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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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7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그 조건이란. ?”


 “그것은 우리가 참된 고뇌 속에서 죄를 벗고 하느님의 유일한 중재자이신 그리스도의 자비에 의존해야 된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그 신앙을 지니고 있었지요. 거짓 믿음의 수령자들이 당신에게서 그 신앙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그들에게 넘어가 희생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알리피우스는 하인이 점심식사를 알리러 왔을 때에야 몸을 움직였다. 어거스틴도 웃으면서 일어섰다.

 

 

 

 

 


 “알리피우스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온건한 정신을 가진 성직자요. 그는 내면적인 인간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외향적인 인간에 대해서도 적절한 염려를 해줍니다.” 


그는 책상을 한 바퀴 돌아 그들을 따라 일어서는 파울리누스의 어깨 위에 팔을 얹고 문 쪽으로 데리고 갔다. “비가 오는군. 비가 오노라면 우리도 빗물처럼 땅 위에 흩어져 한데 긁어 모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그려. 우린 오늘 아침에 진지하게 이야기했소. 식사하고 나서 얘기를 계속합시다. 파울리누스, 내가 당신의 정신적인 행복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생명보다 내 마음에 더 귀중한 분, ‘아, 우리가 내 아버지 집의 영광 속에서 만나기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라고 한 오직 그 한 분의 말씀을 전하고 있음을 알아주시오. 자, 우리의 정신이 쇠약해지지 않도록 우리의 육체에 영양을 공급하러 갑시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 알리피우스는 타가스테에서 다시 편지를 보냈다.


 “사랑하는 나의 형제여, 기뻐하기 바라네. 파울리누스가 펠라기우스의 잘못을 선언하고 그 사람과 절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가 히포의 주교와 면담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소. 나는 그 날 자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네. ‘당신이 일단 무능한 의사의 손에 떨어지면 당신은 자신을 훌륭한 의사에게 맡기기를 두려워하게 되지요’하고, 나는 파울리누스가 이미 펠라기우스파 사람들에게 속았기 때문에 진리의 조제사의 충고에 또다시 귀를 기울이지 않으리라 걱정했었네. 그런데 맙소사, 내가 잘못 알았네. 이 훌륭한 귀족과 그의 처 테레지아가 다시 그리스도를 섬기게 되었네. 펠라기우스 학파에선 눈물과 탄식으로 이를 갈고 있을 것일세. 그의 제국이 무너지는 것을 볼 때 악마가 소리 지르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 41 ∽

 


연설을 유창하게 하는 이에겐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 주지만, 현명한 자의 말은 영혼이 살찌는 소리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스도교 교리

 

 로마의 귀족들이 북아프리카로 도망쳐온 것이 현지 성직자에게 긴박한 문제들을 안겨주었다. 약탈 행위가 비그리스도교인은 물론이고 그리스도교인에게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애착심이 없는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불운한 피난민들의 돈으로 호사스럽게 살았고 그들의 물건을 빼앗아갔다. 히포도 그 악역에서 빠지지 않았다.


 어거스틴은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을 신랄하게 공박했다.


 “아, 높은 곳으로 날아 올라가는 독수리들이여!” 그는 제단 위에서 외쳤다.


 “여러분은 눈 아래 있는 물속에서 고기떼가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 슬프도다. 여러분의 눈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아닙니다! 여러분은 아무 의심을 품고 있지 않는 고기떼에 뛰어들어 잔인한 부리와 발톱으로 그들의 둥지를 비틀어 뺏어갑니다. 샅샅이 뒤집니다! 강제로 빼앗습니다! 그리고는 하느님의 집에 나와서 애도하는 척합니다!”


 설교와 징벌로 어거스틴은 악행을 막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악행을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회중 가운데 도덕적인 문제를 가지고 그에게 공박하는 사람은 로마의 붕괴로 희생된 사람들이었다.


 비스콧 왕 알라릭을 피해 온 사람 가운데 아나키 가문의 한 집안이 있었다. 알비나와 그녀의 딸과 사위가 타가스테에 정착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그들은 교회와 연합하여 알리피우스의 가르침을 듣고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들이 도착하자 알비나가 어거스틴에게 편지를 냈다. 그리고 그들의 새 집에 초대했다. 어거스틴이 그리로 갈 수가 없으므로 알리피우스가 그들을 동반해서 어거스틴에게로 왔다.


 그것은 아첨하는 행위였으며, 히포 교회는 덩달아 우쭐댔다. 알비나의 시어머니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유명한 멜라니아였다. 개종한 후 멜라니아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 사회적인 모든 관계를 다 끊었다. 


멜라니아 2세라고 부르는 알비나의 딸은 13세에 상류층의 피니아누스에게 시집을 갔다. 피니아누스가 로마에서 피난 나올 때, 소송 중에 그의 재산이 절반이나 날아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히포 주교의 환대가 소홀해지진 않았다.


 어쨌든 그는 주교의 저택을 찾아온 네 명의 손님을 정중하게 맞았다. 


