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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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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창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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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되니 동창회 회합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동창회 중에서도 대학동창회는 젊음의 열정과 이상을 태우던 인생의 황금기로서 내 삶의 흔적이 가장 선명하게 스며있는 시기이다. 그 만큼 친근하고 애착이 많은 모임이기도 하다.

이역만리 생경한 외국 땅에서 개척자로서의 삶을 열어온 이민 일세에겐 대학동창생은 동지애까지 느끼게 한다. 동창회(同窓會)의 한자를 파자하여 나름대로 주석을 달아 보았다.

우선 첫 자 ‘동’ 同(동)은 건물 안에 입 口(구)와 숫자 하나 一(일)이 있다. 한 건물을 한 입구로 드나들고, 한 입으로 나오는 강의를 들으며, 영육으로 먹고 마시다.

‘창’ 窓(창)은 구멍 穴(혈) 혹은 하늘 空(공)아래 마음 心(심)이 받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창문을 통하여 푸른 하늘 높이 이상과 꿈을 두고 그 성취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한 길, 한 터널을 걸으며 배우고 연마한 사람들의 모임이라 규정하였다.

동창생이라면 무조건 반갑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한 집에서 한 솥 교육을 받은 때문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다.

1967년에 떠나 18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방문을 하니 서울대학교는 관악캠퍼스로 이전이 되어 용두동에 있던 사범대학이나 혜화동 로터리에 있던 문리대캠퍼스는 이미 비어 있었다.

그러나 봄이면 개나리꽃이 노랗게 흐드러지던 사범대학 등교 길이나 넓고 푸른 잎사귀에 대롱거리던 마로니에가 낭만을 부르던 문리대 대학원 강의실은 눈을 감아도 훤하게 보인다.

사범대학에 입학하였을 때 고광만 학장님의 신입생 축하말씀은 일평생 마음에 새긴 좌우명이 되었다. “대학은 학문의 긴 터널 입구에만 데려다 주는 것입니다. 탐구는 학생 스스로가 하여야 합니다. 신입생 여러분은 전공 비전공을 가리지 말고 책을 많이 읽기 바랍니다. 적어도 일 년에 120권 이상의 책을 읽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졸업생은 어떤 분야에든지 전문가의 반 이상의 학식을 갖추기를 권합니다.”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어느 학과의 졸업생이든 다(多)방면의 학문적 상식에 뒤처지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인생지표를 제시해 주었던 것이다.

그 당시 사범대학은 신입생 전원에게 국비장학금을 지급하였다. 액수의 다소보다는 국가가 인정하는 스승이라는 자부심이 훌륭한 스승이 되리라는 다짐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교직과목(교육과정, 교육평가 교육원리), 전공과목, 교양과목과 졸업논문, 교생실습으로 평가되는 졸업시험 등 스승으로서의 기본자질을 갖추는 대학4년 생활이 한 눈 팔 여유조차 없이 고되고 분주하였지만 그 틈새에 낭만을 즐기는 인생의 성숙기였다.

대학교 동창생은 입학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선택된 행운아임을 자인하여야 할 것이다.

대학 신입생이 된 첫해, 남해 소금강산에 등산 갔다가 산속에서 14시간을 헤맸었다. 목적지에서 세 구비나 돌은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천우신조로 목탁소리를 따라 작은 암자에 구르듯 떨어진 악몽 같은 경험이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이 되기 위하여 산속 암자에서 공부하며 불공 드리는 학생이 있음을 그때 직접 보았다. 이제 돌이켜 보니 그때 만일 순조롭게 암자를 찾아갔다면 힘들고 험한 산 정상은 평생 올라가 보지 못했을 거라는 깨달음이 온다.

좋은 대학에서 세계적인 석학들께 교육을 받으며 전국에서 빼어난 인재들과 다진 광범위한 학문의 기반은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와 국가와 온 세계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평화와 이해 공존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고 믿는다.

서울대학교는 캠퍼스 이전(1974년부터)뿐만 아니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정학과가 가정대학으로 승격하였다가 생활과학대학(1997)으로 변경되었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창생은 45만 여명, 온타리오 주에 400여명이 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졸업생.” 한마디가 지성과 덕성과 고귀한 인품을 밝히 증언하는 동창님들. 만수무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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