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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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49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알리피우스는 친구에게 빨리 인사를 하고 싶었다. 교회 밖에서는 주교와 수도사들과 평신도들이 어거스틴이 나오자마자 그에게 몰려들어 그의 손을 꼭 쥐고 폭발적인 사태를 잘 다루어준 데 대해서 축하의 말을 떠들어댔다.


 그런 다음에야 그들은 발레리우스가 나타나 어거스틴을 껴안으려고 앞으로 나섰을 때 길을 내주었다. 


 “난 대기실에서 모두 듣고 있었네. 하느님께서 자네에게 잔을 내리시기를 빌겠네. 우리가 자네를 성직에 임명한 건 아주 잘한 일이었네.”


 마침내 알리피우스가 그의 두 손을 잡았다.


 “자네, 정말 굉장했어!”


 어거스틴이 미소지었다.


 “알리피우스, 자넨 법정에서 공정한 증인으로 이름난 사람일세. 그러니 그 소리 한 번 더 듣고 싶은 걸. 자, 식사하러 가세. 몹시 시장한데.”


 그들이 식사하러 들어갈 수도원은 회당 마당의 동쪽 끝에 있는 3층 석조건물이었다. 어거스틴은 발레리우스 덕분에 최근에 그 건물을 세웠다. 그리고 타가스테에서처럼 지방 출신의 남성들이 그의 새 수도회에 수도사로 등록하려고 계속 몰려왔다.


 “자넨 굉장한 승리를 거둔 셈이네.” 알리피우스는 식당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말했다.


 “별로 마음 놓을 일이 아니어서 걱정이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오늘 단단히 결심했어. 내일이면 축제의 흥분에 다시 휩쓸릴 사람들이 많지 않겠나. 피에 물드는 본질이 있거든. 내년에도 나는 다시 ‘환희의 날’을 비판할 작정이네.”


 사제와 수도사들이 수도원 마당에 있는 나무 밑을 산책하면서 성전에서 일어난 극적인 장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심이 크다고 해서 일이 잘되어 나가는 것만은 아니란 걸 알리피우스는 깨달았다. 어거스틴이 지나갈 때 그의 많은 동료들이 진심으로 인사하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은 고개만 끄덕였고, 어떤 이는 노골적으로 외면했다.


 질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알리피우스는 생각했다. 그들이 식당에 가까워지자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여자의 음성이 조심스럽게 그들을 불렀다. 그들이 돌아서자 그 곳엔 연분홍 자켓에 검은 띠를 잡아맨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는 무척 당황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소녀는 손가락으로 검은 띠를 쥐어뜯으며 눈을 내리깔고 서 있었는데 젊은 혈색과 햇빛에 뺨이 물들어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루칠라, 무슨 일이지?” 어거스틴이 온화하게 물었다.


 소녀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샌들로 잔디를 쓸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어거스틴이 또 물었다. “뭐 좀 도와줄까?”


 그래도 대답이 없었다. 이윽고 소녀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녀는 간신히 한 마디를 속삭였다.


 “애찬을.” 소녀는 그 말을 하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멀리 도망쳤다.


 어거스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애찬?”


 애찬이란 몇 해 전부터 교회 안에서 생긴 관습이었다. 어떤 교인들이 친교의 정신을 표시하기 위해서 한 조각의 사랑의 빵인 애찬을 주고받는 관습을 시작했다. 그것도 어거스틴이 아주 싫어하는 이교의 냄새가 났다. 그는 그 관습을 싫어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면 내버려두었다.

 

 

 


 “아마 그 소녀도 자네와 애찬을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지.” 알리피우스가 추측해서 말했다. 어거스틴은 알리피우스와 마찬가지로 궁금증이 생겼다. “그것 참 이상한데. 어째서 그 소녀가 그렇게 당황해 하는지 알고 싶군. 그 소녀는 내가 그런 걸 좋아하지도 않고 그 용어도 쓰지 않는 걸 나중에야 생각해낸 모양일세.” 


 “모든 여성의 행동은 다 이상하기만 하지 않나!” 알리피우스가 말했다.


 어거스틴은 껄껄 웃었다.


 “자네 말이 맞네.” 그는 친구의 팔을 잡고 이번엔 그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자넨 언제쯤 안수를 받겠나?”


