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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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1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무겁게 숨을 몰아 쉬면서 발레리우스는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메갈리우스는 조수에게 의자를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헤라클리우스가 그를 의자에 앉혔다.
 복잡한 회당 안이 조용해졌다. 호기심에 차서 왔던 사람들은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발레리우스의 이마에서 구슬 같은 땀이 흘러내렸다. 몸을 앞으로 굽히고 숨을 헐떡이다가 몸을 다시 세우고는 소매로 땀을 닦았다.
 움푹 패인 두 눈이 메갈리우스의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의 눈동자는 생기가 없었다. 

 

 

 


 “대주교 성하여, 비옵니다. 어거스틴을 임명해 주십시오... 내 대신에.” 그는 비틀거리며 말했다.
 메갈리우스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양심상 그렇게 할 수 없소.”


 “왜 못하십니까?” 발레리우스가 초조하게 물었다. 


 “왜 못하십니까? 그 거짓말 때문에... 도나티스트들이 퍼뜨린 거짓말 때문인가요? 그것이 이유인가요?”


 “의혹의 구름 속에 사는 사람을 어찌 주교의 후계자로 임명할 수 있겠습니까?”


 회당에 온 몇 명의 도나티스트들은 드러나게 떠들기 시작했으며, 발레리우스는 괴로운 눈을 들어 어거스틴을 찾았다. 어거스틴을 보자 그는 손을 흔들어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마지못해 그는 친구들을 놓아두고 통로로 걸어 나와 히포 주교와 메갈리우스 앞에 섰다.


 “여보게, 어거스틴. 난 자네가 대주교 성하 앞에서... 자네의 입장을... 변명...” 


 몸에서 힘이 다 빠져버린 그는 실신한 채 몸이 앞으로 쏠렸다. 어거스틴과 헤라클리우스가 가로막아 땅에 쓰러지는 것을 면했다. 에보디우스도 그의 군대생활 중 비상시기에 익숙해 있었으므로 명령을 따르는 군인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는 의식을 잃은 주교를 그의 큰 팔에 안고서 교회 밖으로 나갔다. 헤라클리우스가 지팡이를 들고 뒤따랐다. 


 부인 몇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병적으로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은 구경거리가 났다는 듯이 한숨을 내뿜었다.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잘되었기 때문이다.
 메갈리우스는 어거스틴을 바라보았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일세.”그는 악감을 사지 않게 조심하며 말했다.


 “나는 가까운 일부터 처리하고 자네와 협의하려고 했는데 주교가 자네를 후계자로 삼으려고 너무나 열망하므로 변명할 특권을 주겠네. 자네가 비도덕적인 행위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일일세. 할 말이 있겠나?”


 조금도 서슴지 않고 어거스틴은 그의 손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 “대주교 성하, 제가 의로움을 깨닫게 된 이래로 하느님과 사람에게 범죄하지 않는 양심을 갖기 위해 항상 번민해 왔다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찌렁 찌렁 울리는 소리로 선언을 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지성소 안에서 나와 얼굴을 맞대고 비행을 고발할 용기가 있는 분 계십니까?” 그의 두 눈은 분노로 반쯤 감겨있었다. 그는 잠깐 기다렸다. 사람들은 꼼짝도 안 했다. 


 “없지요!” 그는 뇌성 같이 외쳤다. 


 “그러나 여러분 가운데 몇 사람과 도나티스트의 일부 몇 사람이 여러분의 친구와 이웃에게 독사의 독을 뿜었습니다.”


 그는 다시 메갈리우스에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곧 침착성을 찾았다.


 “대주교 성하, 이 회중 가운데 몇 사람은 제가 유혹할 목적으로 어떤 처녀의 애찬 속에 사랑의 미약을 넣었다고 나를 고발했습니다. 성하께서는 제 생활 태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시겠습니까?” 


 메갈리우스가 주저하자 어거스틴의 뒤에서 몇 사람이 소리쳤다.


 “증인의 말을 들어봅시다!”


 그는 어깨 너머로 머리를 돌리고 말했다.


 “알리피우스, 이리로 나와주시오.”


 어거스틴과 가장 친한 친구가 통로로 내려오자 사람들은 목을 늘이고 내다보았다. 알리피우스는 곧 사제가 된다. 타가스테의 주교가 그를 유능한 지도자로 인정했으며, 그를 사제로 임명하기로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


 “자, 알리피우스, 당신은 내가 타가스테에서 수도원을 세울 때 나와 함께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있었습니다.”


 “내가 애찬을 교환하는 관례를 제정했는지 말해 주시오.”


 “안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했나요?”


