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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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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기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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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칼국수 식당에서 ‘청와대에서 살고 있다’는 젊은 여인을 우연히 만났다. 이민 온지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 않는 여인의 입에서 쉽게 흘러나온 청와대. 듣는 순간 한국의 어느 역대 대통령의 자녀쯤으로 착각을 했는데 자리를 함께한 원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쏜힐에 있는 어느 대형 콘도가 푸른 색깔을 하고 있어 청와대라고 한단다. 


그곳에는 학교와 교통, 식당 등 환경 조건이 편리해서 새로 이주해 오거나 단기 유학생들과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살아가는데 모든 조건들이 풍족하고 편리해서 청와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원래 청와대의 이름 뜻은 푸른 ‘청’, 기와 ‘와’ 자를 써서 ‘푸른 기왓장으로 지붕을 얹은 건물’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집이다.


우리들이 보통 말하는 청와대는 서울 북악산 기슭에 있는 대통령의 관저, 대통령께서 일하시고 생활하는 모든 공간을 일컫는 정식 이름이다. 그런데 그곳은 이름 있는 사람이나 정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너무나도 멀고 높아서 소시민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아득한 구중궁궐이 아닌가. 


그곳에서는 너무도 행복하여 세상의 번잡한 일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으며, 뭇사람들의 말 따위들은 들을 필요도 없는 곳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곳으로 들어가 주인으로 앉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귀 어둡고 눈 어두워져서 ‘오만과 독선’에 빠지게 되는 황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 주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정치 싸움을 하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그곳에 들어가는 사람들 족족 “존경하는 국민을 위해 한 몸을 다 던져서 섬기겠다”던 선거 때의 언약을 기억하기보다는, 온갖 위엄과 권리로 치장하고, ‘가신’인지 ‘간신’인지 알 수 없는 무리들로 겹겹이 울타리를 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국민들은 반세기 동안이나 참아가며 보아왔지 않은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인과관계의 고리다. 오늘의 불경기와 불황은 결코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정, 혼란과 혼미는 외부세계에서 주어진 짐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이 순간순간 뿌려서 거둔 열매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역대 청와대 주인들이 줄줄이 끝물이 안좋아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북악산 기슭의 터가 안좋은 모양이다. 청와대 주인들의 삶이 순탄치 않아 또다시 세인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주인이란 이 나라의 대통령을 말한다. 청와대의 주인들은 대부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구속 수감되어 수의를 입거나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지금 한때 나라를 대표하던 전직 대통령이 두 명이나 수감중인 상황이어서 해외에서 보는 나라의 품격도 문제이지만 수의 입은 모습을 봐야 하는 국민들도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보복 또는 부패, 비리 등 구속이유가 어떠했던 수의 입은 두 전직 대통령이 두번 씩이나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까닭으로 지금은 아무리 순진한 국민일지라도 청와대를 그다지 높게 우러르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대신 사람들은 누구나 청와대가 투명한 ‘유리집’이기를 원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곳은 국민이 뽑은 신뢰받는 대통령과 그의 성실한 보좌진들이 국민복지와 국가안보를 위해 땀 흘리며 사심 없이 일하는 곳이지, 일부 극소수 특수층의 권세와 영달을 위하여 ‘음모 작당하는’ 곳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폭로되는 연이은 비리와 뇌물 스캔들을 보는 국민의 비판적인 여론이 청와대쪽으로 번져가는 것도 아마 국민의 이런 염원의 한 반영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가 몸소 앞장서서 이 나라를 절망으로 몰고 있는 검은 부패와 로비를 뽑아 없애는 것에 앞장서는 게 어떻겠는가. 그렇게 하는 것만이 “신은 너무 높이 있고, 황제는 너무 멀리있다”는 식으로 청와대를 원망하는 국민들의 원성이 튀어나오지 않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캐나다에 있는 청와대가 좋다는 것을 알만도 하다. (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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