 얼마 동안 알리피우스는 배고픈 것도 잊었다.


 “자네가 설교를 하는 동안 난 자네를 쫓아 성직에 몸을 담고 싶어졌네.” 그는 엄숙하게 고백했다.


 “자네가 첫 설교를 할 때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지. 그것이 하느님의 부름이라는 걸까?”


 어거스틴이 친구의 팔을 꽉 붙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한 가지 분명히 알아 두게. 친구여, 자넨 하느님의 부름에 거역할 수가 없다는 걸 말일세.”

 

 

∽ 36 ∽

 


누가 고통과 환난을 좋아하겠습니까?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그 고통을 참고 그 고통을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고백록

 

 “타가스테에선 모두 별일 없겠지?” 어거스틴은 포시디우스에게 물었다. 그는 알리피우스가 다녀간 지 얼마 안되어 히포시를 방문한 것이다.


 “잘 되어가고 있으리라 믿네만.”


 “그 이상 하느님의 축복을 바랄 수 없을 정도입니다.” 포시디우스가 말했다.


 “모두들 형님을 보고 싶어하지요.”


 어거스틴이 미소를 지었다. 마흔 두 살이 된 그의 미소는 젊었을 때보다 여위고 주름살이 늘긴 했어도 본래의 매력을 잃지는 않고 있었다. 


 “난 잠시도 타가스테를 잊은 적이 없네.”


 “알리피우스가 주님의 이름으로 사제님께 안부를 전합니다. 다른 수도사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있으시기를. 난 그 친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보고 싶다네.”


 그들은 수도원 식당에 들어가 식탁에 앉았다. 수도사들이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을 남겨놓고 모두 물러났다. 어거스틴은 엄숙한 표정이 되며 말을 이었다.


 “복음은 내게 항상 두려움을 준다네. 그것은 바울도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 그가 고린도 교회에 낸 서신을 기억하지? ‘나는 약한 생각, 두려운 생각, 떨리는 생각으로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는 같은 내용 끝에 이렇게 썼네. ‘나는 기쁨이 넘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나의 모순이지요.” 포시디우스가 응답했다.


“맞아. 난 제단에서 가르칠 때 사람들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네. 여기 내 앞에 거리의 여자들이 조개 같이 텅 빈 마음으로, 그러면서 야간보초처럼 외롭게 서 있네. 그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내 말을 들으려 왔지. 난 아무래도 좋았네. 그들에게 보여줄 살아계신 참된 하느님이 내게 계시니까. 하느님께선 그의 말씀이 불과 같고, 바위를 산산조각 내는 망치와 같다고 하셨네, 나는 그 불을 던지고 망치를 휘두르네, 그런 다음 하느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루시는 모습을 그리며 바라본다네. 하느님은 그대로 한다네. 말씀하신 대로 말일세.”


 포시디우스는 자신이 피이스 성전의 회중들을 마음 속에 그려보고 있음을 발견하고, 사제의 정열에 넋을 잃고 있었다. 어거스틴은 말하면서 묘한 웃음을 떠올렸다. 포시디우스는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타가스테에 있을 때 그 수도원장을 존경했던 그는 지금 히포에 와서는 몇 시간 안 되어 사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키케로의 말을 인용해서 성직이 매력을 주는 면을 이렇게 요약해 보았네, ‘가르친다는 것은 승리하는 일.’


 갑작스런 충동이 친구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은 마음이 되어 포시디우스를 사로잡았다. 그 후 몇 해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히포에 간 첫날 밤에 나는 복음을 전파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라고.


 그는 감정을 억제하며 말했다. 사람들 말이, 발레리우스가 은퇴할 때 형님을 주교로 추천한다고 하더군요.”


 “나도 들었네. 솔직히 말해서 난 성직을 맡게 될 때 두려워했던 것만큼 그 일도 두려워하고 있네.”


 “형님같이 재능 있는 분이 두려우실 게 있습니까? 이 수도원은 어떤가요?”


 “내가 말해 볼까?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 그리고 가장 나쁜 사람들이 이 수도원에 살고 있다고?”


 포시디우스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어거스틴은 식당 벽에 걸린 자작나무 현판을 가리켰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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