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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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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환과윤치호 러시아에가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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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6

민영환과윤치호 러시아에가다 (9)

 

아버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극약 같은 그리고 파멸을 초래하는 이‘행세’가 개인과 국가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 아버님 말씀대로‘행세’를 해야 한다면 정직함, 정의감, 고상한 목표와 이상적인 목적들과는 결별 해야 하리라. 조선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최선의 길을 가려면 나의 아버님은 내가 아버님과 같은 길을 따르기를 바라신다. 내가 만일 아버님이 말씀하시는‘행세’를 하고 싶어한다면, 내 명예와 도덕의 원칙을 모두 내다 버려야 할것이다. ‘행세’는 아버님 말씀대로라면 정직함과 명예심과 보조를 맞추지는 못할테니까. ‘행세’ 함으로서 얻는 것은 오직 영예와 재물 취득일 뿐이다. 오직 천박하고 사악하기만  한 그 성취를 위한 결말은 조정의 관리가 되는 일 외엔 모두 무의미하단 이야기이다…
너무나 고적함을 느끼면서 나는 잠자리에 들어가 아기처럼 소리내어 울었다. 내 아버님은 정말 나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구나.


  

 


 
2월23일. 토요일. 하루종일 눈이 오다. 아주 춥지 않은 날씨. 서울.

 당황하신 상감께서 이 당돌한 대답에 그 말의 뜻을 다른 대신에게 묻지않을 수 없으셨다. 이에 한 노인이 대답하기를,


“전하의 신하는 지금 70세의 노인입니다. 제가 6세 때 처음으로 배운 것은, 부귀와 명예를 위해서는, 세도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안가 14, 15세가 되자 집안이 세도를 펴기 시작했습지요. 그리고 십 년이 흘러 처분에 따라서 혹은 어명에 따라서 권력과 금력의 한 가운데 서게 되었습죠. 집안의 광영과 소득은 오직 이 처분에 따라서 였습니다. 이 제도가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왔지요. 저는 처분대로 세도의 반열에 그리고 노령에 이르렀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저는 세상에서 권력을 차지하는 것외엔 처분대로 성장한 것입니다. 재능과 덕목은 인간의 성쇠에 달린 게 아닙지요. 그러므로 저는 자자신이 스스로 향상을 한다거나 학문으로 직분을 높일 걱정을 한 일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오로지 전하의 충실한 종일 뿐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지금와서 어떤 계획도 배운 적이 없는 개혁을 한다는 것은 우리를   파멸로 이끌뿐입니다. 개화에 대한 한 가지 소망은, 장차 저희 자손들에게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때에나 조정과 백성이 개혁을 하도록 할 수있으리라 사료됩니다.”


2. 아버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극약 같은 그리고 파멸을 초래하는 이‘행세’가 개인과 국가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 아버님 말씀대로‘행세’를 해야 한다면 정직함, 정의감, 고상한 목표와 이상적인 목적들과는 결별 해야 하리라. 조선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최선의 길을 가려면 나의 아버님은 내가 아버님과 같은 길을 따르기를 바라신다. 내가 만일 아버님이 말씀하시는‘행세’를 하고 싶어한다면, 내 명예와 도덕의 원칙을 모두 내다 버려야 할것이다. ‘행세’는 아버님 말씀대로라면 정직함과 명예심과 보조를 맞추지는 못할테니까. ‘행세’ 함으로서 얻는 것은 오직 영예와 재물 취득일 뿐이다. 오직 천박하고 사악하기만  한 그 성취를 위한 결말은 조정의 관리가 되는 일 외엔 모두 무의미하단 이야기이다.


3. 박애심, 자기 부정, 정직한 동기, 성실성, 사랑 등  내가 배워 온 숭고한 목표 등에 대해서나, 내가 집을 떠나 있었던 십 년동안 쌓아 올린 공적도 아버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아버지는‘행세’를 잘 하는 법을 배우는 일 외에는 모두 가치가 없음을 강조하실 뿐이다.


너무나 고적함을 느끼면서 나는 잠자리에 들어가 아기처럼 소리내어 울었다. 내 아버님은 정말 나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구나.


4. 아버님은‘풍속’이라는 관습을 내세워 나를 굴레 씌우려고 하신다. 틀림없이 아버지는 가부장적 권위로 나를 밀어부치실 것이다. 하지만 내 이성과 양심에 따라 더 이상 복종할 수가 없구나.


