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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교수
kimchiman2017

 

 얼마 전 어느 분이 전화를 해왔다. 혹시 XX고등학교 나온 임아무개씨 아니냐구 정중하게 물어왔다. “예!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로?” “야! 너! 나 몰라! 나 아무개야! 3학년 때 6반 아무개야!” 대뜸 반말에 김치맨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며 깜짝 반가워한다. 그 이름을 듣고 알 것도 같고 모르는 녀석인 것 같기도 하고! 


 서울에서 그 전날 왔다는 고교 동기동창은 토론토 딸네 집에 방문차 왔단다. 50여 년 전 고교재학시절에는 서로 어렴프시 알고 지내기만 했던 사이다. 중, 고 6년 동안을 함께 다녔는데도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어 잘 모르는 처지이다. 전화를 하면서 이민 짐 속에 넣어져 태평양 건너 온 고교 졸업앨범을 얼른 꺼내 그 친구를 찾아보았다. 앳된 얼굴의 흑백사진! 51년 전 틴에이저 시절의 까까머리 졸업사진들! 모두가 잘 생기고 의젓하다. 


 그 당시 한 반에 60여 명씩, 8개 반으로 우리 동기는 총 480명이 넘었다. 그 친구는 고교시절에 공부를 꽤 잘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1966년 2월에 졸업한 후로는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 그 친구가 고교 졸업 후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지? 무엇을 하며 한평생을 살아왔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는데 이곳 토론토에서 7순 노인네로 만났다. 


 어릴 적 친구는 흉허물이 없다.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표현이 쓰인다. 그 뜻은 가지고 놀 좋은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에 대나무 작대기를 가랑이 속에 넣고 마치 말을 탄 것처럼 “이랴 낄낄! 백마야 달려라!” 함께 놀던 옛 친구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로가 말을 터놓고 지내는 인간관계는 그리 흔치 않다. 특히 “철수야! 영희야!” 하며 상대방의 이름을 마구 불러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우리는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만났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그 친구는 대학 졸업 후 은행원으로 평생을 살았다 했다. 


 그 친구와 서로 살아 온 얘기와 사는 얘기를 나누던 끝에 그 친구는 자기 딸 자랑을 했다. 듣고 보니 정말로 자랑할 만하다. 아니! 김치맨이 나서서 동네방네 알리고 자랑을 하고 싶어졌다. 그 친구 딸 박지혜 박사(Dr. Jeehye Park)는 토론토대학교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겸 토론토 아동병원(Sick Kids Hospital)의 Peter Gilgan Centre for Research and Learning(PGCRL) 연구소 연구원이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 했던가? 딸은 아버지를 닮는다던가? 공부 잘해 명문대학에 진학했던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그 딸도 공부를 무척이나 잘했나 싶다. 그녀는 대전에 있는 국립과학기술원(KAIST,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학사,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친 여성과학자이다. 2008년에 박사학위(Ph. D)를 취득하고 바로 미국 휴스턴(Houston, TX) 소재 Baylor College of Medicine에 가서 박사후과정(Postdoc)과 연구생활을 7년 동안 했다. 


 박지혜 교수는 뇌신경 이상으로 운동 능력을 상실하는 파킨슨씨병(Parkinson's Disease)의 근본적인 원인을 초파리를 이용해 연구했으며, 그 논문을 인정받아 2006년 6월, 제5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 진흥상' 펠로십 부문상을 받았다(상금 500만원). 


 당시 그 사실을 보도한 중앙일보는 '초파리 소녀' 떴다 … KAIST 박지혜씨 '로레알 여성생명과학상' '제목의 기사를 써냈다.(mnews.joins.com/article/2331520)


 2015년 12월에 Sick Kids 에 취직됐고 2016년 2월에는 토론토대학(U of T) 의 조교수로 채용됐다. (Assistant Professor, The Department of Molecular Genetics, University of Toronto). 박교수가 제1저자로써 공동집필한 논문이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두 차례나 게재된 실력있는 과학자(Scientist)이다. 


 김치맨 부부는 엊그제 토요일 저녁에 친구부부와 그 ‘초파리 소녀’를 만났다. “어라!~ 이제는 소녀가 아니잖아! 30대 젊은 교수이잖아!” 그래서 김치맨은 토론토대학교 박지혜 교수에게 ‘초파리 교수’ 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초파리 교수 박지혜 박사(www.moleculargenetics.utoronto.ca/faculty/2016/3/24/jeehye-park-1)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인 토론토대학(University of Toronto)의 연구교수가 됐다. 캐나다의 재단들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는 캐나다연구학계의 뜨는 별(Canada’s Rising Star)이다. 

 

 


 Congratulations to Dr. Jeehye Park @sickkids for $315,000 Career Transition Award co-funded with @ALS Canada Research Program and Brain Canada(www.ow.ly/gwdo305MojK)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못이룬 대학교수의 꿈을 이어받은 자랑스러운 딸이다.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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