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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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기, 같이 죽기
kimhail

 

아침 이른 시간에 한국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캐나다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다는데 괜찮으냐는 안부 전화로, 초등학교 동기동창에 군 입대 동기인 이 친구는 필자 더러 잠시 한국에 나와 있으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한국 뉴스에 캐나다에 대해 어떻게 보도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되 아마도 꽤나 심각하게 비추어지고 있는가 보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군시절의 회상에 잠겼다. 장교로 임관 전 훈련은 정말 혹독했다. 유격 훈련이 떠오르고 각개전투, 화생방 훈련이 생각났다. 그 힘든 걸 어떻게 견뎌 냈을까?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 당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젊기도 했었지만 집단의 힘 아니었을까 싶다. 옆의 동료도 같이 구르고 있고, 친구도 같이 개스 마시고 눈물, 콧물 짜내며 버티고 있으니 나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아마도 그 훈련을 나 혼자 받았다면 버텨내지 못했지 싶다. 거품물고 넘어가 병원으로 실려갔던가, 더는 못하겠노라고 포기하고 주저 앉아 임관을 포기하고 퇴소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겪는 고통은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다 같이 겪는 어려움은 참고 견딜만 하다. 옆에서 서로 힘을 북돋워주고, 같은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


‘다같이 겪는 난리는 난리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은 여러 차례 난리를 겪고 극복해 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죽을 만치 힘들고,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여러 차례의 난리를 우리 조상님들은 견뎌 내셨고 그 유전자들은 분명 몸속에 잘 저장되어 있다.


또한 이때를 위해 ‘시간이 약’이라는 처방전도 오래전 조상님들이 알려 주셨다.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고 그 시간은 결국 어떤 일이나 사건의 종료 시점을 지나도록 되어있다.


힘들지만, 집에만 갇혀 지내는 것도 힘들고, 힘들게 이루어 낸 사업이 아무 잘못없이 하루아침에 주저앉게 된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나만 겪는 일 아니니 마음의 병까지 얻지는 말자.


식당을 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염려되는 점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고객 여러분을 위해’ 한다는 프로모션이다. 필자의 업소는 다행히(?) 그리 경쟁이 심하지 않은 지역에 위치한 데다가 유니크한 메뉴를 취급하는 덕분에 누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별 걱정이 없지만, 한인 밀집 지역의 업소들은 코로나와의 전쟁과 더불어 ‘할인 경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료 배달 정도는 그렇다 쳐도 20%, 30%, one plus one. , 심지어는 50% 할인도 있다.


한집이 할인 행사를 하면 이웃한 다른 집이 더 큰 것을 내 놓는다. 식당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충 가늠해 보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가격에 음식을 판다. 결국 제살 깎아먹기 일뿐 아니라 그 피해는 손님에게도 간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리뷰에 음식 양이 반 밖에 안 된다거나 품질이 형편없다는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심지어는 ‘사장님 직원들 임금이나 법대로 주세요’라는 댓글도 보았다.


사실 이 지나친 경쟁은 손님의 입장에서도 마냥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날 내가 즐겨가던 최애(最愛)식당이 경쟁에서 버티지 못해 사라져버리고,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 또는 양이 하향 평준화되어 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설사 양심적으로 양이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손해 봐가면서 진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고객 여러분을 위해’ 하는 할인이더라도 손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50%를 할인해 주고도 남는 게 있으니까 저러겠지’ 라고 생각하고 평소에 비싸게 먹었음을 억울해 한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한식당의 이윤은 상당히 박한 편이다.


물론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고, 각자의 비즈니스 철학이며 어려운 시기에 살아 남아보고자 치열한 고민 끝에 내어 놓은 솔루션일 테니 필자가 하라 마라 할 이유도 없고 자격도 없다. 그러나 혹시 다같이 죽기로 작정하고 서로 발목을 끈으로 묶은 채 벼랑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어려운 때에 서로 의논하고 힘을 합쳐보면 어떨까 싶다. 공동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연합에 참여한 모든 식당의 메뉴들을 올려 놓고 통합 배달을 시행하면 배달 대행 회사에 주고 있는 30%의 수수료, 또는 각자 따로 고용한 딜리버리맨에게 주어야 하는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함께 의논해 같은 내용의 할인 행사를 하고 광고도 공동으로 하고…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반드시 있을 테다. 경쟁이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지만 모두 힘든 이 시기에 경쟁이 전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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