5. 조선 사람은 누구나 똑똑한 사람이나 능력있는 사람을 쫓아 다닌다. 그러나 조선이 원하는 것은 능력이나 재능이 아니라 애국심과 정직성 뿐이다. 조정에서 일하는 관리들이 그동안 낭비한 지옥같은 음모술수 대신에 국가의 복지 방향으로 능력과 활력을 돌린다면, 개혁은 앞으로 큰 성공의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6. 서광범이 내 작은 아버님께, 미국에서 십년 이상 살았어도, 자기 아버지의 말을  믿지 못 했으리라,고 말했다. 거짓말이 하도 성행하므로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7. 서울인구 중에 열의 일곱은 식객노릇으로 더부살이 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힘께나 쓰는 사람집에는 으례히 게름뱅이 들이 모여들어서 온종일 쓸모없는 소리나 지껄이며 담배 피우고 먹고 자는것이 일이다. 이런자들은 세월이 좋을때는 얻어먹고 입을것 까지 받다가도 주인이 역경에 처하면 잽싸게 떠나버리거나 비난하기가 일쑤이다. 


8. 지각있는 사람은 일본인들이 조정의 관리직을 맡고 오만하게 지시하는 수모를 견디어내는것을 부끄러워 하는것이 당연하다. 조선의 관리들이 백성을 억압해도   하인 처럼 아첨하며 길들여지는 것을 본 왜놈들과 되놈들이 이를 본받아 불쌍한 서민을 억압하려드는 것이다. 개인이건 단체이건 모두 썩어빠진 조선사회 현실에 넌더리가 난다.  

 

2월27일. 수요일. 아름다운 날씨. 서울.


1. 동학란을 진압하는 관군들이 오히려 무리를 지어 약탈을 일삼다.어느  장터의 장사꾼이 허세를 부리는 관군에게 물었다 “이번에 재미좀(돈) 봤어?”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돈 좀 벌었지”또는 “아무것도 못 건졌어” 이 대화는 마치 장사꾼이 멀리 장사하러 갔다와서 하는 내용과 같은 것이다. 이런 사실은 관군들이 합법적으로 도둑질하거나 살인하도록 허가 해준 격이다.


2. 대원군이 빠져들어 꾸미는 잔인한 계획은 상상을 초월한다  
김학우를 살해한 자객이 잡혔다.자객들은 늙은 대원군에게 고용되어 박영효, 서광범,김홍집,김가진을 제거하도록 했는데 불행하게도 김학우가 당한것이다 


3. 아버지는 노비 방면 이나 사회적 신분을 다른 정책과 연계한 대안도 없이 폐지 하는것을 반대하신다. 아버님은 蔚山兵使로승진 하셨고, 나는 政府參議로 발령이 나다.


 

 

3월1일. 금요일. 서울.


 아름다운 날씨지만, 거리엔 물과 눈이 질퍽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다.  상감께서 베푸는 사은식(진급 신고식-옮긴이) 행사에 참석하려고 대궐에 들어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한 건물안에 들어가 기다리며 시편 23편을 읽다.


 “주님께서는, 내 원수들이 보는 앞에서 내게 잔칫상을 차려주시고, 내 머리에 기름 부으시어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주시니, 내 잔이 넘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 정말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님도 하늘에 계신 주님께 우리 식구가 평화롭게 모여 살기를 간구하는 기도를 해 오셨다. 이제 하느님은 우리의 이 요청을 들어주셨다. 더욱이 아버님과 나는 승진까지 되었다. 아버님이 “하느님이 보여주시는 기적이 말할 수 없이 크구나.”하고 감격하신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어여쁜 내 사랑하는 아내와 자매를 그리워함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내 어여쁜 보뱃덩이가 내 옆에 없다면 얼마나 불행하겠나. 하지만 언제, 어떻게 아내를 이곳에 데려올 수 있단말인가?


조선에서의 생활은, 이곳에 나와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고장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같이 마음 속에 짜증이 나게 만든다.

 

3월2일. 토요일. 구름 낀 날씨. 서울.


어여쁜 내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편지를 받다. 귀여운 자매에게서도 왔다. 2월 20일에 부친 편지다.
나 자신을 조선이라는 틀 속에 개혁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상투를 올리는 문제만 해도 내가 작년 3월에 청국에서 겪었던 것처럼 짜증이 난다. 신발은 왜 그리 뻣뻣하고 꼴 불견인지! 한복은 전혀 활동하도록 만든 옷이 아니다. 버선은 흰 색이고, 갓은 아주 뭣같이 묘하게 생겼다. 한복에 얼룩이 지지 않게 하고, 버선을 잘 신으려면 하루종일 온 정신을 옷과 버선에만 신경쓰며 지내야 한다.

 

3월7일. 목요일. 구름 낀 날씨. 밤에는 폭우가 쏟아지다. 서울. 


오늘 아침에, 동학군을 진압하러 나갔던 일본 관리들이 전투 결과를 적은 보고서를 조정에 제출하다. 군부 대신 조씨는 그 보고서에 별로 관심을 두지않는 것 같다.


알렌 박사가 내게 아직은 상해에 가지말라고 충고해주다. 지금 상황에 조정 관리 규정이 바뀌는 시기에 서울을 떠나면, 새로 임명된 나의 입장에 좋지않은 영향을 주리라는 것이다. 내가 상해로 갈 계획을 다른 날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상해에 있는 나의 보배, 내 아내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미여지는 듯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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