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www.budongsancanada.com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45 전체: 224,339 )
마캄성당, 그리고 억만장자
jonghokim

 

마캄성당, 그리고 억만장자

 

 

 1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올해는 예년에 비해 따뜻한 겨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마캄 대성전(Markham Cathedral)이 있는데 성당건물의 모양이 제법 화려하고 웅장하다. 오늘 같은 날은 성당 주위에 눈이 쌓여있어 오솔길에 발목이 빠지기도 하고 잎을 떨군 나무들은 맨몸 자체로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듯한 자세로 겨울을 나고 있다. 그리고 눈보라와 같은 매서운 꾸짖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14층 높이의 거대한 마캄성당은 3종악을 연주하는 종탑과 3개의 금으로 만든 돔으로 설계되었고, 1984년 교황 Pope John Paul II 에 의해 카톨릭 성당으로 축성되었다. 금 광산으로 거부가 된 Stephen Roman 씨가 이 성당을 세웠으며 그는 감히 어느 개인이 생각할 수 없는 값진 대성전을 남기고 1988년에 세상을 떠났다. 


 사회적으로 보아서는 우리 마을에도 이만한 뜻 깊은 재벌이 있었다는 것은 더없이 큰 영광이요, 자랑이 될 수 있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와는 옷깃이 아니라 바로 옆자리에 한번 서보거나 만나본 인연도 없지만, 같은 마을에 살았던 그 하나의 이유 때문에 어쩐지 마음이 흐뭇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그의 딸과 Slovak Byzantine Rite Catholics의 불화로 성당의 문을 닫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자꾸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그들 사이에 어떤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풍문을 듣고 탐욕이란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 어느 한쪽에서 양보해 버린다면 해결이 날 것을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주제넘은 소리도 되고 무례한 짓이 되기도 한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설립자 Roman씨가 마캄 마을을 사랑하고 대성전을 남긴 것을 보면 그런 쪽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성당문은 닫혔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은하게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어 주민들의 메마른 가슴 속에 단비 같은 평화로운 마음이 찾아 들곤 했다. 금으로 장식되었던 원래의 유리창들은 없어지고 폐쇄된 성당의 이마에 박힌 크고 둥근 시계는 눈을 맞으면서도 돌아가고 있었다. 문이 닫힌 성당은 자욱하게 눈에 덮여 두껍게 쌓인 눈 속에서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다. 


 그 동안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내린 눈들이 쌓이고 쌓여 동네 건물들의 지붕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다. 지금은 주위에 집들이 많이 들어섰지만 성당이 처음 문을 열고 가는 길에는 넓은 들판이어서 시골 같은 맛이 있었다. 북쪽으로 올라가는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하늘에서 펄펄 쏟아지는 눈꽃송이를 맞으며 걷는 객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면 뽀드득하고 눈이 우는 소리를 듣는 맛조차도 무수한 자동차의 소음으로 해서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인간 삶의 진실하고 소중한 가치들은 국경도 민족도 인종도 문화도 모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만 선과 악이 있을 뿐이다. 사랑, 평화, 용서, 나눔은 동서고금의 선이며, 전쟁, 기아, 미움, 탐욕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악이라는 것이 변함없는 진리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굳게 닫힌 성당문이 평화롭게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동체가 성장하려면 개인의 탐욕을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내가 물러나야 할 때가 있고 나서야 할 때가 있다. 함께 사는 생활에는 감정이 상할 때가 있고 화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감정싸움에 피해를 보거나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어떤 다툼이나 갈등도 그 원인이 한쪽에만 있는 경우는 없으니, 누구든 먼저 자기 잘못 만큼만 물러서면 즉시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오늘은 눈은 뜸해졌지만 바람은 더 세차게 불고있다. 마캄 마을이 낳은 위대한 인물 Mr. Roman의 이름이 헛되지 않고 믿음의 문이 열릴 수 있는 주민들의 절실한 기대감으로 이 글을 쓰고 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2015)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