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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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완식 님의 추모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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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게, 친구여!

 오늘은 2020년 12월 11일, 그대가 이승을 하직한 지가 오늘로 꼭 2년이 되는 날이요, 오고 가는 것이 세월이고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형제같이 사랑하던 친구가 떠난지 벌써 두 해가 흘렀으니 나도 모르게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온 건 무엇 때문일까.

그래 금년도 속절없이 다 가버렸으니 아쉬움과 허전함 때문일까. 사람 살아 가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잃어버린 친구와 세월에 대한 한탄 때문일 것이다.

 신의 저주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 세상에 수 많은 고통을 주고 있는 코로나 전염병의 위험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 그대가 한때 사랑하고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자네 곁에 모였어. 그대와의 추억만은 가슴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고 있는 오늘내일 곧 팔순을 바라보는 순한 친구들이오.

하지만 세월은 물이 그렇듯이 가는 세월이 있으면 또 뒤이어 오는 세월도 있기 마련, 더구나 지금은 가버린 세월과 사랑을 슬퍼하고 가슴 아파할 그런 젊음의 순수와 열정으로 몸이 달 시기도 아니지 않는가.

 삶과 죽음의 거리는 슬픔을 줄이기에는 불가항력, 측정도 불가항력인 이승과 저승 간의 거리다. 그래서 결코 가깝다고도 멀다고도 정의할 수 없다. 인식의 거리로도 이쪽과 저쪽의 공간이나 존재를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말 한 번 나눌 수 없는 거리, 물리적으로 가깝다고도 멀다고도 정의할 수 없는 곳, 그래서 닿을 수 없는 먼 곳이라며 체념하고 마는 거리다.

 친구여 우리의 역사는 긴 세월을 향하고 있었네. 그칠 줄 모르던 바둑알과의 투쟁, 골프 공을 잔디 위 직선으로 날리는 피나는 그 노력, 여행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섰던 용기, 한 잔의 술 그리고 보약이라면 진시황도 못 따라올 실력을 가졌지. 자네 집의 숟가락 숫잔들 몇 개인지 모르겠나. 서로 우리 편인데, 흉허물이 어디 있겠나.

 자네는 마음도 여리고 고왔지만 젊은 날엔 꽤 시비 가리는 걸 좋아했지. 불의에 목소리를 높일 줄도 알았지. 지금 생각해 보니 손에 잡힐 듯 세상을 바꿀 기세도 있었던 것 같네.

 공자는 일찍이 “삶을 모르거늘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라고 했다. 또한 죽고 나면 인간의 오욕칠정도 부귀도, 영화도, 꿈도, 희망도 모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은 골프 시즌이 끝나 문을 닫았지만 그대가 좋아하던 로링 힐 골프장에는 인디언 섬머가 지나가고 눈이 내리고 있다. 친구여, 그대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이승의 모든 인류가 죽으면 반듯이 가야만 된다는 천국, 먼저 가본 저 세상에는 천국이 있던가. 주일이면 교회에서 열심히 드리던 기도가 그곳으로 가는 길에 도움은 되었는가.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골프도 치고 술도 한 잔씩 나누며 이승의 우리들이 화제거리가 되기는 하는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마는 이 세상 인연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구려, 우리도 머지않아 그대 뒤를 따를 것이니 편히 쉬구려, 그대의 명복을 빌면서.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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