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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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축제와 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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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에는 2월 4일은 입춘이라고 했다.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사람들은 봄의 시작으로 본다. 입춘은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절기의 새로운 시작이다. 입춘의 기후는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동양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동안 눈사태, 한파, 홍수 등으로 고생해 겨울의 긴 터널 끝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것같지만 이미 봄은 우리 곁에 가까이 오고 있는 중이다. 봄은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이곳 캐나다에는 지금 한겨울이라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이 내리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부들 사이에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에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겨울철에 많이 내린 눈은 봄철에 땅에 수분을 공급하고 겨우내 농작물을 얼어 죽지 않게하고 따뜻하게 덮어주는 담요와 같은 역할을 해주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자연의 섭리는 순리를 거스르는 법이 없다. 겨울의 끝자락인 지금은 계절의 순환에 따라 봄이 올 준비가 시작되고 있는 때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쏟아져 내리는 하얀 눈발은 하늘의 축복이다. 지난 겨울 내내 불어대던 모진 칼바람을 견뎌 낸 나목들에게나 품안에 품었던 수많은 생명들을 내려놓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고 있는 대지 모두에게 있어 축복이다.


 눈이 그치고 백설이 뒤덮인 대지 위로 햇살이 들면 저들은 소리 없이 녹아내려 땅 속으로 흘러들 것이고 대지의 품안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던 생명들은 때를 알고 찾아와 가만가만 스며드는 생명수로 마른 목을 축여가며 힘찬 태동을 하리라.


 춘래불사춘, 이 말은 옛 고사에 나오는 말로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봄이라는 말이다. 세상살이가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참고 기다리지만 살기는 여전히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이 오가는 길목에 아무리 봄기운을 불어넣어 우리의 마음을 녹이려 해도 쉬 녹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나 개막식 한반도기 공동입장 등에 대한 반발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인의 축제마당인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왔다. 어려운 협상 끝에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 운동 선수단, 공연 예술단, 응원단 들이 백만이 훨씬 넘는 군인들이 겹으로 두른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풀잎 스치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두 눈을 부라리고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휴전선을 넘어왔다. 올림픽을 계기로 22명의 선수들과 방남한 북한인원수도 5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히 커다란 사건이라고 말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인들의 진정한 속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마는 13년 만에 찾아온 그들은 민족끼리 만나서 반갑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길고 아픈 분단의 질곡을 뛰어넘어서 오늘 이 한 순간에 남모르는 감격의 “작은 통일”을 이룬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서로 만나고 오가는 중의 어느 한순간에 짐작도 못한 평화통일의 날이 오고말지를 어느 누가 알겠는가?


 정치가 풀지 못한 남북관계를 스포츠를 통해서 동토의 땅에 해빙의 물결이 흐르고 새로운 화해의 서곡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계속되어온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에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이 불러 올 “불바다”를 우려했던 우리들이 아닌가?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만큼은 한반도를 덮은 위기의 먹구름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국내외로 번졌다. 이젠 누구도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뤄지는데는 의심하지 않는다. 


 휴전선은 누구나 쉽게 건널 수 없는 이산가족의 한이 맺혀 있는 곳이다. 한 가족이 흩어져 서로 만나지 못하고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비극이다. 같은 민족 간의 분열과 전쟁은 수없이 많은 가족들을 이처럼 흩어 버렸다.


 이제는 6.25전쟁이 끝난 지도 60여 년을 훨씬 넘어, 이산가족의 슬픔을 느끼는 세대도 얼마 남지 않을 정도로 역사가 흘렀다. 그러나 이 처럼 긴 세월이 흘러 더 두려운 것은 이런 분단의 상황이 지속되고 고착화되어, 민족분열의 고통도, 이산의 슬픔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인사들이 개회식에 참석하니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남북한이 진실된 마음을 모아 하나가 되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바라볼 때이다. 세상만사에는 때가 있다. 지금은 어렵게 마련하고 다듬은 세계인의 평창축제인 눈과 얼음의 축제를 즐길 때다.


 집 밖에는 아직 겨울이다. 그러나 집 안에는 연보라색의 난초 orchid 가 어느새 활짝피어 봄의 찬가를 부르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뒷뜰에는 지난 밤에 내린 대설로 대지는 설원을 이룬 겨울이지만 내 마음 속에는 봄이 오는 반가운 소리로 채워져 벌써 정원에 활짝 필 튤립과 수선화 꽃 벌판으로 향하고 있다. (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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