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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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46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 33 ∽

 


너무나 오래 되었고 아직도 새로운 아름다움이신 주님, 당신을 너무나 늦게야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 고백록

 

 어거스틴은 타카스테로 들어가는 산기슭에 수도원을 세웠다. 그는 조용한 곳을 택하고 싶었으나 그가 물려받은 땅이 그 곳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파트리키우스의 본가는 팔렸고 그 돈은 빚을 갚는 데 썼다. 그 도시의 성문 근처에 남은 토지만이 꽤 많던 재산 중에 남아 있는 유일한 땅이었다. 
 

거스틴과 그의 친구들은 그 땅 한복판에 있는 허술한 집을 수도원 본관 건물로 고쳤다. 그들은 나무 벤치와 식탁과 책장과 침대 외의 가구는 다 치워버렸다. 모든 것을 간소하게 꾸몄다. 


 어거스틴은 새 수도원 원장이 들어갈 암자를 먼저 차지하려고 고집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다른 수도사들에게 은밀한 가운데 기도할 수 있고 명상할 수 있도록 조그만 방을 각각 내주었다. 


 그들은 자그마한 경당을 본관 옆에 세웠다. 그들은 야채를 심고 꽃을 가꿨다. 밀라노에 머물면서도 항상 이곳의 발전에 관심과 동정을 보내던 로마니아누스의 관대한 처사로 가축과 새들이 생겼다. 그래서 그들은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


 푸르른 산, 무성한 풀밭, 언덕에서 속삭이며 흘러내려오는 시냇물은 새 집의 전원적인 배경을 이루었다. 머리 위의 푸른 거울 같은 하늘과 주위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공기는 더 바랄 것이 없게 했다. 


 수도원 경비로 쓰고 남은 얼마 안 되는 돈을, 어거스틴은 가난한 이웃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타가스테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이 지역 안에 처음 생기는 이 새로운 기획을 어린이들처럼 열렬하게 기뻐했다. 그의 변화에 대한 소식은 물론이고, 수사학자로서의 그의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 결과 많은 그의 옛 친구와 친지들이 그와 상담하려고 수도원에 몰려왔다. 어떤 사람은 수도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두 주일도 안 되어 인원이 꽉 차 대기자 명단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


 마침내 그의 출생지에 거주할 수 있도록 허락이 되어 그는 만족해했다. 후두염이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었지만 건강이 대체로 좋아져 그는 하루에 백 번도 더 하느님을 찬양했다.


 그는 성경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능한 한 주석의 도움을 받아 방안에 틀어박혀 눈이 아플 때까지 성경을 열심히 읽었다. 난해한 부문은 특별히 더 그의 마음을 끌었다. 그는 시편의 참회 부분에 더 몰두했다. 이따금 뛰는 가슴을 안고 좋아하는 시편을 음미하다가 눈을 들어 언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모든 나의 소망은 당신의 측량할 수 없는 자비 속에서만 넘칩니다. 당신이 명령한 것은 다 이루게 하소서. 당신이 뜻하신 것을 명하소서.” 때로는, “그가 사랑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사랑하시는 당신에게 그는 너무 약소하게 사랑을 합니다.” “항상 타오르며 결코 없어지지 않는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이여, 나를 불붙게 하소서!” “당신은 큰 소리로 불러내 어둔 귀를 뚫어주셨습니다. 당신은 활활 불타오르게 비춰주사 내 먼눈을 쫓았습니다. 당신은 향기로워 내가 숨을 들이킬 때와 같이 당신을 갈망합니다.”


 때때로 저녁연기가 풀밭 끝에서 고리 모양으로 감겨 올라갈 무렵이면, 그는 수도원을 떠나 타가스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헤매기도 했다. 황혼에 홀로 넓은 고원에 우뚝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난폭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저녁마다 그는 할로우에서 놀기도 하고 싸움도 했다. 밤이면 젊은 도적떼를 이끌고 배 밭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어머니가 그녀의 주님 앞에 샘물처럼 그녀의 마음을 쏟아놓고 아들의 구원을 호소하며 보냈던 날들을 회상했다. 그는 스펜디우스를 생각했다. 죽음이 그를 유괴하듯 빼앗아가고 그의 가슴을 찢어놓았고, 그를 몸부림쳐 울게 했다.


 다음 날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온갖 것이 다 저장되어 있는 내 기억의 창고 깊숙이 들어갔다. 나는 깊이 생각했고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하여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분별할 수 없었다.”


