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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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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변경선 동과 서(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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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우선 정밀검사, 종합 진단을 받아보기로 하자구.” 


다음날부터 종합 진찰을 받기 시작하였다. 혈액검사, 엑스레이… 정밀 검진을 받았다. 병원에 가는 날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으니까 다 데리고 다녔다. 대기실에서 아빠가 애들을 데리고 기다리는 동안 혼자 들어가서 진찰을 받고, 끝나면 의사가 아빠와 결과를 상담하였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온 식구가 덩달아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밤낮으로 시달리는 육신적인 괴로움에 비례해서 점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안이 안개처럼 피어 올랐다.


 이제 정신과의사의 약속만 남아있었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내려오니 아빠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 결정의 갈림길에 선 듯 신중하고 단호한 표정이었다. 


 “애기 갖는 거 어떻게 생각 하지?. ” 


순간 두려움이 번개처럼 스쳤다. 


 “. 건강엔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인데.”


 그럼 무엇인가… 더욱 의아하였다.


“아직 정신과의사의 진단이 남아 있지 않아요?”


실상 왜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일개 구실에 불과한 거야.”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서늘한 공포감이 불시에 엄습해 왔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오히려 정답을 듣기가 두려운 듯 움츠러든 목소리로 물었다. 잠시 내키지 않는 듯 잠잠히 있더니 마지못한 듯 입을 열었다. 


“말하자면 애기를 키울 정신적 건강이 결여되어 있다는 증명을 해주는 거지. 그런 막연한 진단을 어디에 기준을 둘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단을 받으면 일종의 정신병자가 되는 거야.” 


맴돌던 그림자의 실체가 비로소 모습을 들어내 듯 일순 온 몸에 전율이 훑고 지나갔다. 속에서 강한 반발이 일고 있었다. 


 “꼭 그렇게 진단한다고 단정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 결정을 우리가 해야 되는 거야.” 


 확정적인 말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침묵이 흘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구.”


이윽고 어지러운 머리회전의 한 끝을 잡듯 조용하게 말문이 열렸다. 


“애기를 하나 더 가지게 되면 실제로 어떤 면에 큰 부담이 되는 거지?”


 전문상담사에게 정밀검진을 받는 듯 긴장감이 몰려왔다.


 “지금 ‘현’ 가지고 이렇게 힘에 부쳐서 쩔쩔 매는데 ‘영’ ‘현’ ‘갓난애’, 그리고 아빠공부는 또 어떻게 하나 그저 막연한 걱정이 앞서요”


“그럼, ‘힘들다’는 것뿐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왜 목소리가 떨려서 나오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오케이. 그럼 내가 도와줄게.” 


부드러운 고무공마냥 말소리가 통통 튀어 귀를 때렸다. 


 “나는 애가 많아서 엄마가 고생하는 것은 반대해… 하지만. 엄연한 한 생명체를 거부한 부모가 다른 아이들은 훌륭하게 키운다는 윤리성도 결코 믿지 않아.”


 머릿속의 낙서들이 전부 지워지는 듯 말갛게 변했다.


“. ‘숙’, 우리가 지금 아이가 주체할 수 없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들 둘인데 딸 하나만 더 가지면 좋지 않겠어.” 숨을 고르듯 말을 끊었다.


 “물론 힘들 테지. 하니까 내가 도와줄게. 필요하다면 내가 공부를 잠시 쉬지… 박사학위는 시간이 지나면 얻어지는 거지만 애기는 소중한 내 생명의 한 부분체인데. 학위에 집착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심신이 지쳐있는 지금 낮은 음성은 이상한 감화력을 가지고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크고 어려운 숙제를 대신 풀어준 듯 삽시간에 나른한 평안함에 젖어 들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병원엔 왜 다녔던 거 에요?” 아직도 알고 싶은 것이 남아 있었다. 


“그건 잘한 일이야. 우선 다른 병이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내 주장에도 자신이 설수 있었으니까.”


그간 그의 고뇌가 어떤 것이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바로 그것이었다. 엄마의 건강상태에 자신을 얻고 아빠의 인식과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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