왕의 떨리는 눈섭을 쳐다보며 측은한 듯 물었어요. “그런 장소를 마련해드리면 무얼 주시겠습니까?”

“받고 싶은걸 말해보게, 내가 살아있는 한 다 줌세!”

 

“아아, 저는 이제 늙어서 조그만 보수로도 만족합니다. 제가 윈하는 것은, 이 정원에 만들어 놓을 요술문을 드나들만큼 작은 무게를 지닌 미물이면 됩니다.”

왕은 그가 아주 작은 보상을 원한것이 기뻤어요. 마술사는 일을 시작했어요. 자기가 들어있는 동굴위에 있는 언덕위에다 요술통로를 만들었지요.

 

이 통로가 완성되자 그는 알함브라궁으로 내려와 왕에게 말했어요. “임금님, 드디어 수고가 끝났습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나의 동굴안에 굉장한 궁전을 지었습니다. 그안엔 큰 홀들과 탐스런 정원들, 시원한 분수들과 향기로운 목욕탕들이 있지요. 이 궁전은 마술의 위력으로 보호를 받습니다요.”

 

“굉장하군! 내일 아침에 고딕공주와 내가 그리 들어가겠네!”

행복한 늙은 왕은 한숨도 못자고, 햇빛이 네바다 산맥위에 비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는 몇명의 시종만 거느리고 언덕 꼭대기를 향해 좁은 언덕길을 기어올라갔어요. 포로 아가씨는 그의 옆에 하얀 노새에 태우고. 아가씨의 옷은 온통 보석으로 반짝였으며, 그녀의 은빛나는 피리는 허리에 매달려있었지요. 늙은 마술사는 마술지팡이를 짚고 앞서 걸어가구요.


 정의의 탑 입구Torre de las Justicia

 

일행이 그 요술 통로에 이르자 마술사는 걸음을 멈추고 돌로 만든 아치에 새겨놓은 손과 열쇄모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어요.

 

“이 손과 열쇄를 조각한 것은 낙원에 이르는 입구로 안내해드릴 요술장이들입니다. 손이 닿아 열쇄를 잡기만 하면, 인간의 힘이나 마술로도 이 언덕의 주인을 해치지 못합니다.”

 

아벤왕이 이 진기한 풍경을 보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고딕공주를 태운 하얀 노새가 앞질러 가더니 그 좁은 요술통로의 한가운데로 쏙 들어가버리는게 아니겠어요?

 

“보십시요!” 이브라임이 소리쳐 말했어요. “이게 바로 제가 약속 받은 보상입니다. 요술의 통로를 들어갈만큼만 짐을 진 첫번 미물을 가지겠다고 말씀드린걸 기억하시겠지요!”

 

아벤왕은 몹시 화가 났어요. 그의 회색 구레나룻이 경련을 일으키고 그의 늙은 두눈에선 불똥이 튀었어요.

 

두 늙은 남자가 옥신각신하는 동안 고딕공주는 비웃음을 머금고 그들을 내려다보았어요. 왕은 제정신이 아니게 소리칩니다. “이 사막의 날강도같은 놈아, 그따위 마술의 주인노릇이나 해라. 난 너의 주인이며 왕이란걸 잊지 말구!”

 

“나의 왕이시라구요? 하찮은 땅의 왕이라도 솔로몬의 지혜서만 가지면 임자지요! 안녕히 계십시요, 아벤왕이시여.”

 

늙은 마술사는 공주가 탄 노새의 고삐를 잡고 그의 요술지팡이로 땅을 꽝! 쳤어요. 곧 땅이 갈라지더니 마술사와 노새와 공주를 삼켜버렸어요. 그리고는 그들 위로 땅은 다시 닫히고, 열린 흔적도 남지 않았어요.

 

 아벤왕은 놀라움을 진정하고 수천명의 인부를 동원해서 마술사가 사라진 통로 밑에 평평해진 마당을 파게 했어요. 파는 일은 물론 헛수고였어요. 부싯돌같이 단단한 흙덩어리가 그들의 연장만 망가뜨렸거든요.

 

아벤왕은 몇해를 두고 사라진 마술사와 고딕공주를 찾았으나 모두 허사였어요. 때때로 희미한 피리소리가 언덕에서 들려왔답니다. 무겁게 코고는 소리와 함께.

 

낙원은 이제 간데 없고, 다만 알함브라 궁전 뒤에 높이 솟은 언덕배기만 남아있을 뿐이어요. 세월이 흘러 아벤왕도 죽어 묘지에 묻혔어요. 요술의 통로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어서 마술의 손과 열쇄를 보호해주고 있지요.

 

그 통로 아래엔 ‘정의의 문’이라고 알려진 문이 나 있구요. 늙은 마술사가 공주의 마술피리 소리에 잠들어 있는 곳이지요. 지금도 그 마술피리 소리는 부드럽고 희미하게 들려온다고 해요. 노인의 코고는 소리도 같이. (다음 호에 계속)

 

풍향계탑에서 내려다본 카를5세 궁전

 

그들은 아마도 ‘심판의 날’까지 마술에 묶여 그곳에 남아있겠지요. 아니면 마술의 손이 운명의 열쇄를 손에 넣을때까지.

 

해마다 성 요한의 밤이 오면, 고딕 공주는 마술의 동굴에서 풀려나온다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공주는 외출이 허락된 그날밤엔 보압딜의 맹열한 군대의 손아귀에서 그리스도인들을 구출해 낸다는거에요.

 

자, 이제 두번째 이야기, 사랑의 순례자, 아메드 알 카멜 왕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어요?

         

레도 톨레도 타호강가의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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