 “저는 그런 무서운 사정으로 당신들이 고향에서 강제로 쫓겨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로마와 여러분들을 갈라놓은 일이 불운이라면, 이 히포를 찾아주신 건 하느님의 섭리라 생각합니다.”


 비단옷을 얌전하게 차려입은 알비나는 그의 인사말을 정중히 받아들였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를 돌봐주신 겁니다. 우리 친척이나 친구 중엔 재산을 몽땅 뺏긴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 군인 총독이 책임감이 있을지 걱정이요.” 알리피우스가 말했다.


 “총독은 피난민들이 육지에 닿자마자 그들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군인을 부두에 주둔시켜 놓은 것도 알고 있지요.”


 “그건 사실입니다.” 피니아누스가 약간 더듬으며 말했다. 어거스틴은 그의 틀에 박힌 태도가 어딘지 유약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우린 카르타고에 우연히 아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그 사람이 수비병에게 돈을 주어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도 무일푼이 될 뻔했지요.”


 “절도 행위나 착취보다 더 나쁜 게 있습니다. 금으로 지불할 수 없는 사람이 노예로 팔리는 일입니다.” 어거스틴이 말했다. 그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리스의 노예상들은 우리 인간 사회의 병폐지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 알리피우스는 그가 그리스 사람들에 대한 편견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그건 정말 지독히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피니아누스가 반지 낀 손을 무릎에 얹고 말했다. “우린 로마를 떠날 때 이런 무서운 악당들을 떠났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동을 사과드립니다.” 어거스틴이 말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악마의 짓이지요. 그건 어쩔 수 없이 하느님의 분노를 살 것입니다.”


 “그건 주교님 잘못이 아니어요.” 멜라니아가 수줍은 듯이 말했다.


 어거스틴은 그녀를 몰래 살펴보았다. 그녀는 남편보다 더 눈에 띄었다. 아마도 그녀의 이름이 멜라니의 이름과 비슷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딘가 멜라니를 생각나게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신체적으로는 달랐다. 피니아누스의 처는 얼굴이 예쁘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다이아몬드 형으로 생겼으며, 입은 멜라니보다 더 컸다. 비슷한 점이라면, 소녀가 갖는 수줍음과 동경하는 듯한 불안한 눈이었다. 부유하고 아쉬울 게 없는 사람치고는 이상하리만치 불안해 보였다.


 그녀를 앞에 놓고 어거스틴은 옛날로 돌아갔다. 말콰에 있는 부용나무 숲 아래에서 멜라니가 그의 성급한 사랑의 전주곡 앞에 녹아버렸던 아름다운 아침을 회상했다. 얼마나 섬세하고 황홀하도록 그녀는 아름다웠던가! 타가스테에 있는 산골짜기 개울물 위에 꽃잎을 숙이고 피어 있는 향기로운 겨자초 같았다. 


 “저녁 기도 시간이 되었습니다.” 알리피우스의 말이 들려왔다.


 며칠 밤이 지났을 때 뜻밖의 일이 터졌다. 그가 순교자 예배당에서 막 나오려고 할 때였다. 20여 명의 남자 신도들이 주랑에서 어거스틴을 가로막았다.


 “주교님, 우린 당신이 피니아누스를 성직에 임명해 주도록 청하러 왔습니다.” 대표자가 말했다.


 어거스틴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일을 하도록 누가 자극한 거요?” 하고 물었다.


 “그분은 하느님의 사람이며 우리 교회에 훌륭한 보탬이 되어줄 것을 우린 확신하고 있습니다.”


 어거스틴은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돈에 관심이 있어선 아니고?”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자가 항의를 했다.


 “피니아누스 님은 히포에 거주하고 있지 않소. 하물며 그를 어떻게 성직에 임명할 수 있겠소?” 


 “주교께서 그를 임명하시면 그분은 틀림없이 여기에 거주지를 둘 것입니다.”


 물질적인 이해가 관계되고 있다는 확신이 가시지 않은 채 어거스틴은 물었다. 


 “여러분들은 피니아누스가 성직을 기꺼이 받아들이리란 걸 어떻게 알고 있소?”


 “우린 그분과 얘기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우린 이 문제를 수행하도록 교회가 파견한 위원들입니다. 지금도 우리 위원 중 한 사람이 그분의 최종적인 결정을 알려고 피니아누스 님과 얘기 중입니다.”


 “그러면 알리피우스 주교와도 이 문제를 상의했나요? 뭐니 뭐니 해도 피니아누스는 그분의 교구에 속하니까요.”


 알리피우스의 이름이 나오자 불꽃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되어버려 어거스틴을 약간 놀라게 했다.


 “알리피우스는 안 됩니다!” 또 다른 사람이 싸울 듯이 소리쳤다.


 “알리피우스 주교라고 부르시오.” 어거스틴이 엄격하게 고쳐주었다. 그 사람은 얼굴을 붉혔다.


 “알비나와 그녀의 식구를 타가스테로 끌어들인 사람은 알리피우스 주교십니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현명한 분이었다면 그들을 처음부터 히포에 영주시민으로 대우했을 겁니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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