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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곤
(하버드대 보건학 석사, 컬럼비아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졸업(치의학 박사), MIT 공학석사, UC 버클리대학교 학사. 현재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아이비치과’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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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반드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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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 캐슬 신드롬>과 올바른 대학.진로 선택(30)

 

 

 


 
 한동안 대학은 상아탑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진리를 탐구하는 곳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가는 것, 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학생들의 사명이나 최종적인 목표처럼 여겨지기도 했었고, 북미에서도 최근 수십 년 동안 대학을 가는 것은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대학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서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빌 레딩스(Bill Readings) 교수는 ‘폐허의 대학’(The University in Ruins)이라는 저서에서 대학의 기업화를 논합니다. 그는 대학이 기업을 모델로 삼아서 진리탐구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며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학생은 취업을 위한 상품이 되고, 대학 교육의 결실은 취업으로 마무리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취업은 전 세계적으로 더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하고 있으며, 이미 발전된 분야가 과거보다 현저히 많아서 인력은 오히려 수십 년 전보다 덜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2019년 한국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으며 명문대를 나오는 것은 더 이상 좋은 직장으로의 취업을 보장해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학가에서는 인구론(인문대 졸업생의 구십 퍼센트는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지 오래고, 스펙(Specification의 준말.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 등)이라는 용어로 학생들은 진리탐구보다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매기며 취업을 준비합니다. 


 안타깝게도 캐나다의 사정 또한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캐나다에서 최고로 꼽히는 대학을 나와서도 파트 타임으로 사회의 문을 두드리거나, 4년제를 나와서 다시 컬리지에 입학해 취업이 쉬운 학과를 가기도 합니다. 


 
 심지어 대학의 학비 또한 1인당 평균 소득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진리 탐구를 위해 진학을 생각하기보다는 “비용 대비 효율”을 생각하며 대학으로 진학을 고민합니다. 

 

 대학은 반드시 가야 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대학을 비용 대비 효율의 시각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우선 대학이 취업에 효율적이지 않은 측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뿐 아니라 학교에서 요구하는 여러 교양 과목과, 살아 가는데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과목들도 필수적으로 들어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대학은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은 아니겠지만, 
사회적 성공을 더 쉽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 임에는 확실합니다.”

 


 내가 공대생인데도, 철학과 역사에 관련된 수업을 들어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인문대생임에도 불구하고 교양 과목의 레벨에서 과학 관련 수업을 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왜 그 과목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졸업을 위해서 수업을 듣고 공부하며 시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프랑스 철학자인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교육 기관의 최종 목표는 권력을 쥔 권력층을 재생산하는데 있다고 합니다. 즉, 창의성이나 유연성보다는 이미 있는 지식을 배우고, 규범준수를 하는 시민으로 키워내는 데 목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21세기에 필요한 창의성을 길러 주기보다는 규범을 가르치고, 이미 틀이 잡힌 사회적 지식을 습득하기를 기대받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의 장점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4년 동안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따라 자신의 전공을 잘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장점입니다. 1, 2학년 때는 전공을 위한 기초를 쌓고, 3학년 4학년이 되면서 심화 과정으로 여러 수업을 듣게 됩니다. 


 취업을 하게 되면 그 분야의 지식을 당연히 알고 있기를 기대받는데, 배운 지식이 매우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연관된 부분이 많고, 업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이 성인이 되어 학교에 다니게 되므로, 사회생활을 배우고 연습하는 계기가 됩니다. 수업을 들으며 그룹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도 하고,  교수, 조교, 선후배와의 관계도 쌓아가며 지식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대학의 장점은 대학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입니다.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우대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가진 특징입니다. 직업을 구할 때도 대학 졸업자에게만 지원의 기회를 주거나 우대하기도 하고,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회적인 편견이 있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으며, 지식은 반드시 학교에서 얻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또한 같은 분야에서 일하게 될 미래의 동료들을 학교에서 알게 되는 네트워킹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즉, 사회적인 의미뿐 아니라 사회적인 자본(social capital)을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대학은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은 아니겠지만, 사회적 성공을 더 쉽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 임에는 확실합니다. 아이비리그의 일 년 평균 대학 학비는 캐나다 달러로 7만 불 정도 하는데, 생활비까지 추가하면 매년 9만 불에 육박하는 큰 비용입니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대학 전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하는 이유는 대학이 주는 대학만의 큰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가는 시간적, 경제적인 투자가 그 가치를 발휘하여 결실을 맺으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성공을 위한 첫 단추가 많은 이들에게는 대학 교육이고, 그래서 대학은 모두에게는 아닐지라도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비용 대비 효율이 있다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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