 몇 달을 두고 그는 마니교의 옛 친구들에게 내세울 논증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로마 제국의 여러 지역에서처럼 아프리카에서도 그들은 판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주의를 위해 교회를 새 사람을 보충하는 정거장으로 이용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어거스틴은 그들의 잘못을 폭로하는 책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쓰면서도 분개했다. “마니교도들은 자만심을 가지고 헛소리 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입술엔 악마의 덫이 들어 있었다. 여러 개의 마디가 합쳐서 만들어진 끈끈이였다. 소돔의 인간들이며 타락하고 비뚤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어리석음을 생각할 때 그의 가슴은 구멍 뚫린 가죽부대처럼 폭발되었다. 그의 갈대 펜 끝에선 야유가 흘러나왔다. “얼마나 황당무계한 생각인가! 얼마나 놀라운 바보짓인가! 굉장한 관습! 훌륭한 도덕! 이름난 절제!”


 그는 열을 올리는 것만큼 광명을 나눠주었다. 9년 동안을 아주 가까이서 그들의 교리를 연구했으므로 그는 요령은 물론 권위 있게 토론할 자격도 있었다. 
 그는 카르타고에 가있는 네브리디우스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만왕의 왕께서 이 불타오르는 가지를 마니교라는 배신의 터널과 감옥을 통해 그의 길을 밝히신 이유를 이제야 알았네. 그것은 왕께서 언젠가는 성령의 칼로 이방인의 떼를 몰아내게 하려고 그 어둠의 땅을 살피게 하신 걸세.”


 마니교도들은 분개하면서도 그를 두려워했다. 그는 여가가 생기면 그의 취미를 살려 나갔다. 여기 이 수도원의 새 원장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문법, 수사학, 수학, 철학에 대한 논문을 썼다. 


음악에 대해서도 여섯 권의 책을 완성했는데, 그 중의 다섯 권째 책은 밀라노에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예술과 시에 대해서도 썼다. 그는 편지를 너무나 많이 썼기 때문에 상아 서판과 양피지가 모두 닳아버렸다. 


 로마 제국은 그를 민법의 권위자로 인정했으며, 아프리카 사람들은 항상 상담을 하고자 그에게 와서 호소했다. 요원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그의 정열로 그는 힘든 일과를 해낼 수가 있었다.


 매일 새벽 그는 수도사들을 깨워 식당에 불러들여 찬송가를 불렀다. 어거스틴 혹은 다른 사람이 성경을 한 구절 읽고 기도를 인도했다.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고 난 수도사들은 과수원과 채소밭으로 나가 일했다. 어거스틴은 그의 방에 들어가서 연구하고 글을 쓰고 했다. 


 기도와 휴식 시간은 9시, 12시, 오후 3시로 나누었다. 오후 늦게 먹는 점심은 아침식사보다 더 풍부하고 든든하게 식단을 짰다. 어거스틴은 저녁이 되면 자유롭게 책도 읽고 산보도 하고 목욕도 하며 토론도 하게 했다.


 규칙 문제가 생기는 일은 별로 없었다.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다. 어거스틴의 가장 큰 기쁨 중의 하나는, 오후마다 아데오다투스와 단 둘이 따로 떨어져 시냇가나 언덕 위의 조용한 은신처로 가서, 거기에 앉아 한 시간 동안 교훈의 시간을 갖는 일이었다. 


 아데오다투스는 며칠만 있으면 열일곱 번째의 생일을 맞는다. 젊은 수도사들은 그를 우상화했다. “언젠가는 아버지처럼 유명한 학자가 될 거야. 학자가 될 기질을 타고 났단 말이야.”하고 그들은 말했다.


 어거스틴은 아들이 꼭 멜라니를 닮았다고 생각하곤 했다. 로마의 동전에 새겨진 얼굴이 황제의 얼굴과 같은 것만큼이나.


 그러던 어느 날 이상스런 아프리카의 질병이 소년에게 덮쳤다. 타가스테의 의사들은 소년을 치료하는 데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그런 병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어거스틴은 슬픔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그들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 심한 열 때문에 아데오다투스는 원기를 잃어갔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는 병이 난지 34일째 되는 날, 아버지와 몇 명의 수도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절망 속에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어거스틴은 뺨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방을 겨우 찾아 들어가 기도했다. 그는 멜라니의 말이 생각났다. 


 “아데오다투스가 자기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어요. 그 애 말이 맞을는지도 몰라요. 하느님은 다윗에게서 죄를 짓고 낳은 그의 아들을 치셨어요. 하느님은 나의 죄의 아들도 칠까요?”


 이제 그 의문이 풀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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