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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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사건
kimhail

 

 꽤 바빴던 며칠 전 아침시간, 일을 좀 도와주려고 홀에서 손님 떠난 테이블을 치워주고 있을 때 한 테이블의 젊은 여자 손님 두 분이 일어나 나간다. 감사하다고,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니 손까지 흔들며 ‘땡큐’하고는 미소까지 지어주고 나간다.

 

 

 


 잠시 후 포스를 들여다보던 직원이 “사장님 3번 테이블 손님 계산 받으셨어요?” 한다.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간 것이다. 소위 먹튀(먹고 튄다)다.


 헛웃음이 나왔다. 멀쩡하게 생긴 아가씨들이 먹튀라니… 그것도 저리 당당하게…. 헌데, 그로부터 약 한시간쯤 후 가게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까 그 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친구와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깜빡 잊고 페이를 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가서 페이 하겠다”라는, 그리고는 진짜로 저녁에 다시 와서 돈을 지불했다.


 또 다른 놀라움 이었다. 설사 깜빡 잊었다 하더라도 일부러 다시 와서 지불을 하다니, 고마움에 더불어 놀라움 이었다. 무조건 먹튀라고만 생각했던 미안함도 있었다.


 자존심이겠지, 다시 볼일 없을 지라도 돈 몇십불에 양심을 바꾸지 않겠다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먹튀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님들을 일일이 적극적으로 감시(?)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무전취식이 가능해 보인다. 테이블 별로 담당 서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계산만 담당하는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신없이 바쁜 시간에 그저 슬그머니 걸어 나가면 직원들은 서로 다른 직원에게 계산을 했겠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페티오에서 식사를 한 경우에는 그냥 가 버린다 해도 속수무책이다. 


 처음에는 페티오에서 술을 시키거나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담배를 피우겠다고 일어서기라도 하면 불안해서 일부러 주변에서 서성이거나 곁눈질로 주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더구나 한참 객기와 장난기가 넘쳐나는 젊은이들을 상대하는 비즈니스 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다. 


 지금 가게에는 한쪽에 ATM 기계가 있지만 예전에 운영하던 일본라멘 집에는 ATM 기계가 없었다. 간혹 크레딧카드 머신이 고장나 난감한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손님은 카드만 가지고 있을 뿐 현금이 없고, 우리 집 카드 기계는 고장이 나있고, 돈을 받을 방법이 없다.


 인근에 ATM 기계 있는 곳을 알려주고 현금을 찾아 올 수 없겠느냐고 하면서 내심으로는 못 받아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ATM에 돈 찾으러 간다하고 다시 안 온들 어찌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도 그냥 간 사람은 없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주말 아침 이른 시간이었고 손님이 별로 없이 한가해서 지하실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인터폰으로 직원이 좀 올라와 달라기에 가보니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젊은 한인 여성 손님이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보니 깜빡 잊고 크레딧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한다. 오늘 인근 학교에 시험이 있어 급히 서두르느라 전화기도 두고 왔으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차림새나 인상을 보아 일부러 그럴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니 그냥 가시라 했다. 혹 나중에 이쪽에 올일 있으면 그때 페이하면 된다고, 너무 걱정 말고 시험이나 잘 치르라고 했다.


 그런데 한사코 이메일 아이디를 달라고 한다. 집이 이 근처가 아니고 학교도 여기가 아니며 무슨 특별한 시험이 있어 오늘 하루만 오고 다음에는 이 근처에 올 일이 없을 것 같다고, 그러니 이메일로 음식값을 보내겠다고 한다.


 큰 기대 없이 이메일 아이디를 알려 주었고, 그날 저녁에 음식값을 많이 초과하는 금액이 이메일을 통해 들어왔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하고 정직하다. 특히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음식 장사를 하면서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보람이자 행복이다.


 사람이 제값을 하지 못해도 먹튀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어느 한국계 여성 골퍼가 용품 업체로부터 거액의 스폰서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내지 못해 뜻하지 않은 먹튀가 되기도 했다. 


 비싼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칠 때 손님 입장에서는 먹튀를 당한 기분일 테다.


내가 당하는 먹튀만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먹튀를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도 신경을 써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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