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377 전체: 556,011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8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어느 날 히포의 주교는 방문객을 한 사람 맞이했다. 어거스틴이 아침 식사를 끝내고 식당에서 막 나오려 할 때 알리피우스의 조카이며 진실한 교인인 젊은 군인 파우스투스가 다가왔다. 


 “부대에 복귀하려고 카르타고로 가는 길입니다. 주교님께 작별인사를 드리고 싶어 왔습니다.” 그는 말했다.


 “잘하셨소.” 어거스틴은 그의 손을 잡고 식당 뒤에 있는 정원으로 데리고 갔다.


 “떠나기 전에 잠깐 자리를 같이 하세.”


 여기저기에 대리석 벤치가 놓여 있고, 그 둘레엔 선인장과 금잔화와 나팔꽃이 피어 있고, 그 가장자리엔 오렌지와 귤나무가 둘러싸여 있다. 정원 저편으로 히포 시에 물을 대주는 두 줄기 강물 중의 한 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흘러가고 있었다. 


 “여기 앉을까?” 어거스틴이 샘터 옆의 한 의자를 골라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아이쿠, 요즘은 힘이 좀 빠진 모양이야.”


 “주교님은 정력적인 생활을 해오셨지요.” 번쩍이는 투구에,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무쇠조끼와 어깨에서부터 걸쳐 내린 빨간 토우가를 입고 서있는 파우스투스의 모습은 자못 찬란했다. 


 “히포 사람들은 주교님께서 아직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계신 것에 모두 놀라고 있습니다.”


 “지쳐버린 노새가 멎을 줄도 모르고 발버둥치는 걸세.” 어거스틴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파우스투스, 난 자네가 와 주어서 참 기쁘네. 보니파스에게 편지를 한 장 썼는데 카르타고에 가거든 좀 전해주면 고맙겠네.”


 파우스투스의 아름다운 얼굴이 빛났다.


 “그 부대의 교인들은 주교님께서 그 백작의 행실 문제에 영향을 주시길 원할 겁니다.”


 어거스틴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 해 전에 보니파스는 독실한 그리스도교인이던 아내를 잃었다. 그래서 수도원 생활을 하려고 군대생활을 포기할 참이었다. 


 어거스틴과 알리피우스는 그가 결심을 버리도록 설득하러 누미디아에 있는 투부나에 간 일이 있었다. 그가 도나티스트의 공격에서 교회를 보호하는 일이, 수도원으로 은퇴하는 일보다는 대의에 더 큰 공헌을 하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보니파스는 두 사람의 설득에 굴복하고 군 사령관직을 맡았다. 그런데 그들이 크게 실망한 것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지 바로 얼마 안 되어 군사령관인 그가 착취와 약탈을 일삼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또 하나의 징조는, 그가 아리안족의 스페인 미녀와 결혼한 일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카르타고에서는 하렘을 드나든다는 것과 술을 곤드레로 마신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보니파스는 훌륭한 군인이며 날쌘 장군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이 부하들에게 나쁜 본보기가 되고 있지요.” 파우스투스가 말했다.


 “아, 그건 정말 사실이야. 그래서 내가 편지를 보내는 걸세. 자네는 왜 군에 입대했는지 말해보게.”


 파우스투스는 생각에 잠겼다.


 “예, 몇 해 전에 주교님은 전쟁에 대한 설교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주님은 다윗에게 용사로서 강한 증거를 주시고 기뻐하셨다고 지적하셨지요. 고넬료와 로마의 백부장처럼 군대를 떠나지 않고 하느님을 섬길 수 있는 사람들의 예화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랬군, 파우스투스, 그게 바로 내 생각을 바꾼 문제 중의 하나란 말일세. 왜냐하면 사람이 평화의 왕을 따르기만 해서는 무기를 들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지. 나는 내 친구인 우잘라의 에보디우스 주교에게 군대를 떠나라고 설득했었지 뭔가. 내가 전쟁에 관한 성경의 입장을 다시 검토해 보고 내 확신에 변화를 일으키게 된 것은 아까처럼 울부짖는 도나티스트들의 분개 때문이었네. 그리고 야만족들과의 싸움을 생각해 볼 때 제국을 위해 싸우는 자네 같은 군인이 있음을 얼마나 하느님께 감사하는지를 자네에게 말해두네.”


 파우스투스는 일어섰다. 


 “주교님 말씀이 제게 용기를 주십니다. 교회의 축복으로 우리는 전심전력을 다해 전투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이 자네와 함께 하시기를.” 어거스틴이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젊은이여, 그리스도의 훌륭한 군병으로 어려움을 잘 참고 이기기 바라네.” 그는 손을 내밀어 작별인사를 했다.


 젊은 군인은 뭔가 주저하는 듯했다. 


 “주교님. ”


 “왜 그러나, 파우스투스?”


 “제 아내가. ”


 어거스틴은 젊은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네. 클라우디아는 자네가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인 게지?”


 파우스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제 아내가 걱정하는 대로라면. ”


 “자네 처의 말이 맞아서 자네가 영원한 하느님의 영광 앞에 불려간다 해도. 안심하게,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자네 처를 위로해 주겠네.”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네. 그럼 편지를 가져오겠네. 내 기도가 항상 장군과 함께 있다고 전해주게.”