 “했습니다. 어거스틴은 그런 관습에서 어떤 미덕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지요. 성경에도 그 관례를 밑받침 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고요. 그 의식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경의 원리를 부인하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신약성서 시대에 우상에게 바쳤던 고기를 먹는 일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교인이 그것을 먹었다고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안 먹는다고 더 나빠지는 것도 아니라는 바울의 입장을 밝혔지요.”


 “알리피우스는 내가 타가스테에서 예배 드린 교회 안에서 애찬을 주거나 받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한 번도 없습니다.” 알리피우스가 말했다.


 “고맙소.” 어거스틴은 메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성하께서는 알리피우스에게 질문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메갈리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거스틴은 알리피우스에게 물러가라고 손짓을 하고는 소리쳤다.


 “포시디우스, 회당 앞으로 나와 주시겠습니까?”


 포시디우스는 이런 큰일에 자기도 공헌하고 싶어서 급히 그에게 나왔다. 그는 알리피우스가 한 것과 같은 어거스틴의 질문에 대답했다.


 바로 그 때 한 수도사가 발끝으로 걸어 들어와 헤라클리우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는 이미 돌아와서 일이 진행되는 동안 어거스틴 옆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흥분이 된 헤라클리우스는 사제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루칠라가 여기 와 있어요.”


 어거스틴은 눈을 한 번 깜박 하고는 침착하게 서 있었다. 


 다시 한 번 그는 회중에게 돌아섰다.


 “여러분 가운데 내가 여러분 앞에서 애찬을 나누어주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할 분 계십니까?”


 얼음 같은 침묵이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그는 깊은 숨을 몰아 쉬고 말했다.


 “루칠라 앞으로 나와 주기 바랍니다.”


 어거스틴의 말이 있자 부인석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울음이 터져나오고 이어서 항거하는 소리가 났다.


 “아니어요, 아니어요!” 오열하는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제발 좀 비켜주셔요.”


 사람들이 길을 내주었다. 젊은 여인이 공포로 실성한 듯이 날뛰며 얼굴은 격정에 못 이겨 빨개가지고 통로로 뛰어들었다.


 “아, 불쌍히 여겨주세요!” 강단 앞으로 그녀를 밀어내는 여자들의 손을 뿌리치면서 그녀는 빌었다.


 “제발, 사랑으로...”


 “저리로 올라가요!” 어떤 힘센 여자가 그녀의 팔을 끌어 잡아당겼다.


 “네가 이 더러운 일을 시작했으니까 이제 그걸 끝내야지.”


 메갈리우스는 엄숙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통로 끝에 서 있었다. 어거스틴은 공포에 떠는 처녀를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처녀를 불러낸 것을 후회했다.


 “성하님, 여기 그 여자가 왔습니다.” 몸집이 큰 여자가 메갈리우스에게 말했다.


 “결국은 그 여자가 사실을 말하게 하소서.”


 그날 어거스틴에게 말을 걸었던 루칠라는 농부의 딸인데, 자극적인 붉은 입술과 부드러운 갈색 눈을 한 예쁘게 생긴 젊은 처녀였다. 지금 그녀는 대주교 앞에 꿇어앉아서 두 손을 비비 꼬며 가엾게 흐느껴 울고 있었다. 


 “나의 자녀여.” 메갈리우스가 말했다.


 “너는 정의를 위해서 여기 나와있다. 나는 온 우주의 심판관 앞에서 네가 나에게 진실하게 대답하기를 명한다. 이 주교께서 너에게 사랑의 미약을 주었는가?”


 “아니요, 안 그랬어요!” 그녀는 흐느꼈다.


 “그러면 너는 하느님과 여러 증인들 앞에서 그에게 대해 퍼뜨린 죄악의 거짓말을 취소하겠는가?”


 “네, 그러하옵니다. 하느님, 저의 나쁜 죄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가 소리쳤다.


 “하나 더 묻겠소.” 메갈리우스가 말했다.


 “너는 그 소문을 내도록 도나티스트들에게 이용을 당했는가?”


 처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아저씨가...” 그녀는 너무나 괴로워 말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나중에 조사해 보겠다.” 메갈리우스는 그녀를 통로로 데리고 온 여자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 처녀를 데려가시오.”


 그 여자는 떨고 있는 처녀를 데리고 통로를 지나 교회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연극이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군중 가운데서 호기심에 찬 사람들은 멋진 쇼를 보게 된 것을 아주 기뻐했다.


 정통파들은 그들이 존경하는 사제가 죄 없음이 밝혀져 기뻐했고, 반대로 도나티스트들은 재판이 잘못되었다고 투덜거리면서 회당을 빠져나갔다. 미소를 지으며 메갈리우스는 그의 손을 들어올렸다.


 “히포의 시민 여러분, 이 젊은 사제는...” 그는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어거스틴을 가리켰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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