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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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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국제펜클럽 경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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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

 


 올 여름 오랜만에 고국을 찾아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한 제78차 국제펜클럽 경주대회에 참석한 후 서울에서 숨 돌릴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토론토 집에 다시 돌아왔다. 그 사이 색색으로 눈부시게 물든 단풍잎새들이 피곤한 우리 부부를 푸근하게 감싸며 반겨준다.
 세계 백 여 나라의 작가들이 모인 국제펜클럽의 회장 존 랠스톤 소울 박사는 캐나다 작가이다. 부인은 캐나다총독을 지낸 아름다운 아드리엔 클락슨씨. 토론토에서 알게 된 소울 회장의 권고로 펜클럽회원이 아닌 남편 민석홍 사장도 동반자로 함께 참석했다. 그는 낯선 작가들 틈에서 “인생수업의 경험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인각사 방문과 일연공원의 야외놀이 및 북한의 사상범 감옥 이야기인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감명 깊게 감상했다. 
 


또한 경주 방폐장에선 지하에 버섯모양의 땅굴에 화강암으로 만든 자연암반 속에서 방사성 누출이 되는지, 엔지니어의 눈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일본해가 아닌 동해바다에 묘를 쓴 삼국시대의 문무대왕비도 멀리서 바라보고, 국제펜클럽회장과 한국펜클럽회장,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등이 번갈아 베푸는 만찬을 함께 즐겼다. 
이번 대회 장소가 긴 역사의 숨소리가 들리는 고도(古都) 경주인 것이 아무래도 소울 박사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했다. 과연 그는 2010년 한국 만해문학상을 받은 작가답게 “경주 양동마을에서 이언적의 큰 한옥마당을 거닐며 옛 선비의 집 안뜰과 문들을 넘나들 때 (셰익스피어의?) 소넷이 들려오는 듯한 환희와 적요를 느꼈다”고 그의 철학 수필집 ‘무의식 속의 문명’에 썼기에, 이것이 세계펜대회 장소를 경주로 결정한 그의 직관력의 조화가 아닌가, 직접 물었더니 사실이란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자 2명이 참석한 것은 대회에 큰 활력제가 되었다.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수상자인 나이지리아의 월레 소잉카(1986년 수상)와 프랑스의 르 끌레지오(2008년 수상) 외에도 이어령 교수, 이문열 소설가, 김남조 시인 등 한국문학의 거장들이 이번 모임에 참석했다.
 세계 114개국 143개 센터에서 모여든 이번 대회는 4차례의 총회, 분과회의, 세미나, 문학기행, 한국의 시조문학 포럼이 진행되고, 특히 ‘언어표현을 자유롭게(Free the word)!’ 외치는 분과에서는 이번 대회에 특별히 눈길을 끄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삶과 문학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청중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주재하는 분과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 북 사인회, 국제 PEN의 역사 및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전, 회원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도서전시장에 가서 문우들의 책과 작가들의 그림들을 구경하며 내가 보낸 작품 ‘부부의 십계명’(1987)과 영문 포토에세이 ‘The Fragrance of the Holy Land’(2009)를 들고 사진도 찍었다.
대회 둘째 날과 셋째 날엔 시낭송회와 대금 등의 국악공연이 환상적으로 이어졌다. 시낭송엔 캐나다에서 함께 참가한 손정숙 회원이 ‘Dusk at Thousand Island’를, 송세훈 회원이 ‘My Shadow’를, 그리고 필자는 ‘Pow-wow, Drum Singing & Dancing Spiritual’을 낭송했다. 
 이번 대회의 큰 소득은 언권과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국제펜클럽답게 북한탈북작가 펜센터의 가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일이다. 특히 우리 캐네디언 친구인 존 사울 세계펜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연임되고, 2015년 세계펜대회는 캐나다에서 열린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길원 한국본부 회장은 규정대로 단임으로 이사장직을 사임하고, 세계펜클럽 이사로 유임한다.
 

 
 

 9월15일 폐회 만찬에서, 소울 회장이 ‘세계문화 올림픽’인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열정적으로 성공시킨 이길원 이사장에게 준 선물은 아주 멋진 가을의 선물이었다. 그 선물은 캐나다에서 자란 큰 단풍나무를 조각해서 만든 과일 담는 함지박! 
 소올 회장의 인사말대로 경주대회는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와 어울리게 ‘우정과 문학, 토론과 근본적인 통합의 마당이 되어 이곳에서 새로운 힘과 즐거움을 얻은’, 우리가 여기에 모인 목적을 이룬 보기 드물게 성공한 펜클럽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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