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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 침묵 피정 3박4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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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6일/ 토요일


제네시 피정 마지막 날이다. 매일 일찍 일어나는 남편 토마스가 오늘은 늦잠을 자서 부랴부랴 준비해 걸어가려니 늦을 것 같아 차를 탔다. 새벽 공기 마시면서 두 손 꼭 잡고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좋아서 차를 타지 않기로 했었는데 할 수 없었다.


시골 아침 5시는 캄캄한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쏟아지고 고요해서 다녀오면 온종일 감사한 시간이 계속되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짧았지만, 그간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지낸 침묵피정 동안 큰 선물을 제 인생에 주신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성당 문을 밀고 나오는데 갑자기 뜨그운 눈물이 핑 돌았다.


다녀와서 아침 식사 후 남은 식재료들을 다음 분들을 위해 정리하고, 수녀님께서 시작하신 수도원에 간단한 감사의 편지를 쓰고, 부엌 테이블에 놓으면서 언제 다시 이런 피정을 해보겠나 생각하니 정든 집에서 멀리 어디론가 떠나가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일찍 짐을 챙겨 나오는데 그간 기도 시간에 뵙던 수녀님을 숙소 앞에서 만났는데 뉴욕에서 오신 루시아 수녀님이라 하셨다. 일주일 되셨다며 너무 짧아서 더 오래 머물고 싶다 하시는데 우린 3박4일이니 오죽 짧은가!


토마스의 빙그레 웃는 모습이 이만하면 됐다는 표정이라 우린 서로 쳐다보며 한바탕 웃었다. 문지기 수사님께 그간 감사한 인사를 드리고 아쉽게 떠나는 제네시를 자꾸 뒤돌아보면서 수도원 앞에 세워진 성모상이 점점 멀어져 가고 그간 은총의 시간이었던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우리는 떠나왔다.


집으로 오면서 우리 일행은 나이아가라로 향했다. 좀 피곤했지만, 수녀님들께 구경시켜 드리고 싶어서였다. 수녀님들도 피곤하고 먼 길 운전 미안해 하시면서도 참 좋아하셔서 폭포 구경 대충 마치고 나이아가라 강과 온타리오 호수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Niagara-on-the-lake 타운으로 향했다.


이 지역은 원래 온기아라(Onghiara)는 중립국 지역이었다는데 영국인들이 마을을 만들고, 후에 웨스트 나이아가라로 알려졌고 이 지역 거주자들 대부분이 미국혁명 직후 미국으로부터 도망쳐 온 왕당파들이라 한다.


한때 캐나다 북부 수도였으며 미국 영국 전쟁기간에 미군에 의해 파괴된 것을 후에 영국이 재건하고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 생산은 아이스와인이 맛이 좋기로 유명하고, 나이아가라대학의 원예 조경 호텔 관광 특히 와이너리 특화 글렌데일 캠퍼스로 와인제조학과가 명성이 높다는 지역이다.


유럽형 가게들을 둘러보며 물건들을 재미있게 보시기에 고르시라 해도 “수녀가 무엇이 필요하냐”며 한사코 거절하셔서 쇼핑은 안 하고 “수녀님, 이때 아니면 사진 찍을 기회 없어요”하며 꾹꾹 찍어대니 수녀님들도 밝게 웃으시며 포즈를 취해서 또 웃었다.


얼마를 가다 보니 캐나다 단풍나무가 많은 공원이 있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가을 향기 가득한 단풍나무 밑 벤치에 앉아서 눈부신 가을 햇살을 받으며 느긋한 시간을 즐겼다.


“한국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공원이 아름답지만 캐나다는 넓고 넓은 땅에 공원도 많고 자연 그대로인 이런 공원이 참 좋다”하시며 따뜻한 가을 햇살이 옴 몸으로 스며들어 눈만 감으면 소록소록 잠이 들것같이 포근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희도 고국이 늘 그립고 이민생활이 힘들 때도 있지만, 살아갈수록 이곳이 마음 편하고 천국 같은 생각이 든다”하니, 캐나다 가을이 아름답다고 일어나실 생각을 안 하신다.


문득 언젠가 긁적인 가을 시 한 편이 떠올랐다.

 

가을 연가 

 

 

빨강 노랑 파랑 수채화로
온 산과 들을 물 들일 때
가을은
어떤 시의 언어도
모자라게 황홀합니다.


 
눈 부신 햇살 아래
곱게 물든 잎마다
당신의 숨결이
흐르는 시에
감사의 환성 절로 나옵니다.


 
알알이 황금으로 맺은
푸짐한 가을걷이는
훈훈한 마음 함께 나누는 
사랑의 추수 계절입니다.

 

우리는 모두 
찬미와 감사의 노래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모두께
퍼지는 가을 노래를 부릅니다.

 

 

마침 아주 작은 새가 나무에 앉아 있는데 허밍버드(Hummingbird) 가 아닐까 자세히 보면서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오래 전에 카페에서 시를 잘 쓰는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물론 사이버(Cyber space) 공간이라 조심을 하는 시공간을 초월한 온라인을 통해서다. 취미 관심이 같은 사람들끼리의 만남으로 카페 정보 교환이며 서로 돕는 카페 친구라 하는 그분은 허밍버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그 새들은 날갯짓을 공중에서 200회쯤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에서 정지(靜止) 상태로 있을 수 있다. 그 새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이미지에 좋은 음악을 넣어 자작시로 완벽하게 만든 영상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친구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과 주로 Meditation 음악인데 그렇게 받은 선물 음악이 모인 내 작은 블로그 음악실에서 가끔 감상하면서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마침 내가 본 새가 허밍버드 같았는데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날쌔게 날아서 놓치고 말았다. 부리가 아주 길고 아름다운데 부딪칠 수 없어 노래는 잘 부를 수 없다며 북미에도 산다 하니까 골프장에서 가끔 작고 예쁜 새를 보게 되면 혹 허밍버드가 아닌가 하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5시쯤에 우리 집에 도착될 것이라 미리 아들 필립에게 전화를 했더니 도착하자 맛있는 음식 냄새로 따뜻한 집이 역시 좋고 갑자기 배가 고팠다. 맛있는 스테이크로 정성을 다하여 만든 저녁 식탁에 수녀님들이 깜짝 놀라시며 다행히 양식을 좋아하셔서 준비한 필립의 얼굴에서는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손 레오 수녀님께서 우리 가족과 평화를 위한 기도에 이어 식사 기도를 바친 후 나이아가라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저녁 식사를 맛있게 했다. 그간 은총의 시간으로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잘 되었고 감사한 마음 가득 안고 수녀원으로 두 수녀님을 모셔다 드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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