 어거스틴은 보니파스의 정신적인 바탕에 호소하는 편지를 써둔 것을 내주었다.


 [장군의 인격이 결혼의 순결로 장식되고, 근검과 절제로 장식되게 하십시오. 육욕이 자신을 정복할 힘이 없는 사람을 이기고 있다는 사실, 술이 칼로 공격할 힘이 없는 사람을 제압하고 있다는 사실들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니까요. 장군이 이 세상의 부귀가 없다 하더라도 나쁜 수단으로 그 부를 찾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 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선한 사업을 위해 하늘에 저장하십시오. 남성다운 그리스도의 정신은 부를 얻었다고 해서 우쭐대서는 안 되며, 그 부가 떠난다고 해서 의기가 상해서도 안 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명심해두십시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느니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도를 올리라는 권면을 받았을 때, 우리가 확신한 응답에 성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거스틴의 충고는 너무 늦었고 사건은 더 빨리 터졌다. 보니파스를 반역자로 공개비난 한 후 플라키디아 황비는 그를 체포하도록 아프리카로 원정군을 보냈다. 그러자 보니파스는 반달족의 젠세릭에게 구원을 청했다. 


어거스틴이 황비와 장군 사이의 화해를 포기해 버렸을 무렵 플라키디아 황비가 생각을 바꾸었다. 황비는 모든 비난을 철회하고 원정군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보니파스에게 반달족의 침략을 막도록 요청했다. 어거스틴도 황비를 따라 장군에게 탄원을 보냈다.


그러자 보니파스가 그의 주장을 바꾸어 야만족을 막으려고 그의 군대를 보냈으나, 이미 야만족들은 지브랄타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 해안에 상륙한 다음이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다. 히포의 시민들은 초반전의 결과를 알려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날 저녁 파우스투스의 아내는 어거스틴 주교가 기도하고 있는 서재를 찾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졌고, 어거스틴이 무슨 일인가 물을 필요가 없었다. 


 “파우스투스가 전쟁에서 쓰러졌군요.” 어거스틴이 말했다.


 “어째서요?” 그녀는 가슴을 치면서 울었다. 그녀는 스무살도 안 된 자그마한 몸집에 임신까지 하고 있었다. “어째서 파우스투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어째서요?”


 “앉아요, 클라우디아.”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몸을 앞뒤로 흔들어댔다.


 “제발요, 주교님. 아니지요. 어째서, 어째서인가요? 난 알고 싶단 말예요.”


 노주교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 말은 내가 아들을 잃었을 때 물은 말입니다.” 그는 책장 앞으로 걸어가서 구약성경의 일부가 적혀 있는 두루마리를 골라내어 정성스럽게 펼쳤다. 그의 짧게 깎은 은빛 머리가 기름등잔 불빛에 반짝거렸다. 


 “나의 딸이여, 이 말씀을 잘 들어보아요. 이것은 또 하나의 비극 이야기요. 다윗이 그의 아들을 포기하라는 말씀을 받았을 때입니다. 읽어보겠소.


 “그러므로 다윗은 신하들에게 물었습니다. 아기가 죽었느냐? 신하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다윗은 땅에서 일어나 목욕을 하고, 몸에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주님의 전에 들어가 예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음식을 차려오게 하여 먹기 시작했습니다. 신하들이 물었습니다. ‘아기가 살아 계실 때에는 잡수시지도 않고 아기 생각만 하여 우시더니, 막상 아기가 돌아가시자 일어나셔서 음식을 드시니 어찌된 일이십니까?’ 그가 대답하였습니다. ‘그 애가 살아 있을 때 굶으며 운 것은 행여 주님께서 나를 불쌍히 보시고 아기를 살려주실까 해서였소. 아기가 이미 죽고 없는데 굶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내가 굶는다고 죽은 아이가 돌아오겠소? 내가 그 애한테 갈 수는 있지만, 그 애가 나한테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요.’”


 어거스틴은 몸을 펴고 밝은 얼굴로 클라우디아를 바라보았다.


“잘 보았지요? 클라우디아. 당신은 그에게 가게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그에게는 육체는 없으나 하느님과 함께 있는 그에게로, 당신이 사랑하는 파우스투스에게로, 선한 싸움을 마치고 그의 길을 끝내고 신념을 지킨 그에게로 당신은 갈 것입니다. 영원한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 차 있는 그 곳, 하느님의 낙원 한가운데에 생명의 나무 열매를 당신과 둘이서 함께 따 먹는 그 곳, 정의의 태양이 비추는 깨끗한 빛을 당신과 둘이서 함께 쪼이는 그 곳, 하느님의 전에서 주야로 당신과 함께 봉사하는 그 곳으로 당신은 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클라우디아, 당신과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제는 마음을 가라앉힌 젊은 미망인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자.” 어거스틴이 말했다. “이제 무릎을 꿇고 우리가 사랑했으며 잠시 동안 못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 아버지께 기도를 드립시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