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bokyung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 박사,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정년퇴임)
한국상담학회 수련감독 전문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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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으로 성서(聖書)를 읽다(48)-“우리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29)
kimbokyung

 

 (지난 호에 이어)
우리가 사회나 하나님이 창조하신 나라를, 지금 물리학자들이 우주를 다양한 악기들이 각기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보거나, 불교에서 우주를 갖가지 꽃들로 장식된 화원으로 보거나, 기독교에서 교회나 사회를 갖가지 지체들의 모임인 사람의 몸과 같은 것으로 보거나, 그리고 개인 자신이 곧 창조주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라 하거나 또는 사람을 ‘포도나무’인 예수님의 몸에 붙은 가지라고 비유하는 것과 같은, 유기체관이 아니고서는 “뜻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는 동시 이웃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는 계명을 지킬 수는 없다. 


즉 개인이 우주를 이루는 만다라(Mandala)의 일부, 또는 모자이크(Mosaic)의 일부로 자기라는 고집이 없이 전체로 하나가 될 때 인간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원만한 삶을 영위하게 되어있다. 


작게는 우리의 몸에 속한 세포 하나에서부터, 손발과 같은 지체, 개체, 사회, 자연 그리고 크게는 우주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들이 일즉다, 다즉일의 관계로 무진장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보면, 개인은 그가 유기체의 일부로 속해 있는 사회와 자연 그리고 우주와 한 몸으로 소통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우린 우주적 의식이라든가 영적 교제라 부를 수 있다. 우리가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관계없이 이러한 우주적 의식이 인간의 본질로서 상실되어 있다면 자연/우주의 흐름에 따라 인간이 자연/우주의 일부로 순응하며 변해갈 자연지 또는 근본지를 가질 수도 없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예수님이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신 것과 무관하지 않고 또한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이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고 또한 하나님 자신의 숨을 인간의 코 안에 불어 넣으심으로 인간이 생기를 얻게 되었다”고 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담과 이브가 지은 죄는 본래 자신이 전체에 속한 지체로 기능하게 되어 있는 자신을, 선악을 분별하는 망심을 일으켜 자신을 전체로부터 분리된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거기서부터 욕심이 일어나고 죄를 낳고 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본래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인 자신을 선악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게 됨으로써 스스로 포도나무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한 것이다. 


선에는 유식삼성(唯識三性)이란 것이 있다. 유식삼성은 지금 우리가 가진 마음은 무엇이며 우리가 점차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됨으로써 이 세상에서 원만한 삶을 얻을 수 있는가를 세 가지 위계적 단계로 설명한다. 첫째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으로, 사람의 지각과 판단은 마치 “어스름한 밤에 길 앞에 가로놓여 있는 새끼줄을 보고 뱀을 보았다고 고집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인간의 행동이 대부분 조건화 또는 학습된 것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된다. “새끼줄을 보고 뱀을 본 것처럼 놀라거나 뱀을 보았다고 고집”하게 되는 것은, 심리학자 파브로프(Pavlov)의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입에 음식물이 들어간 것과 같이 침을 흘리게 된 것과 같은, 조건형성의 결과에 해당된다.


사람의 행동은 대부분 그런 것이다.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 역시 그것과 같다. 원효 대사가 길을 가다가 밤에 바가지에 담겼던 물을 마셨는데 아침에 보니 자신이 마신 물이 해골바가지에 담겼던 물임을 발견하고 구역질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전형적인 조건형성의 실례가 된다. 


둘째는 의타기성으로, 우리가 어떻게 새끼줄을 보고 뱀을 본 것처럼 놀라거나 뱀을 보았다고 고집하게 되거나 또는 정작 뱀을 보고 뱀을 죽이려고 하는 행동이 일어나게 되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 이 단계에 속한다. 


수행자는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하게 되는 이면에 연기(緣起)의 법칙 또는 연합의 법칙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새끼줄의 외양과 뱀의 외양이 비슷하게 닮았다는 사실 때문에 뱀에 대한 두려움이 새끼줄로 일반화된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종소리와 음식물이 서로 다른 것이지만 시공간적으로 연합되면 개나 사람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된다. “김치!”라는 말이나 “오렌지!”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백인”이라든가 “흑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각기 다른 감정이 일어나고 생리적 반응이 다르다. 모든 것이 그렇게 자신의 직접적 경험을 통해서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한 결과, 책을 읽거나 또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에 의하여 동일한 사물이나 사건을 보면서도 그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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