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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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과 채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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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겨울이 끝나고 봄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아니 봄은 성큼 우리 곁에 와버렸다. 봄이 되면 무엇보다 겨울 내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건강을 활력 있게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 밥상에는 집 뒤뜰에서 뜯어온 봄나물로 대표되는 참나물과 달래 무침으로 식욕을 북돋아 주었다. 금년 봄에 처음으로 먹어보는 봄나물이다. 봄철 밥상에 제격인 먹거리로 나물을 최고라고 하는데 겨우내 꽁꽁 언 땅을 뚫고 움트는 이 초록빛 생명은 봄의 향긋함과 생기를 가득 품고 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은은한 향을 퍼트릴 만큼 생명력을 지닌 봄나물, 춘곤증이 몰려오는 이 봄날 제일가는 건강식품이다. 참나물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데 다이어트 하는데도 효과적이며 한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몇 해 전 등산길에 깊은 산속에서 번식하는 참나물과 산마늘을 뽑아와 집 뒤뜰에 심었더니 금년에는 우리들이 뜯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제법 많이 올라와 있다. 참나물은 다른 풀보다 번식이 좋아 넓게 뻗어 나가기 때문에 잔디밭에 들어오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한다.


  
그 외에도 돌나물과 쑥, 미나리, 부추와 달래가 뒤질세라 올라오고 있다. 우리들이 보통 나물이라고 하면 흔히 채소를 양념해 무친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원래 나물은 식용 가능한 풀이나 잎사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먹을 수 있는 모든 식물은 나물이다. 

 

 

우리는 무척 다양한 나물을 먹는다. 달래, 냉이, 돌나물, 참나물 취나물, 도라지, 고사리, 두릅, 미나리 등등 채소를 이토록 다채롭게 식용하는 민족은 전 세계적으로 찾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우리 민족이 많은 종류의 나물을 먹어온 것은 즐겼다기보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한반도 역사를 돌아보면 잦은 가뭄과 흉년, 외세 침략으로 제대로 농사짓지 못하는 해가 많았다. 우리는 불과 몇 10년 전까지 이른 봄의 새파란 보리밭에서 시작된 보릿고개라는 쓰라린 체험을 가지고 있다. 농사를 지어 풍년이 들어도 가을에 추수한 벼가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익지 않아 배를 곯는 보릿고개가 매년 봄마다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렇게 곡식이 부족한 때에 살아남으려면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 비하면 옛날 우리 선조들은 그 만큼 배고프고 고생하며 살아왔다. 나는 어릴 적 누님이 초봄부터 나오는 산나물을 뜯어온 것을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금년에는 봄 가뭄이 오래 지속되더니 여왕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 Victoria Day를 전후해서 며칠 동안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데이는 비공식적으로 긴 겨울의 끝을, 그리고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이 지나면 각종 모종을 옮겨 심어도 안심하게 된다. 다행히 비온 뒤라 준비해 둔 부엽토와 퇴비를 혼합해서 집 뒤 채전밭에 상추와 쑥갓 씨앗을 뿌려놓았다. 채전밭이라 해야 옛날 우리 집 논밭에 비하면 조금 과장해서 손바닥만한 땅을 말한다.
  


이제는 남은 밭에 모종을 옮길 차례였다. 지난 겨울 처음으로 오이, 호박, 파, 토마토 모종을 따뜻한 지하실에서 가꾸어 보았더니 제법 크게 자라 모종을 이식할 때가 되었다. 작은 채전밭에 고추 모종 심을 자리만 남겨두고 욕심은 많아서 이것저것으로 다 채웠다. 


  
그것도 밭이랑을 지어 모종을 정성들여 옮겨 심었다. 고추 모종은 오는 주일 성당에서 농사일을 전문으로 하는 미스터 강으로부터 사올 예정이다. 파는 모종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씨앗을 뿌린다고 하니 농사일에 무식이 탄로 난 셈이다.


  
어떤 사람은 시장에 가면 큰돈 들지 않아도 쉽게 여러 종류의 채소를 살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시간 소비하면서 힘들게 사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아침저녁으로 갓 따온 풋고추와 상추를 곁들인 밥상에서 느낄 만족감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채소를 가꾸어보면 먹는 맛보다는 기르는 재미가 있다. 그 재미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물론 김을 매야 하고, 물을 주어야 하고, 벌레가 들지 않도록 보살펴 주어야 하는 뒷손질이 따르지만,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으랴 생각하면 거들어 줄 만하다. 


  
금년에 우리 텃밭에 옮겨 심은 오이, 토마토, 고추, 깨, 호박이 모두 성공하여 대풍이 들면 주위 친구들이 모두 먹어도 남을 것이다. 내 집사람은 나를 짠돌이 영감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지만 나의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이 부지런한 농사꾼(?)을 마음씨 좋고 인심 좋은 영감이라고 말 할지도 모르겠다.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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