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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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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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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마술사 이야기 -풍향계가 서 있는 탑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작업이 끝나자, 왕은 그가 평화를 갈구해온 것만큼이나 전쟁을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지 뭐에요. 그의 소원은 곧 이루어지게 되어요. 어느 이른 아침 날, 망대 위의 보초가 뛰어왔어요.


 ”임금님, 무어기마병이 엘비라산을 향해 돌아섰습니다. 그의 창이 ‘로우프 가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늙은 왕의 젖은 눈이 반짝했어요. “북과 나팔을 울려 군대에 알려라! 우리 온 그라나다를 빈틈없이 경계하라!”

 

노인마술사가 소곤대며 말했어요. “임금님, 도시를 소란케 마소서. 적을 소탕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와 함께 탑 꼭대기의 밀실로 가시지요.”

 

왕은 노인마술사와 묵직한 구리문을 열고 원형의 홀로 들어섰어요. 맙소사! 창문이 바로 ‘로우프 가도’를 향해 열려있는 거였어요.

 

 ▲사방이 내다보이는 원형홀 창문 Mirador Palace

 

    아벤왕은 열린 창 앞에 놓인 테이블로 걸어갔어요. 놀라운 것은 그 축소해 만든 나무군대가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에요! 작은 말들이 날뛰고, 조각해 만든 무사들이 무기를 들고, 나팔과 북소리와 군대의 소란이 아주 희미하게 들려왔어요.

 

“임금님, 보십시오, 왕의 적군이 이미 들판에 진군했습니다. 이미 ‘로우프 가도’를 지나고 있어요. 이제 왕께서 그들을 곤경에 빠지게 하시려면 그리고 생명을 잃기 원치 않으신다면 이 마술 창 끝으로 이 작은 모형들을 물리치십시오.”

 

왕은 그 창을 움켜쥐고 테이블로 가까이 갔어요. 왕의 회색수염이 기쁨으로 떨렸지요. “현명한 이브라임, 피를 많이 흘리게 하진 않겠네.”

 

왕은 마술 창으로 작은 목각병정들을 먼저 찔렀어요. 나머지는 창 끝으로. 마술사노인은 믿을 수가 없었지요. 평화를 사랑한다던 왕이 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죽여버리다니요.

 

왕은 큰소리로 한참 웃어댑니다. “마침내 평화를 찾았소. 내 적이 모두 내 권력 안에 떨어졌소. 오, 현명한 마술사여, 이 축복의 보상을 무엇으로 하리까?”

 

마술사는 미소 지으며 그의 늙은 손을 펴 보였어요. “이 늙은 마술사가 원하는 것은 많지 않고 간단합니다. 편안한 집 같은 내 동굴을 만들 수 있는 은총,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정말 고상하고 진정으로 지혜로운 분이군요.” 왕은 속으로 요구가 비싸지 않은 것만 기뻤어요. 그는 보물창고지기를 불러 마술사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게 했어요.

 

몇 달이 지나 구리 기마병이 조용해지자 늙은 왕은 전쟁놀이가 없어져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요. 창 밑에 늘어 놓은 요술 테이블마저 꼼짝 않고 조용하고요. 왕은 실망하여 기병들을 싸움터에 내보냈어요. 사흘 후 그들이 돌아왔어요.

 

“임금님, 온 산을 샅샅이 뒤졌나이다. 그런데 창 한번 쓸 일이 없었지요. 다만 매우 아름다운 그리스도인 여자만 연못 옆에서 자고 있기에 잡아왔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여자라고? 어서 내 앞에 대령하라!” 왕의 젖은 눈이 반짝 했어요.

 

아름다운 여인이 왕 앞에 대령했어요. 그 여자는 값진 옷에 금장식, 진주로 엮어 땋아 내린 검은 머리, 이마엔 값비싼 보석이 박혔고, 우유 빛 하얀 목에 걸린 황금 목걸이엔 은빛 나는 피리가 매달려 있군요.

 

          “아름다운 여인이여, 그대는 누구며 무얼 하는 사람인가?” 왕이 물었어요. 여자는 늙은 왕을 비웃는 듯 쳐다보며 말했어요.

 

“임금님, 저는 그리스도인이며 이 땅을 지배한적이 있는 고딕나라 왕의 딸입니다. 아버지의 군대가 마치 마술에 걸린 듯이 산속에서 전멸했습니다. 아버지는 도망 치셨고 저는 포로가 되었습니다.”

 

“오 대왕이시여, 조심하십시오. 이 여자는 틀림없이 북쪽나라에서 온 마녀입니다. 미녀로 가장하고 바보들 앞에 나타나는 덫이죠. 우리 무어기병이 적이라고 알려주었을 텐데요.” 옆에 서있던 마술사 노인이 말했어요.

 

“지혜로운 마술사여, 여인을 알아보는 재주는 좀 모자라는구려. 내보기엔 해로울 게 없는데. 친절해 보이고.” 왕은 턱수염을 가볍게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어요.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제가 임금님께 여러 번 승리를 안겨드렸지만 한번도 노획물을 나눠가진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포로여자는 제게 주십시오. 만일 마녀라면 제가 그녀의 마력을 박살내 버릴 테니까요.” 노인마술사가 말했어요.

 

“뭐라고? 포로여자를 늙은 마술사에게 주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아가씨는 내 것일세.”

 

 고딕 공주는 두 늙은이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조용히 올려다 보았어요. 이브라임은 화가 나서 자리를 떴지요. 그러나 떠나기 전에 왕에게 마지막 경고라며 이 그리스도인 아가씨를 조심하라고 말했어요. 그리고는 볼이 부어 그의 동굴 속에 틀어박혀버렸답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노인이 누구의 말을 듣겠어요? 아벤왕은 흥이 나서 하루 온종일 아름다운 고딕 공주하고 시간을 보냈지요. 왕이 늙은 것은 사실이나 그에겐 돈이 많거든요. 그라나다를 샅샅이 뒤져서 비싼 선물을 모두 사들이질 않나, 그리고도 온갖 향연을 다 베풀었어요. 왕궁은 허구한날 축제가 이어졌고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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