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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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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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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아들녀석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집에 왔다. 한국의 고유명절을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추석을 맞추어 온 것이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추석처럼 일가친척들이 모여 즐기는 명절은 아니지만 손자 손녀들이 나의 용돈을 빼앗아 갈지라도 그들을 보면 즐겁다. 귀향이라는 말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고향에서의 기다림이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누구나 소중히 여기는 자기만의 고향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의 고향은 아련한 이상향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의 고향은 어린 시절을 천진하게 보낸 구체적인 산골마을일 수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바다가 와 닿는 해변의 어촌일 수도 있다.

 

 

 

 


 우리의 고향이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고향을 향해 발걸음을 지금 내딛고 있다는 느낌은 정말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이다. 고향은, 누구에겐 사는 곳이고 누구에겐 떠난 곳이다. 그러나 고향은, 제 모습이 온전히 있는 한 누구에게나 돌아갈 곳이기도 하다. 고향에 부모와 형제가 있다면 더더욱 우리는 고향을 등에 얹고 가슴에 담고 산다. 잠시 또는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에 지친 몸을 잠시나마 쉴 수 있다는 즐거움도 앞선다.


 우리들이 보통 민족 최대 명절이라 하면 떠올리는 것이 추석과 설이다. 매년 설날과 추석이 되면 한국에선 전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하여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항공기와 열차표가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뉴스를 접하는데, 이를 흔히 ‘민족대이동’이라고 부른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교통수요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에 전국 예상 이동인원은 총 3,717만 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추석은 해마다 오고 사람들은 매번 부모님 계시는 고향을 찾는다. 아무리 길이 막히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해도 말이다. 저마다 형편에 맞게 차려 입고 선물 꾸러미 들고 고향을 찾아 부모님, 일가친척과 함께 추석을 보낸다.


 추석은 올 한해 동안 농사와 모든 일들을 별탈 없이 잘되게 해주셔서 합니다, 하면서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그래서 성묘를 하고 차례(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한국 고유명절로 추석은 ‘가윗날’이라 부르는데 이는 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교전통에 따라 조상을 기리는 마음으로 올리는 제사문화는 원래 소수 양반의 의무였는데, 오늘날 모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시대를 살면서도 누구나 양반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여전히 있는 것이다. 그러면 캐나다로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우리는 고유명절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제사문화를 치르지 않고 살고 있으니 사실 상놈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전통으로 이어온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이곳에서 아래 세대로 전하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 제도가 등장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다른 것 같다.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100년 가까이 걸렸던 변화가 한국에서는 한 세대 안에 일어났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전통과 진보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에 나타나는 한민족의 대이동만 보더라도 이런 명절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고향과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찾으려는 의미 있는 전통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 조상, 고향과 부모님을 ‘사회의 기둥’으로 보며 유럽나라들과 비교해 좀더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5천 년의 단일민족의 역사에 비해, 지난 72년의 한반도 분단의 역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민족 명절 추석이 오면 고향으로 내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남북한의 이산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향 땅을 향한 그리움은 현실적으로 손에 와 닿는 기쁨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하나의 아픔이 될 수도 있다. 가령 고향을 북녘에 두고 온 실향민의 그리움이 그렇다.


 헤어진 지 수십 년, 남과 북으로 떨어져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듣지 못하는 그 기막힌 사연은 하나의 그리움이요 아픔이 될 수도 있다. 이산 가족의 만남은 언젠가 남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모든 가족과 친척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나는 할아버지가 된 이 나이에도 복작거리며, 흐뭇한 웃음이 나오던 어린 시절의 진한 가족의 사랑으로 맺어진 한가위의 추억이 그립다.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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