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bokyung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 박사,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정년퇴임)
한국상담학회 수련감독 전문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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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으로 성서(聖書)를 읽다(33)-“우리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14)
kimbokyung

 

 (지난 호에 이어)
기독교를 피상적으로 보면 그것은 죄악감을 일으키게 하는 종교다. 그것은 기독교가 인간을 본래부터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인간 자신의 힘으로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으로 단정해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신앙은 아담과 이브가 간악한 뱀, 마귀의 유혹에 빠져 하나님을 배반하였다고 하는 것을 인간의 숙명적 원죄(原罪)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이미 선악이라는 관념으로 더럽혀진 인간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아담의 망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구원을 생각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하나님과 인간이 따로 있고, 하늘나라와 땅 위의 나라가 따로 있고,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고, 삶과 죽음이 따로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행적에는 그런 분별이 전연 없다. 


아담의 망심을 가지고 그런 망심이 없는 하나님의 나라 곧 지금 우리가 발을 붙이고 있는 여기의 현실세계를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눈이 이미 그렇게 밝아졌기 때문이다. 분별심을 가지고 분별이 없는 세계를 보려고 한다는 것은 마치 “물 위에 비친 달을 보려고 물을 휘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애를 쓰면 쓸수록 달은 더 흐려지고 보이지 않게 된다.


예수님은 안심을 가르치었다. 의심하지 않고 자신이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라는 것을 믿는 것이 안심이다. 폭풍우를 만나 배가 뒤집힐 것같이 되자 잠자고 계셨던 예수님을 깨워 자신들이 모두 죽게 되었음을 고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믿음’ 없음을 책망하신다. 예수님은 ‘말씀’으로 파도를 잠재운다. 그리고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어도 저 산더러 이리로 오라고 하면 올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 


망심을 일으킨 아담이 하나님과 화해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매일 망심 그대로를 가지고 땅을 치며 회개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망심을 잊고 본심으로 하나님의 품안에 안길 것인가? 탕자를 문 앞에서 기다리시는 아버지처럼 기다리는 것이 하나님이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무엇인가 금하는 것은 자신의 권위와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를 염려해서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선악과를 따먹지 못하게 한 것 역시 선악과에 아담과 이브를 병들어 죽게 할 독소가 그 안에 들어있음을 하나님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을 시험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미 하나님 보시기에 참으로 좋았던 완벽한 창조물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아담이 망심으로부터 벗어나 본심을 회복하게 되는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망심만 죽으면 본심은 그대로 나타나 아담/인간은 영생을 얻게 된다.


아담의 망심은 분별을 의미하고 경계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아담의 본심에는 분별도 없고, 경계도 없으므로 망심으로 보는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도 없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으면 백배 이백배의 결실을 맺는다. 그것이 밀알에게 주어진 밀알의 본래면목이다. 인간 역시 다르지 않다. 한 몸에 붙어있는 지체와 지체 간에 주어진 본분이 그것이며,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 가진 본분 역시 그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우주만물들이 한 몸에 속한 지체와 지체로서 가진 본분 역시 그것이다. 모든 것은 안심으로 서로 희생하면서도 희생이라는 관념도 없다. 


하나님의 성령이란 천지만물의 본질로 인간 사회나 우주자연이라고 하는 성전에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고, 하나님의 성령으로 숨을 쉬고 있다.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자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믿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래 모습대로 안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안심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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