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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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영국의 작은 베네치아(2)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창가에 서있지 말고 이리 와봐요, 여보, 내게 오는구려, 마침내,

울적한 우리 작은 방안으로

우리가 함께 즐겁게 지은 작은 집 안으로. 하느님은 공평도 하시지.

프랑스 왕도 나를 용서해줄 거요. 밤이면 더 할거요.

우리 서로 사랑을 나누기로 해요. 왜 가려고?

당신의 사촌이 여기 또 왔소? 밖에서 기다린단 말이오?

당신을 꼭 만나려고 -당신은, 그럼 나와 함께 있지 않겠다고? 빚 때문에?

노름 실컷 해서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당신은 그렇다고 미소 짓는구려?

좋아요, 미소로 내 마음을 사로잡아요! 조금만 더 함께 있어주겠소?

내 맘의 한 부분인 당신의 손과 눈마저 나를 떠나면

내 작품 서명은 어떻게 하며 또 무슨 값어치가 있겠소?

모두가 부질없는 공상일 뿐. 그저 당신 곁에 앉아있게 해주구려

내가 프랑스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단 한 장이라도, 꼭 한 장만 더 -성모님의 얼굴을.

지금은 당신을 그리고 싶지 않소!

그리고 그 자에게 다른 두어 가지 일에 끼어들게 해야 돼요

그가 당신 곁에 머물겠다면 말이오. 만사가 잘 풀리게 될 거요

당신 사촌이 종작없는 놀음을 계속한다면 말이오. 게다가,

내가 최선을 다해 걱정해줄 일은,

당신이 그 놀음에 열 세 번을 거는 일이오!

여보, 이제 만족하오? 아, 하지만 그 자가 무얼하던,

당신 사촌 오라비는 무얼로 당신을 보다 즐겁게 해주겠다는 게요?

나는 오늘 밤까지 평화롭게 성장해왔소.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소, 내게 변화가 올 터인데도 말이오.

나의 과거의 삶이 아직 펼쳐져 있는데 내 삶이 왜 바뀌어야 하나?

가장 잘못된 일은 프란시스 왕에게 간 일이었다오! 그게 사실이오

내가 그가 던져준 돈을 집어온 것은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었소.

게다가 이 집을 지음으로 죄를 짓게 된 일이오. 사람들이 모두 말하더군요.

틀림없이 그 생활에 조화를 깨뜨리는 일이 생겼소. 그래요.

당신은 나를 나무랄게 없이 흡족하게 사랑했고, 오늘 밤에도 그렇게 보였소.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생각하오. 그런데 한 가지 더 가지고 싶은 건 무엇일까?

아마도 하늘나라에서 새로운 인연이, 한 번만 더 새로운 인연이 생긴다면 -

네 개의 벽으로 둘러싸인 새 예루살렘 성 안에서,

천사의 피리 소리에 맞추어 각자의 자리가 정해질 거요.

또 들려오는구려, 당신 사촌 오라비가 당신을 불러내는 저 휘파람소리! 이제 가 봐요, 내 사랑.” (<흠절없는 화가 안드레아 델 사르토> 윤경남 옮김)

 

 한 예술가의 영혼이 아내에 대한 사랑과 고뇌로 갈등을 겪는 이 시는, 267행의 긴 독백 극시로 끝난다. 안드레아 델 사르토가 그의 악처와 루크레치아를 연상하며 언거번거하다가, 결국은 사랑하는 여인을 놓치고 마는 마지막 장면엔, 참을 수없이 측은한 눈물이 난다.

로버트 브라우닝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유심론적 정신주의 특성을 가진 시인이며 극작가이다. 실존한 역사적 인물이나 가상 인물을 모델로(통해) 사랑의 갈등과 고통스런 삶의 문제를 다룬 것이 그의 독백극 시의 특성이다.

 브라우닝은 목숨처럼 사랑하던 아내 엘리자베스와 15년 동안 꿈같이 아름다운 피렌체의 사랑의 둥지에서 부부가 작품생활을 함께했다. 그러나 병약한 엘리자벳은 아들 하나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브라우닝은 엘리자벳이 없는 피렌체를 가슴에 묻고, 1861년에 영국에 다시 돌아온다.
 런던 운하 옆에 버드나무가 휘늘어진 강가에 보트들이 수로를 따라 줄지어 있는 마을에 정박한다. 이탈리아의 추억을 연장하듯 작은 배들이 떠있는 그 운하마을을 마치 ‘작은 베네치아’ 같이 아름답다고 브라우닝이 말해서 그곳을 ‘리틀 베네치아’ 혹은 ‘브라우닝의 연못’이라고 부른다.

브라우닝은 이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귀부인 애쉬번 루이자와 교제하며 사랑을 나누었으나, 그녀의 애타는 청혼을 거절한다. 루이자가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킨 루크레치아와 같은 악처가 될 것을 두려워한 건 아닐까?

 셰익스피어 로얄 극장에서 연극을 구경하고 나면 에이번 강 일대에 있는 중세기 시대의 성들을 둘러보게 되어있다. 그곳에서 가까운 유령의 성 같은 <케닐워드 성>-월터 스콧의 작품에 나오는 성을 지나면, 카디프 성을 구경한 다음에 워릭셔 에이번 혹은 셰익스피어 에이번이라고도 부르는 워릭성Warwick Castle이 나온다.

잔디위로 짙푸른 꽁지를 이 성의 왕자인양 길게 늘이고 산책하는 벼슬 높은 공작새도 만날 수 있다. 잔디 위의 깃털을 주워 셰익스피어의 펜대인양 모자에 꽂았는데 바람 결에 어느새 날아가 버렸다.

 이 워릭셔에 있는 작은 베네치아는 스트랫포드의 셰익스피어 극장 앞을 흐르는 에이번 강이 삼각주를 이루는 모퉁이에 있다. 가지각색으로 장식한 보트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 보트 정박장은 마치 영국의 Canterbury Cathedral을 찾아갔을 때, 캔터베리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개여울에 작은 보트가 떠있는 것을 보고 놀라던 생각이 난다.

 그 보트 위에 한 남자가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는 마치<흠절없는 화가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부인 루크레치아를 창 밖에서 휘파람으로 유혹하던 남자 같기도 하고, 로버트 브라우닝이 마치 사랑하던 엘리자벳을 그의 보트에 태워주려고 기다리고 서있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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