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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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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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집 뒤 텃밭에 욕심을 내어 300개가 넘는 마늘을 심었다. 긴 겨울 동안 얼지 않게 퇴비를 뿌리고 깎은 잔디로 덮어 월동준비까지 했다. 이것으로써 내년 봄까지 텃밭에 나가볼 일이 없어졌다. 비가 내린다는 연방환경성의 일기예보에 맞게 오늘 아침부터 하늘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집 앞 잔디 위에 노랗게 물들인 은행나무 잎새들이 떨어져 누운 자리로 드디어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이 도시의 삶은 계절의 변화를 때로는 실감하지 못한다. 지난 여름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 계절은 서리가 내린다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가 지나고, 가을 산하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고 있는 가운데 24절기 중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을 하루 앞둔 7일 온종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11월 중순이 채 되기도 며칠 전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거리의 가로수 잎들이 바람에 나뒹구는 것을 보고 비로소 겨울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며 계절감각이 무딘 내가 해마다 뒤늦게 깨닫게 되는 고질적인 만각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저무는 것은 슬픈 일이다. 시간 속에 생명은 내재해 있고 그 속에서 생명의 선은 강렬히 떨어 열광을 빚는 법이란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래 산데야 80, 90년이 고작인데, 철없는 어린 시절과 늙어 꼬부라진 노년기를 빼고 보면 사람이 제대로 인생을 살 수 있는 기간은 겨우 50여 년이 되나마나 하다. 그러고 보면, 한 인간의 일생도 그렇게 긴 세월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누가 모르겠는가, 적어도 나는 세월이 오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이라고 믿고 산다. 과거의 시간을 퍼즐 맞추듯 재조립해 보지만, 복원되는 순간들은 환상일 뿐 우리 곁에 되돌아와 주지 않는다. 그것이 가혹한 현실이라는 걸 나는 잘 안다. 오늘도 그토록 많은 아쉬움을 남겨놓고, 속절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올해 연초가 까마득한 옛날처럼 어렴풋이 기억에 살아 오르는 것은 끊일 줄 모르고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었던 충격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사건들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도록 많았던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들의 연속에서 바로 어제의 일들도 기억 속에 아련하기만 하다. 


최근 우리 눈앞에 가로놓여 있는 한반도의 대사건의 하나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사태로 국가안보와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 국제적으로, 연초부터 계속되어온 물가고와 범죄증가에 따른 민생치안 문제가 우리의 가슴을 죄게 하고, 특히 한반도의 정치인들의 파벌과 경쟁으로 정치부재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 밖에도 굵직한 사건의 하나라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없는 불안과 걱정이 앞섰었다. 이 같은 연쇄적인 사건의 돌발을 돌이켜보면,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역사는 수레바퀴처럼 반복된다’고 한 말이 기억되지만 세상사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은 어제를 살았던 우리의 선인들이나, 내일을 살아갈 우리 후세들이 겪을 반복적인 인간의 삶, 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너무나 많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회오리처럼 몰아 닥쳤고, 또 서서히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아니, 사라져갔다기보다 어떤 사건들은 미제로 남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역리가 반전되어 순리로 그 끝맺음을 보았다. 


이러한 사건들의 경과를 눈여겨보게 되면 어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것이든 그 귀결은 우리들의 개인적인 삶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바로 오늘뿐이 아니다.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쉽사리 자신의 꿈을 내동댕이치고 자신을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값싸게 던져버리지 말자.


 오늘도 가을비가 내린다. 하늘을 보니 찬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겨울이 오겠지.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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