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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미안해!”
kimchiman2017

 

 추측컨대 꽤 많은 동포들이 김치맨이 이혼 두번 하고서 세번째 결혼해서 살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그건 남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도 있는 자랑스러운 일은 못된다. 하지만 자신은 그리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아니,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믿고 또 그리 말한다. 

 

 

 


 삶을 함께 하는 두 남녀가 함께 살아갈수록 서로가 더욱 불행해짐을 깨닫게 된다면 그 즉시 헤어져야만 한다는 게 김치맨의 신념이고 권유이다. 지금은 서울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이혼이 크게 수치스러운 일이 못 되는 걸로 인식돼 있는 것 같다. ‘황혼이혼(黃昏離婚)’ 이라는 표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 또 졸혼(卒婚) 얘기도 나왔다.


 이혼이 아닌 졸혼? 그건 참으로 이기주의적인 발상이 아닐까?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졸업하려면 그 여성분이 자기 갈길 가도록 이혼증서를 써 주었어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는 각기 따로 살면서 자기는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아내에게는 ‘유부녀(Married Woman)’ 라는 굴레를 씌워 놓는 짓이 바로 졸혼인 것 같다. 그래서 졸혼사내는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비열한 녀석이라 본다. 졸장부이다. 


 그런데 10년씩에 가까운 첫 번째, 두 번째의 결혼생활 중에 김치맨은 “여보! 미안해!” 소리를 수도 없이 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여성들에 대해 뭘 잘 모르고 했던 표현들이다. 


 학창시절에 심리학에 심취했었기도 했는데 김치맨은 여성들의 심리엔 문외한이었다. 나이 오십 넘어서야 가까스로, “아하! 내가 여성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었구나!” 한탄했다. 그래서 한동안 존 그레이 박사(Dr. John Gray)의 ‘화성에서 온 남성, 금성에서 온 여성’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에 심취했었다. 그 책을 몇 번이나 되풀이 해 읽었다. 


 지난 21일, 온주실협 회장선거가 신재균 회원의 당선으로 그 막을 내렸다. 마영대, 신재균 두 회장 후보들은 물론 양 후보진영에서 열성적으로 선거를 도왔던 편의점집 바깥주인장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대다수 사내들의 공통점의 하나는 뭐에 한번 몰두하면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자신이 꼭 해야만 된다도 믿는 일을 하게 되면 반쯤은 미친다. 자신이 보람을 느끼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다 보면 자신의 가정과 생업은 2순위, 3순위로 밀려난다. 


 김치맨은 온주실협회장 선거전에 깊이 관여한 적이 여러 번이다. 회장 또는 부회장후보로 나선 게 아닌데도 선거철만 되면 오뉴월 메뚜기처럼 나댔다.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마치 제 일처럼 여기고 무슨 나라를 구하는 위대한 일을 하듯! 선거운동에 열중했다. 


 가게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뒤로 젖혀놓는다. 아침 일찍 밀크가 배달돼 왔는데도 쿨러에 넣지 않고 1시간이 지나도록 전화통만 붙잡고 있기도 했었다. 고객이 카운터 앞에 서 있는데도 카톡 보내느라 정신이 없다. 선거생각만 하다가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잘못 내준다. 10불짜리 지폐 받고서는 20불짜리 낸 걸로 착각하고 잔돈 내주어서 10불 고스란히 손해 본다. 


 아내와 교대하고 선거운동 하러 나가는 길에 은행에 들러 복권값 디파짓해야 하는데도 몇 사람 만나다보면 그걸 까먹는다. 뒤늦게 그 생각이 났지만 은행문은 이미 닫혔다. ATM에 디파짓 했지만 하루 지난 다음에야 입금처리 된다. 펑크나서(NSF, Not Sufficient Fund) 벌금 내고 경고 받게된다.  


 저녁 늦게 가게에 가면 마눌님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기다린다. “무슨 먹고살 일 있다구 그놈의 선거에 미쳤어요?”하며 핀잔준다. 바가지 긁힌다. 입에서 또 다시 “여보! 미안해!’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남성들은 두뇌구조가 여성과는 다른 성 싶다. 아내들은 동시에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동시에 잘 해내는 천부의 재능을 가졌다. 눈으로는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보면서 어깨위에 전화기 얹혀놓고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도 부지런히 손을 놀려 콩나물을 다듬는다. 여성분들은 집안 살림 도맡아 하면서 아이들 키우고 또 가게 일까지 한다. 가정과 가게에서 1인3역을 잘 해내면서도 교회에 나가서는 성가대 등 봉사도 열심히 한다. 


 그런데 남성들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다 잘하지 못한다. 하려다 보면 한 가지는 꼭 망친다. 실수하게 된다. 뭐 하나에 빠지고 미치면 집안일은 물론 생업인 가게도 뒷전으로 밀려난다. 제 할일 제쳐놓고서 그 일에 열중한다. 골프치기에 온 정신 다 쏟는다. 선거철이 되면 지지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일 젖혀놓고 발 벗고 나서서 뛴다. 


 남편이라는 자가 자기 아내에게 “여보! 미안해!” 되풀이해서 말해야만 될 짓들은 왜 했을까? 그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여보! 사랑해!”, “여보! 난 당신 없이는 못 살아!” 등을 입에 달고 살았더라면 두 번씩이나 겪은 가정파탄이라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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