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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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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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게 뜨겁던 여름과 갈증 나던 늦더위가 이어지더니 어느새 들과 산야에는 은은하게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가을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딱히 알 수가 없다. 24절기라는 농경문화의 찬란한 유산이 있긴 하지만 대륙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고, 더욱이 역병처럼 퍼지는 온난화로 지구의 얼굴표정이 중년답지 않게 들쭉날쭉 변덕스러우니 어찌하랴.


소리 없이 찾아온 가을이다. 우리 집 뒤뜰에는 꽃밭도 있지만 제법 넓은 텃밭이 있다. 그래서 해마다 마늘도 심고, 여러 종류의 채소도 가꾼다. 토마토, 고추, 오이, 상추, 호박, 파, 부추, 쑥갓 등. 호박과 오이는 금년에는 무엇이 부족했는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시들어 버렸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한 낮의 더위에 잔뜩 갈증 나있는 텃밭에 매일 한 두 번씩 물을 준다. 밭은 금방 그 물을 들이마시고 생기를 되찾아 말려있던 채소 잎을 활짝 펴 내 마음을 안도하게 한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텅 빈 집에 나를 기다리는 것들은 텃밭의 채소들뿐인데 늦게 돌아오면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야단들인 것 같다.


금년에는 처음으로 신기하게도 빨간 고추가 몇 알 달렸다. 마늘은 지난 7월 말에 거두어 들이고 그 자리에 김장 배추와 무씨를 뿌렸더니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슬이 차고 서리가 내려야 깊은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늘이 높고, 국화가 피고, 바람이 스산하다. 텃밭의 토마토 줄기, 깻잎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말라가는 호박 넝쿨과 고추 잎이 시들시들한 것을 보니 곧 찬이슬과 서리 내릴 때가 멀지 않은가 보다.


이상하게도 봄에는 언제나 따스함과 미래의 아름다운 영상이 먼저 마음에 그려지지만, 가을은 지나온 과거를 생각나게 한다.


 시골 출신이라 성장하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주위 환경이 뇌리에 깊이 인상 지워졌다. 가을이라고 하면 추수라든가 결실에 관련된 그림이 마음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봄은 무지갯빛 희망으로 마음 부풀게 하고, 가을은 깊어갈수록 한 해의 아름다운 수확 중의 일부를 그냥 풍성함의 멋으로 남겨두려고 그러는지,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보게 한다.


산과 들이 가을에 잠겨있고, 하늘이 높푸르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거의 매일 운동 삼아 드나드는 골프장이 있다. 가는 길엔 농장의 연속이다. 밀밭은 이미 수확이 끝나고 빈 땅만 보이고, 콩, 옥수수는 수확을 기다리며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길의 양 옆으로 언덕과 둔치에는 억새와 갈대꽃이 물기를 소진한 채 흔들리고 있다. 풀숲에서는 노란 들국화가 고개를 들고 있다. 스산한 바람이 말라가는 풀잎을 눕히고 있다.


잔디 위를 밟고 걷는 골프는 참으로 기이한 운동이다. 힘들고 고달픈 생활에 적당한 활력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즐거움이 더해지거나 감해질 수도 있다. 그 하얀 작은 공이 연인으로 다가와 마음 설레고, 이 계절이 있기에 그리움도 있지 싶다. 


이 가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일까? 넓고 푸른 잔디밭에 인간 꽃들이 무리 지어 이곳 저곳에서 한창이다. 쪽빛 하늘을 이고는 하얀 미소로 우리를 유혹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무지개 색깔로 빛날 때 그곳이 아마도 내 소중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위로하는 시간이며,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주는 행복의 지상낙원이리라.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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