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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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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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2014 갑오년 청말띠 해, 사람들이 모든 일에 긍정적 기대를 걸었던 그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마다 맞는 연례행사처럼 반복해서 치르는 일이지만 언제나 이때쯤이 되면 설레고 분주하여 마음이 예사롭지 못하다.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세월의 빠름에 흠칫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게 된다. 무사히 한 해를 보냈음에 아쉬움과 후회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시간이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기에 우리는 불평과 탄식보다는 다가오는 시간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세모란 한 해의 마침이자 새로움이 시작되는 분깃점이다. 세모의 길목에 서면 많은 회한도 떠오른다. 그렇다고 놀면서 여유롭게 지내온 것도 아닌데 계획했던 대로 되어진 것은 별로 없다. 인터넷 사회의 기계 주의적 습관에 빠져 아침에 눈뜨고 밤에 눈 붙이기까지 어찌나 바쁜 일정을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지, 깊은 밤에 아득히 빛나는 별들을 헤아리며 삶과 영원과 사랑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내 육체조차도 이미 컴퓨터나 기계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연한 생각에 빠져들 때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해가 저문다는 일이, 마치 시작했는가 하면 어느새 세모가 오고 세모인가 하더니 어느새 한 해의 모서리가 사라져 눈 덮인 곳에서 신록이 찾아온다. 세월, 화살처럼 날아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이제 고희를 넘어서니 허전함과 쓸쓸함 때문에 별일도 없이 허둥거리고 지척거리며 손에 일이 잡히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그냥 덤덤히 외면할 수만은 없다.


 지난주에 예년과 같이 반세기전 부풀었던 기대와 희망을 지니고 태평양의 망망대해를 건너온 젊은이들의 모임인 재캐나다독일동우회 연말파티가 있었다. 지금은 흰 머리를 한 고희의 나이지만 그땐 가난에서 벗어나고, 해방되고 싶어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20대의 젊은 청년들과 간호사들의 모임이다. 머나먼 이국땅 독일에서 흘린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조국 산업화의 성장 동력이 되어 오늘의 경제 강국을 이룩하게 한 밑거름이 된 것은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해마다 열리는 독일동우회 연말파티에서는 다른 계절에서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인생에 대해 사랑에 대해 심오한 철학자가 되어보기도 하는 순간들이다. 이국땅에서 젊은 광부와 간호사들이 중매쟁이도 없이 짝이 되는 우연치고는 너무도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렇게 맺어진 젊은이들의 결혼은 물 한 그릇 놓고 장난(?)같은 식을 올린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들은 하늘의 뜻대로 천생연분으로 캐나다로 옮겨와 모범가정을 이루어 오늘날까지 살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 조국의 해외인력 수출이 된 동우회원들은 오늘의 산업화된 조국의 건설에 중요한 원동력 역할을 했으며 이곳 캐나다 땅에서도 이민문호를 개척하는데 가장 선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라 자랑스럽다.


 고국을 떠날 때의 그 젊음은 가고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들이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마치 나무가 가을이 되면 붉게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이 되면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순리다. 우리들의 머리카락 백발도 그냥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근심과 고통과 슬픔과 혹은 기쁨과 환희의 그런 희로애락의 풍랑 속에서 그렇게 물들어간 개인의 역사인 것이다.


 올해도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정치사회는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남쪽에선 세월호 사건에서부터 국가안보 사회 전반에 안타깝고 비통한 일들이 많았으며, 북쪽에서는 국민 생존의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된 한 해였다. 북한은 인민들의 식량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남적화통일을 집착하고 핵무기 개발에 세월을 보내고 있다. 


 새해에는 어색했던 남북한의 정쟁에서 탈피하여 따스한 손잡음으로 서로의 인간애를 느끼며, 살아있다는 체온을 느껴보자. 순리를 쫓고 순리를 따른다는 일은 결코 비겁이나 도피가 아니다. 인간의 도리,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일이며 바로 정도를 걷는 일이다. 정도란 실패와 고난이 있어도 명분이 있고 후회가 없고 다시 후사를 기약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사람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때는 어김없이 제 궤도를 굴러가고 있다. 이제 몇 시간이면 이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온다. 제야의 밤이 오고 그리고 자정을 알리는 축포소리가 울릴 것이다. 바로 한 해가 끝나고 다시 한 해가 시작되는, 아니 한 시대가 끝나고 다시 한 시대가 문을 여는 장엄한 축포소리가 전 지구촌을 울릴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 2015년에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향한 남북한의 화해와 상호 협력하는 공존공영의 모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지나간 날들을 보내는 것이 송년의 의미가 아니다. 오늘과 내일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연말은 누구나 고향이 그립고 가족이 그리운 때이다. 고향을 먼 곳에 두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조용히 뜻있고 의미를 갖는 삶의 내용을 기리면서 연말을 맞도록 하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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