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bokyung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 박사,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정년퇴임)
한국상담학회 수련감독 전문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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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으로 성경을 읽다-우리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19)
kimbokyung

 

(지난 호에 이어)    
씨앗 하나에 우주가 들어가 있고, 우주가 씨앗 하나가 된다. 사람의 몸 역시 소우주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우주 역시 둘이 아니다. 진실한 모습의 세계에서는 인간이 생각하고 믿는 것과 같은 그런 경계나 분별이 없다. 


그것이 하나님의 세계다. 하나님의 세계에는 유대인이 따로 없고, 이방인이 따로 없다. 모두가 성령으로 태어났고 성령으로 하나가 되어 있다. 천지만물도 동일한 성령을 숨 쉬고 있다. 


하나님의 세계는 “나는 포도나무, 너희는 가지, 하나님은 농부”로 비유되는, 하나의 세계다. 이입이란 성도가 그리스도의 몸에 붙어 있는 지체로 행동하는 것이다. 지체와 지체 간에는 “나는 왼손이니, 오른손인 네가 필요없다”고 말하지 않음과 같다. 


모두가 각각 다른 성령의 은사로 각각의 기능을 발휘하면서 조화롭고 건강한 한 몸을 이룬다. 그러한 지체들 간에는 미움도 없고, 시기도 없고, 오만함도 없고, 악을 생각함도 없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도 않고, 무례히 행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한 몸에 붙어 있는 지체들 속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 그리고 윤리와 도덕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입이란 이러한 유기체로 비유되는 우주, 유기체로 비유되는 교회와 사회의 본질에 자신을 던져 넣는 것이다.


예수님의 사랑이, 이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 주는 예다. 예수님의 사랑에는 차별함이 없다. 그의 사랑에는 선악이나 미추나 귀천이라는 분별이 없다. 예수님의 사랑에는 유대인이 따로 없고, 이방인이 따로 없다. 그 사랑이 기적을 일으킨다. 그 사랑이 병을 고치고, 죽은 자를 다시 일으킨다. 


우주자연은 사랑과 희생으로 존재한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자연이 먹고 먹히는, 잔혹한 밀림과 같은 세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실은 선과 악이란 흑백논리로 판단될 만한 것이 아니라 동체에 속한 부분과 부분들의 상호 보시(布施)와 희생이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몇 십 배의 열매를 맺어 사람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빵의 재료가 될 수 없다. 상호 배려와 희생, 그것이 우주의 원리며 법칙이다. 모든 것은 상호 희생을 요구한다. 그것이 사는 법이다.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것, 그것이 구원의 법칙임을 상징한다. 사랑은 수고와 희생이다. 사랑은 자비다. 사랑은 눈물과 슬픔이다. 사랑은 비통함이다. 사랑은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는 것이다. 


성모의 얼굴에서 자비를 보고,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자비와 희생을 본다. 이입의 본질, 공의 본질이 그런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고, 하나님의 숨으로 생명을 얻게 된 인간의 본질 역시 사랑이다. 


인간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 자신이 일치시켜야 할 이(理)가 곧 사랑이다. 사랑이 이(理)요, 자비가 이(理)다.

 

24. 이입과 평화


이입은 조화와 평화를 또한 뜻한다. 이입이란 자신이 유기체로 비유되는 교회, 사회, 우주의 부분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 즉 한 몸에 속한 지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다즉일 일즉다의 세계에서는 마치 머리와 몸통, 손과 발, 왼손과 오른손의 관계에 있어서 처럼 각각의 모양과 기능은 다르지만 그 사이에 자타나 내외나 귀천이나 선악이라는 관념이 없다. 


이것의 연기하는 세계의 모습이며 모든 것이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로서의 세계다. 예수님을 평화의 왕이라 부른다. 예수님이 세상에서 보이신 모든 행적이 유기체관에서 온다. 


그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까지도 사람이 속한 사회나 우주를 유기체로 보면 분명해진다. 죽음과 부활은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일부다. 죽음이 없다면 부활도 없고, 부활이 없다면 죽음 역시 있을 수 없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무진장의 세포들은 매 순간 수 없이 죽고 또한 그 자리에 다른 세포들이 살아난다. 그것이 신진대사이고 그것으로 온전한 몸이 유지된다.


우주자연의 법칙도 그와 같다.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그것을 애써 부인하려고도 하지만 죽음이 없는 세상이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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