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96 전체: 555,410 )
(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라오디게아 교회 터
knyoon

 

 

사도요한이 “깨어나라!”고 타이른 아데미 신전에 있는 사데교회 터와 ‘형제 사랑’을 실천한 빌라델비아 교회(사도요한 교회) 앞을 지나 ‘차지도 뜨겁지도 않아서 뱉어버리겠다’(요한계시록 3:15, 16)는 경고를 받은 라오디게아교회 터에 닿았다.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 이 말씀을 들을 때면 누구나 마음이 찔끔해진다. 

오래 전에 우리 교회에는 주일 예배만 끝나면 목사님에게 시비를 거는 장로님이 계셨다. “이 목사, 오늘 설교는 날 보고 하는 말이오?”하고. 목사님 설교가 자기 마음에 찔리면 반성할 일이고 아니면 그만인데 번번이 목사님을 난처하게 했다. 나는 사도요한의 이 호통에 “주님, 저보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겠지요?”하고 감히 되물을 용기도 나지 않는다.

 왜 사도요한은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해 이런 호통을 쳤을까? 그 이유를 이 교회가 있던 곳에 와 보고서야 알았다. 빌라델비아에서 160km 떨어진 터키 내륙지방에 거룩한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히에라볼리스(Hierapolis)는 석회암 성분이 녹아내리며 뿜어 나오는 온천수가 물층계를 이루며 흘러내려 마치 목화로 만든 성채 같아 보인다. 파묵(목화면)의 칼레(城)라는 로마시대의 도시였다. 

 이 뜨거운 온천수가 남부 타우루스 산악지대의 만년설에서 흘러온 찬물과 만나 7km의 수로를 흘러오는 동안 차츰 식어져 미지근해진 곳이 바로 라오디게아다. 환상적인 자연의 풍치(風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라오디게아 교인들은 부유하면서도 많은 유혹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우리 일행은 노을이 붉게 물들 때까지 그 신비한 물층계를 오르내리며 왠지 들뜨는 느낌이었다. 천연의 물에 마음도 따뜻해지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맛보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동이 트는 맑은 새벽녘에 이 온천에서 몸과 마음을 씻으며 한계단 한계단 오르다보면 사도요한이 보여준 수정같은 하느님의 도성이 나올 것만 같았다.

실제로 이 지방에서 돌을 빻아서 만든 '테프라 프리지아'라는 안약은 검은 모직물 산업과 함께 유명하다. 그래서 묵시자는 검은 옷 대신에 깨끗한 흰 옷과 그 안약을 써서 영의 눈을 맑게 하도록 경고한 것이다. 

 

 

“처음 사랑을 잃은 교회는 모두 폐허가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도 야외극장의 아치문 몇 개만 남아 옛날 얘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서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온 다음 옛날에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즐겼다는 로마식 터키탕에서 목욕을 했다. 대리석을 깐 넓은 탕 안에 남녀가 함께 들어가지만 수영복을 입어야 들어갈 수 있다. 온천을 끝내고 밤참을 들면서 “물속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 였을 텐데…”하고 혼잣말을 했더니 “바로 문 밖이 노천온천인데 왜 안 나갔어요?”하고 어느 권사님이 되묻는다. 수증기 서린 더운 물 속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내가 서둘러 나오느라 히에라볼리스의 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 게 못내 아쉬웠다. 

 


묵시자 사도요한이 편지를 보낸 일곱교회를 순례하면서 깨달은 것은, 사도요한은 아시아의 일곱교회 뿐만 아니라 그 외의 보편적인 모든 교회를 향해서 천국백성을 모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도요한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수정같이 빛나는 생명의 강…그 강 양쪽에는 열두가지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열매를 맺고 그 나뭇잎은 만국 백성을 치료하는 약이 된다”고 말한 그 곳으로 인도해주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흰 두루마기를 입고 손에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서 옥좌와 어린 양 앞에 서서, 생명의 나무를 차지할 권세를 얻고 성문으로 그 도성에 들어가려고 자기 두루마기를 깨끗이 빠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그 방법마저 알려주고 있었다.

 

 

휑뎅그렁한 라오디게아 교회 터에 이 자리를 지키려는 듯 씩씩하게 서있는 종려나무 가지들은 신성한 예배에서 빠지지 않는 승리의 기원을 크게 외쳤으리라. 

우리도 새 예루살렘 도성을 밝혀주는 영광의 하느님을 향하여 “아멘, 오소서, 주 예수님! 주 예수의 은총이 모든 이와 함께!”하고, 우리의 영원한 기도와 부활의 신비를 크게 외칠 수 있으리란 새로운 믿음을 다짐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