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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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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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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아라비안 마술사 이야기 -풍향계가 서 있는 탑

 

낮에는 올리브나무와 전나무, 아이비덩굴로 덮인 에머랄드빛 성채가 밤이면 붉은 횃불같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알함브라궁은 스페인의 그라나다 도심에 지은 붉은 성채를 의미한다. 그라나다(Pomegranades)는 아랍어로 석류라는 뜻이며, 낮과 밤의 조화 때문에 이 성은 붉은 에머랄드성이라고도 부른다.

 

우마이야 왕조부터 그라나다 왕조까지 칠백여년동안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왕국의 수도였던 알함브라성에 기독교국토회복운동의 기치를 든 스페인의 페르디난드왕과 이사벨라 여왕부부가 1492년에 무저항으로 입성했다. 성채입구엔 그들의 외손자인 카를 5 세가 지어놓은 거창한 궁전이 문앞을 가로막아 서있고.

 

그러나 그 밉상의 궁전문을 들어서면 요술의 나라에 들어선듯, 무지개 문마다 보라빛 등꽃이 늘어져있고, 흐드러진 여러가지 빛갈의 들꽃과 향기, 분수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와 사자궁에서 사방으로 뿜는 물줄기가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켜는 타레가의 기타소리로 들려오고, 물속에 가라앉은 거울같은 연못들이 고통을 이겨낸 하늘의 기쁨을 알려주는듯 신비스럽다.

 

자연을 닮은 듯한 건물의 장식과 문양들, 그 중에도 회반죽 세공으로 반원을 그리며 만든 아라비안 공법의 창문과 청.록.황.적색 타일의 모자이크 무늬로 내실과 외벽을 장식한 방에서 정원을 내다보면 테라코타 벽과 어울려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된듯 나비가 되어 날아가고 싶어진다.

 

아벤세라헤 궁실의 벌집모양의 천장은 또 어떤가? 정사각형의 방 천장에 여덟꼭지 별 두개가 겹친 자리에 낸 16개의 작은 창문들이 별 같이 원을 이루며 반짝이는 모습을 올려다보면, 천국에 오르는 계단이 보일듯하다.

 

남편과 나는 알카자바 성채를 산책하며 탑들을 둘러보았다. 23개의 탑중에 지금은 4개만 남아있다. 탑마다 옛 이야기가 스며있고, 그중에도 토레 델 카데(심판의 탑) 앞에 손모양을 조각한 아치를 지나 종탑에 올라갔다. 그라나다 일대가 다 보일듯 높은 군용탑 요새이다. 워싱턴 어빙이 쓴 <알함브라궁의 풍향계가 달린탑>이 이곳이리라 생각하며 그가 찾아다닌 알함브라궁의 열한가지 옛 전설들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겨본다.

 

알함브라궁에 몇 달씩 머물면서 옛날 이야기들을 수집한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 1783년~1859년). 그는 무어인이 묻어놓은 보물보다 더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알함브라궁에서 캐내었다.

 

영혼의 성, 알함브라궁을 산책하면서 나도 어빙의 옛날 옛적 이야기에 취해 그의 이야기를 우리말로 풀어보고 그날 찍은 사진도 올려본다. -옮긴이

 

첫째 이야기는 풍향계가 있는 탑에서 일어난 아라비안 마술사 이야기입니다.

▲풍향계가 서있는 탑같은 Watch tower of Alcazaba

 

무어왕 아벤 하부가 그라나다 왕국을 다스릴 때 이야기에요. 그는 젊어서 기독교 왕국들을 정복하기도 했으나, 이젠 알함브라 궁에서 여생을 편안히 지내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스페인의 그리스도교도인 영주가 전쟁을 벌여 그라나다 주위의 험한 산을 넘어 코앞에까지 밀어닥쳐왔지 뭐에요. 아벤왕은 언덕위에 망대를 세웠지만 네바다산까지 감시할 순 없었지요.

 

한참 근심 걱정하고 있는데 어떤 아라비안 마술사가 알함브라궁을 찾아왔어요. 회색수염이 허리까지 온 그 노인은 이집트에서 스페인까지 맨발여행을 했다며, 가진건 오직 애급 말이 적힌 비밀스런 긴 막대기 하나뿐이라나요.

 

왕은 자신이 백성들의 존경을 못받고 있는데다 적의 침입마저 걱정스레 늘어놓았어요. 그러자 마술사는 애급에서 본 망루이야기를 늘어놓는 거에요.

 

“보르사 시가지의 높은 산위에 나일의 큰 계곡이 바라보이는 곳에다 숫양의 모습과 수탉의 모습을 그 위에 세운겁니다. 둘다 구리를 녹여 만들어서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지요. 적이 쳐들어오면 숫양이 적의 방향을 가르치고, 수탉은 울어댑니다. 적을 알려주며 시간을 버는거죠.”

 

“위대한 알라시여, 그런 숫양이 있어서 이 산들을 보호하고, 수탉이 위험을 알리며 울어준다면 얼마나 굉장한 일일까요! 나도 그런 높은 망대가 있는 내 궁전에서 편안한 잠을 자보고 싶군요.”

 

“임금님, 제가 ‘지혜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담 이후 솔로몬 대왕이 예루살렘성전을 짓는데 도움이 된 바로 그 책 말입니다. 이 책을 파라호의 산이라 부르는 애급의 가장 큰 피라밋 속에서 제가 찾아냈습지요.”

 

“이브라임, 멋진 여행에 굉장한 것도 구경했을테니, 내게도 솔로몬왕의 지혜를 좀 나눠 줄수없겠소?”

 

“저는 이 책에서 마술을 모두 배워 지니 요정의 조수도 명령할 수 있습지요. 숫양과 수탉의 비밀도 알수있고, 그런 굉장한 것을 왕을 위해 만들수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큰 은덕을 베푸신다면.”

 

임금님은 원하는 보물을 다 주겠다고 하면서 망대를 세워달라고 애원했어요. 마술사노인은 곧 일을 시작했지요. 알함브라궁 맨 꼭대기에 거대한 탑이 우뚝 섰어요. 애급의 피라밋에서 운반해 온 마술의 돌로 쌓은거지요. 탑 꼭대기는 원형의 홀. 창밖으로 완전히 원형꼭지점을 돌리듯 모두 바라보였어요. 창문마다 테이블이 놓였고. 테이블마다 축소해서 만든 군대보병들을 나무로 조각해서 체스판같이 세워놓았네요. 이 장난감 병정들은 모두 기마병과 보병, 나팔수, 배너와 무기들이지요.

 

점성사 칼데아의 글들을 쬐끄만 창에 조각해 넣어 각 테이불마다 부쳐놓았군요. 이 홀은 육중한 구리문으로 항상 닫혀 있고, 열쇠는 아벤 왕만이 지니고 다니지요.

      

망대위엔 무어 기병의 모습을 구리로 만들어 세워 놓았어요. 한손엔 방패, 다른손엔 창이 들려있고. 적이 나타나면 구리 무어기병이 그 방향으로 돌아서게 되고 창을 들어 전투태세를 하게된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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