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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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 창업?
kimhail

소자본 창업?

 

근래 읽고 있는 책에서 과연 그럴까? 싶은 내용이 있어 반론을 좀 끄적여 볼까 한다. 저자는 요식 업계에서 나름 잘 나가는 창업 컨설턴트 라는데 나 같은 피라미가 감히 저자에게 직접 들이댈 용기는 없으니 그냥 우리끼리 조용히 생각 해 보고 말자.

‘초보 창업의 10계명’이라는 타이틀로 ‘경험이 없는 초보자는 소규모 소자본 창업을 해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절대로 초기 투자금 얼마를 넘기는 창업은 안 된다.’ 라고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 되어 있다.  일견 그럴싸하게 들리기는 한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우선 ‘초보자니까 망해 먹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많이 투자하지 말아라’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망할 것을 전체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없다. 망해도 좋은 사업이 어디 있겠는가?  망할 가능성이 상당 해 보이면 아예 시작을 말아야 한다. 혹시 재벌 아버지가 아들에게 실전 공부 시키느라고 ‘이 범위 내에서 연습 삼아 한번 해봐’ 하면서 돈 한 뭉텅이를 던져 줄 수도 있겠다마는 우리 같은 장 씨네 셋째 아들, 이 씨네 넷째 아들(張三李四)들하고는 무관한 이야기일 테니 논외로 하자.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올 뿐 이라는 뜻이다. 특별한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세상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 투자와 소득은 거의 비례한다.

필요한 소득도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르다. 자녀를 다 키워 시집 장가 보내 놓고, 살고 있는 집의 모기지도 나가는게 없어 두 부부가 용돈 삼아 한달에 삼사천 불 벌어도 되는 가정이 있고 반대로 한달에 만불도 모자라는 가정도 있다. 그런 면에서 ‘많이 벌지 않아도 될 형편이니 조금만 투자해서 경험을 쌓으세요’라면 말이 되겠다마는 월 만불 이상의 생활비를 가져가지 못하면 적자 가계를 꾸려가야 할 형편의 사람에게 소규모로 투자 해 월 3,4천불만 벌으라는 건 ‘조금 하다가 문닫으세요’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오히려 필자의 생각은 그 반대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초보자 일수록 더 큰 투자가 바람직하다.  일단 ‘투자’의 형태부터 따져 보자.

식당의 경우로 한정 해 놓고 보면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볼 수 있다. 기존 영업 중인 식당을 그대로 인수하는 경우와 새로운 식당을 꾸미는 경우.

우선 기존 영업 중인 식당을 인수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잘되는 식당, 수익이 많이 나는 식당은 권리금이 비싸다. 경험 없는 사람이 잘되는 식당 인수해서 다소 서투르게 경영한다 해도 수익의 규모가 좀 줄어들 뿐 하루 아침에 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익이 아주 적은 식당을 싼 값에 인수했다가 까딱 잘못하면 속된말로 한방에 훅가는 수가 생긴다.  잘 안되는 식당을 싼 값에 인수 해 키우는 것, 그것이야 말로 경험이 많은 고수들이나 할 법한 일이다. 초보자라면 오히려 매출과 수익이 안정된 식당을 인수 해 충분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새로운 식당을 꾸미는 경우를 살펴 보자.

‘소자본 투자’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 다른 사람이 문닫고 나가 권리금이 없고, 메인 상권에서 좀 벗어나 렌트비도 싼 곳을 발견했다 치자. 또 ‘소자본 투자’에 목메어 인테리어 공사도 대충 하거나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주방 장비는 모두 중고 시장에서 구한다.  돈 들어가는 일은 나중에 벌어서 하기로 하고 오로지 믿는 것은 본인의 음식 솜씨 또는 고용한 주방장의 능력, “맛만 있으면 다 되게 되어 있어”를 주문처럼 외우며 서둘러 오픈을 한다.

그러나 이제 맛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맛이 없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당신만큼은 다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세상에 있는 모든 음식의 레시피들을 찾을 수 있다. 그냥 허접한 아마추어들의 그것이 아니다. 한가락 한다는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 심지어는 유명 프렌차이즈의 레시피 조차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비슷한 음식, 비슷한 맛이라면 손님은 좀더 접근성이 좋거나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몰리게 되어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가진 돈이 넉넉한데 겁이 나서 ‘소자본 투자’로 경험을 쌓을 요량이면 차라리 우선 다른 집에 직원으로라도 들어가 실력을 쌓은 후 자신감이 생기면 제대로 할 것이며, 자본이 부족해서 ‘소자본 투자’를 해야 할 처지면 안 하는 게 낫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배수진을 치고 모든 것을 걸고 덤벼도 쉽지 않은 것이 작금의 요식업 창업이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겁을 먹고 소극적으로 주춤거릴 일이 아니다.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지만 때론 솥 단지를 부수고 돌아갈 배를 불사르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정신으로 모든 것을 걸고 결사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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