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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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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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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과거 70년 동안 적대했고 북핵문제로 사반세기 동안 “악마화” 시켰던 북한의 정상을 평화의 수호자 미국의 트럼프 정상이 어려운 난제들을 극복하고 만났다. 이번 만남은 세계인들이 놀랄만한 대사건이었다. 인공기와 성조기가 차례로 나열된 벽 앞에서 첫 악수로 시작된 두 정상의 만남은 형식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정상회담 결과물인 “6.12 공동선언”은 내용면에서 더 놀라웠다. 북미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안전보장 제공에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제시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하면 그 보상으로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적 풍요와 함께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쉽게 말하자면 정상국가가 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 동안 북핵 관련 북미간 합의는 “행동 대 행동” 원칙 아래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처를 하면 미국이 보상을 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새로운 관계 수립, 즉 북미수교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를 삼위일체로 추진하는 구도였다. 지난 25년간의 북핵문제 해법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에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이다.


 한국전쟁은 이제 사실상 완전히 종식, 냉전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고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한 평화의 길로 가는 회담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환영할 만한 사건이었다.


 정상국가가 되려면 개혁개방이 필수적인데, 개방은 그렇지 않아도 부서지기 쉬운 북한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불러 올 수 있다. 그러니까 김정은과 그 측근세력들에게는 치명적인 삶과 죽음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런 모험을 과연 그들은 감수하려고 할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북한을 방문해 북한 비핵화에 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지만, 양국 간의 팽팽한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측은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 신고와 검증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단계적인 동시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며 북한 외무성이 미국을 비난하면서 북미간 협상에 적신호가 감지된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핵실험 기지 등 다른 의혹 시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절차를 원할 것이나 북한은 이에 비협조적이며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시험대는 핵 신고로부터 일컬어진다. 핵무기와 핵물질부터 미공개 의심 시설에 이르기까지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비핵화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의 길은 몇개의 핵시설이 해체되는 스펙터클이 아닌 길고 지리한 회계감사와도 같을 것이다. 그 길을 내닿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길의 끝을 보는 것 또한 그 못지 않게 어렵다.


 한반도 비핵화란 “한반도에 핵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남한에는 핵이 없고 북한에는 있다. 따라서 남한과 미국이 해석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북핵이 제거된 상태를 의미한다. 북한도 그렇게 생각할까?


 북한의 반응을 보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지대화”로 생각한다. 즉 한반도에 핵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 전쟁이 벌어져도 핵이 사용될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한미군, 한미방위조약, 한미군사훈련, 국가보안법 같은 적대행위가 제거돼야 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선대의 유훈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핵보유국이므로 미국은 이를 인정하고,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감축협상을 하자는 것이 북한이 보는 “한반도 비핵화”의 진정한 의미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 그리고 대미관계 개선을 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핵카드를 포기하지 않거나 불가피한 경우 최대한으로 비싸게 팔려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이처럼 멀고 험난하다. 그러나 고비고비마다 어떤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는지는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평화 구축의 당사자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거시전략과 구체적인 전술들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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