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45 전체: 556,372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31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아니, 그렇진 않소.” 그들은 분명히 당황해서 얼굴만 서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만일에 하느님은 불멸이시고 그들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면, 왜 하느님 자신의 일부를 물질과 섞었을까요? 여러분들의 주장처럼 말이오.” 네브리디우스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


 “파…파우스투스 박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그가 당신의 모든 문제를 해…해결해 줄거요.” 마리우스가 네브리디우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나는 몇해동안 같은 말을 들어왔소.” 네브리디우스가 간단히 말했다. 


 “좀 차…참아요. 그는 곧 와요. 곧, 그는 우리 입장을 오…옹호해 주고 모든 걸 명백히 해 줄거요.”


 마리우스의 말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열흘이 지나자 파우스투스 박사가 마니교의 교리와 관련된 강연을 하려고 카르타고에 도착했다.


 그러나 파우스투스도 마니교의 입장을 옹호하지는 않았고 모든 걸 분명하게 밝혀주지 않았다는 점에선 마리우스의 말이 틀렸다. 적어도 고민에 싸인 세 사람의 문의자에겐 그랬다.

 

 

      ∽ 22 ∽

 


 지난 9년 동안 나는 이 파우스투스가 오기를 몹시 갈망하며 기다려 왔더이다. -고백록

 

 어거스틴은 착잡한 심정으로 그 유명한 파우스투스의 강연을 들었다. 수사학자의 눈으로 볼 때 그는 박사의 언변에 감탄했다. 진리 탐구자로서 볼 땐 박사의 강연 내용에 실망했다. 파우스투스가 얘기를 시작한지 십분도 안 되어 강연의 내용은 어거스틴의 내면의 귀에 공허하게 울렸다.


 “누구나 약간의 지성만 있다면 우리의 열 두 영겁이 열 두 궁의 열두 표지와 이 세상의 열 두 단계가 일치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사는 어린이 같이 순진한 눈동자와 로마의 갤리선에 붙은 3단 노의 세 갑판을 연상케 하는 세 개의 주걱턱이 달린 뚱뚱한 남자였다. 그는 분홍 테를 두른 우윳빛 토우가를 입었는데, 옷단엔 움직일 때마다 소리나는 조그만 종이 달려있다. 그는 큰 소리로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연설했다. 그리고 일부러 꾸며내는 몸짓으로 보아 그의 실체를 알만했다.


 “이 영겁들은 태고의 빛으로부터 발산하여 끝없는 초원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방황하고, 상실된 광휘 속에선 보름달이 방황합니다.”


 “저런 약삭빠른 도둑놈.” 어거스틴이 혼자 중얼거렸다. “세네카의 ‘외디푸스’에서 훔쳐낸 문구를 누가 모를 줄 알구.”

 

 

 


 “이런 과정이 계속되는 동안 어둠이 검은 구름에 싸여 지독히 영원한 불로 가득 차 푸른 대양에서 타올랐으나 빛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악마의 무리들은 지옥의 길목에서 저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들은 하늘의 영광인 태초의 인간 그리스도의 밝은 저택을 둘러싸고 있던 희미한 한줄기 빛을 잡을 때까지 그들이 목적한 과정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그린 희미한 원은 사라지고, 그의 미소도 함께 꺼져버렸다. 어거스틴은 옆에 앉아 있는 호노라투스와 네브리디우스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들도 실망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늙은 여우가 거짓말 하고 있는 것 좀 봐.” 그는 호노라투스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 자는 학자가 아닐세. 그저 세네카와 툴리를 인용해서 헛소리 치고 있단 말야.” 호노라투스도 비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이 끝나자 세 친구가 파우스투스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만날 약속을 받아내려 하자 마리우스가 끼어들었다.


 “아, 이봐요, 젊은이들. 위…위대하신 박사님은 가…강연을 하고 나서 피곤하십니다. 그분을 괴롭혀선 안 됩니다.”


 그는 말을 마친 뒤에 마술가 다운 재주를 부려 그 위대한 박사를 데리고 사라져버렸다. 세 사람은 좌절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면담이 이루어진 것은 한주일이 지나서였다. 그날 그들은 마리우스가 가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강연이 끝나자 그들은 강연장 앞으로 몰려갔다. 호노라투스와 네부리디우스는 마리우스를 막아섰고, 어거스틴은 파우스투스에게 곧장 다가갔다.


 “박사님, 저와 제 친구들이 선생님의 강연과 관련해서 몇가지 질문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지요?”


 파우스투스는 아프리카에선 보기 드문 안경을 끼고 있었다. 어거스틴이 그에게 말을 걸자 그는 안경을 한번 들썩하며 질문하는 젊은이를 보고 차갑게 물었다.


 “그대는 누구요?”


 “어거스틴이라고 합니다. 수사학 선생입니다.”


 “어거스틴?” 파우스투스는 안경을 벗어서 손목 위에 톡톡 두드렸다.


 “음, 아, 알겠소. 마리우스가 얘기한 적이 있소. 글도 쓰신다고?”


 그는 어거스틴이 출간한 ‘적절한 아름다움에 대한 소고’라는 책을 말한 것이다. 그 책에서 그는 미에 대한 이론을 폈었다.


 문학가들은 가혹한 말로 그의 역작을 비웃었고, 수사학자의 문학적인 위대성이 환상일 뿐임을 찔러 말했다.

어거스틴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여 그가 더 당황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저 아마추어 정도지요. 선생님, 저의 친구들과 제게 선생님의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다면 우린 선생님께 우리가 갈피를 못잡고 있는 몇가지 문제를 명확하게 듣고자 합니다.”


 “그러구 말구요.” 파우스투스는 팔을 벌리며 친근하게 말했다.


 어거스틴은 그의 어깨를 넘겨다보았다. 강당 저쪽에서 네브리디우스와 호노라투스가 마리우스를 붙드느라 진땀 빼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강간당한 여인처럼 입에서 거품을 내며 그들에게서 빠져 나와 파우스투스를 구출하고자 발버둥을 쳤다.


 “저쪽에 있는 선생님의 수제자께선 저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선생님께 말씀드릴 모양입니다. 무슨 이윤지 그분은 우리가 함께 오는 걸 싫어합니다.” 


 “마리우스! 그만 해둬!” 파우스투스가 그에게 대고 소리 질렀다. 마리우스도 단념했다. 네브리디우스와 호노라투스가 튜닉을 다시 매만진 후에 의기양양하게 어거스틴 곁으로 급히 걸어왔다. 어거스틴은 그들을 파우스투스에게 소개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