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bokyung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 박사,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정년퇴임)
한국상담학회 수련감독 전문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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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으로 성경을 읽다-우리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12)
kimbokyung

 

(지난 호에 이어)    
심리학자들은 대치나 대법에 해당되는 원리를 상호제지(reciprocal inhibition)이라 부른다. 탐진치를 각각 계정혜로 전환하게 하는 것도 대치, 대법에 속한다. 학습 및 행동심리학이 산소와 수소가 결합되면 물이 된다고 하는 것과 같은, 화학적 법칙을 학습의 원리로 적용하고 있는 것과 같이 불교에서도 사물이나 인간의 행동에 동일한 물리학적 화학적 법칙이 적용된다고 본다. 


즉 인과의 법칙, 연기의 법칙으로 모든 물리적 심리적 현상을 설명한다. 불교의 각종 수행법을 관찰하고 분석하면 대치 또는 대법이 중심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불교에서 “고른 숨으로 고른 숨을 방해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병을 고친다”고 하거나 분노를 자비심으로 대치하게 한다는 것 등이 그 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라도 미리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반연(絆緣)’ 도는 ‘수반(隨伴)’하여 일어난다는 뜻의 불교의 연기법과 A(선행자극)-B(행동)-C(결과)라는 공식으로 학습 및 행동변화를 설명하는 행동주의 심리학 사이에 연합주의라는 유사점이 발견된다.

 

17.사념처(四念處)


달마의 사행과 비교되는 것으로 초기불교의 수행법으로 사념처라고 하는 것이 있다. 사념처는 신(身)념처, 수(受)념처, 심(心)념처, 그리고 법(法)념처로서, 신념처는 몸과 연관되어 일어나는 탐욕을 통제하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고, 수념처는 감각기관들과 마음을 통하여 느끼게 되는 즐거움과 괴로움,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는 맛을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감정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기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심념처는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차리게 하는 방법이고, 법념처는 오관과 마음의 대상이 되는 어떤 자극이나 상황이 번뇌를 일으키면 그것은 마음에 번뇌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방법이다. 


사념처는 사람이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될 때 어떤 신체적 반응이 일어나며, 어떤 감정이 일어나며, 어떤 생각이 일어나고 또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면서 그러한 상황을 달마의 사행에서와 같이, 적절하게 대치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신념처에는 예를 들어 욕정이 일어날 때 이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는 방법, 고른 숨을 쉬게 하는 방법 등 몸을 통제하는 방법과 사람의 몸이란 본래 깨끗지 못한 것이라는 부정관(不淨觀)으로 욕정을 제어하는 심리적 방법, 도심(道心)이 높은 사람을 가까이 하게 하는 사회적 환경을 통하여 육체적 탐욕을 멀리하게 하는 방법까지도 들어있다. 


수념처는 자신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게 되는 자극들과 자기가 지각하는 상황이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거나 무엇에도 집착됨이 없이 맛보게 함으로써 어떤 감정에도 동요하지 않게 하는 훈련이다. 


심념처는 자기의 마음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마음에 어떤 번뇌가 있는지, 욕심이 있는지, 분노가 있는지, 더러움이 있는지, 닦음이 있는지, 정함이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자신이 법에 일치되는 마음을 가지도록 자신을 변화시켜가게 한다. 


법념처는 곧 일체유심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하는 방법이다. 누구를 미워하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 자체 때문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에 미움이 있기 때문이며, 무엇이 자신을 두렵게 만든다면 그것은 두려움이 자신의 마음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법념처는 사람의 괴로움은 그가 처한 환경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것을 어떻게 지각하고 해석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달마의 사행이나 사념처는 인지를 바탕으로 한 자기통제법이란 점에 특징이 있다. 


그러나 불교의 치료법은 어디까지나 대치 또는 대법이라는 연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므로 서양의 정신분석이나 의미치료나 인간중심상담과는 다르다. 오히려 불교의 방법은 사람의 생각까지도 학습된 행동과 다름없이 보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더욱 가깝다. 


양자 모두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을 이전 행동 경험의 쌓임으로 본다는 점과 사람의 마음이나 행동 역시 미리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떤 법칙에 따라 생기게도 되고, 변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나쁜 현상을 좋은 현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는 다르게, 자력종교라고 부르는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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