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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변호사
kimchiman2017

 

 별다른 취미가 없으면서도 소싯적에 취미를 써 넣는 란에 ‘영화감상’과 ‘독서’라고 썼던 김치맨이다. 30년간 비디오영화 임대를 해오면서 수많은 영화를 보긴 했으나 책을 읽은 건 그리 많지 않다. 영어가 짧아서이기도 했으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별로 없는 탓이다. 

 

 

 


 그런데 단 하나! 존 그리샴(John Grisham)의 리걸 스릴러(Legal Thriller, 법정 스릴러)는 신간이 나올 적마다 꼭 사서 읽었다. 번역본이 아니라 영문으로 소위 원서이다. 읽다 보면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낯선 법률용어들이 나와 이해가 안 돼도 그저 대충 무슨 뜻이겠거니 하며 상상력을 동원해가며 읽어 내려간다. 


 지난주에는 모처럼 존 그리샴의 최신간 ‘The Whistler’를 거의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존 그리샴의 다른 소설책들처럼 New York Times Bestseller 이다. 그 책은 작년 10월에 하드카버 장정본(Hardcover Edition)으로 나왔는데 김치맨은 포켓북(Pocket Book)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마침 지난 주 화요일에 월마트에서 포켓북을 구입했다. 가격:$13.50. 


 지붕공사도 끝났고 해서 가게 보면서 읽어 내려갔고 틈만 생기면 들여다보아 닷새 만에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좀 더 흥미진진하게 계속 됐으면 하며 아쉬워했지만 어디 그게 내 맘대로 되나? 


 존 그리샴은 변호사출신으로 1989년 첫 번째 소설 ‘A Time to Kill’(번역 제목: 타임 투 킬)을 펴낸 이래 거의 매년 1권씩 30권쯤의 추리소설들을 써냈다. 도서출판계와 언론들에서는 그를 금세기 최고의 리걸 스릴러 작가로 추켜세우고 있다. 그의 소설들은 한국어를 포함, 전 세계 42개국 언어로 번역돼 총 3억 부가 팔렸다. 그의 소설들 중 10여개는 헐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존 그리샴 홈페이지: www.jgrisham.com


 얼마 전 한국 언론사들의 신간안내에 존 그리샴의 책이 번역돼 나왔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책 이름은 ‘불량변호사’로 돼있는데 책 표지에 원제가 나와있지 않아 잠시 의아해 했다. “어라? 내가 읽지 않은 존 그리샴의 새 책이 나왔는가?” 하며 서평을 읽어보니 2015년 발표작인 ‘Rogue Lawyer’ 이다. 존 그리샴의 26번째 소설로 제목을 번역가와 출판사에서 ‘불량변호사’라고 정했던 것이다. 


 Rogue Lawyer? 여기서 Rogue는 정직하지 못하거나 또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A dishonest or unprincipled man)을 뜻한다. Rogue Nation이란 표현은 국제사회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나라를 뜻하며 카다피 치하의 시리아나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지칭한다. 


 소설 제목 ‘Rogue Lawyer’를 ‘불량 변호사’로 번역한 건 번역자와 출판사의 뜻이긴 하지만 김치맨은 그리 잘된 번역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직역하면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겠지만 소설책의 제목은 고유명사임으로 가급적이면 원제 그대로 써주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 그 기사 아래 댓글을 썼다. 번역서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는 책장사 마음이겠지만! 그 원제목의 한글 발음대로 쓰고 괄호 열어 영어원제를 썼어야 하지 않겠는가? 즉 '로그 로이어(Rogue Lawyer)'에 부제를 ‘불량 변호사’라 붙여도 무방하겠다. 


 어쨌거나 번역본 책 겉표지에 원제목을 써넣지 않은 행위는 원저자를 무시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또한 웬만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이해하거나 기본 단어쯤은 알고 있는 많은 독자들을 무시하는 한글번역판 책이름이다. 또한 원저자를 제대로 존중해주지 않은 행위라 본다. 


 그리고 설령 원리원칙을 지키는 착하고 선량한 변호사의 반대어가 ‘불량변호사’라 할지라도 그 소설책의 주인공 변호사는 최소한 악당/나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사법정의가 실현되도록 사법 권력과 맞서 싸우는 용감하고도 정의로운 변호사이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말한다. “나는 외로운 총잡이, 체제와 싸우고 불의를 증오하는 불량배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당신들의 아버지에게, 또 당신들에게 일어날 일 때문이다." 


Rogue Lawyer를 억지 춘향식으로 ‘불량 변호사’라고 번역하려면 차리리 ‘불량배 변호사’가 더 그럴 듯하다 생각된다. 


 물론 김치맨은 그 주인공 변호사가 불량하다거나 불량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법과 제도를 등에 업고 온갖 나쁜 짓들을 해대는 악당들과 홀로 맞서 싸우는 ‘정의의 싸나이’라 여긴다. 


 한국에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래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절실함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법조계에도 그 악명 높은(?) ‘불량변호사’들이 많이 있어 사법부가 크게 개혁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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