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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머리 깎기
jakim

 

집안에 틀어박힌 지 이제 한 달이 넘어간다. 지난달 17일부터 거의 집에만 박혀 있다시피 했다. 그러다 머리를 깎을 때가 됐는데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필수업종 외에는 영업을 못한다고 해서 그만 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3주가 지났으니 그야말로 머리가 산발이 된 거다. 젊을 때와 달리 흰머리도 많고 주름도 많으니 거울을 볼 때마다 모습이 영 추레하다.

 

나도 젊었을 때는 머리가 무척 길었다. 81년도에 딴 내 시민권 사진을 보면 얼굴의 면적보다 검은 머리의 면적이 훨씬 넓고 뒷머리는 윗도리 칼라를 덮었다. 칼리지 다닐 때도 머리가 길어서 담배를 물고 무언가 생각하던지 아니면 턱을 괴고 있다가 머리를 태운 적도 많았다.

 

점심을 먹다 집사람이 안됐는지 머리를 깎아주겠다고 한다. 사실 이발기구로 확 밀어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 사위의 이발기구를 빌려 화장실에 들어갔다. 쓰레기봉지에 구멍을 뚫어 뒤집어쓰고 의자에 앉았다.

 

이발기구가 오른쪽 머리부터 닿기 시작한지 잠시 후에, 팔이 너무 아프다고 머리 깎고 $20내는 것 비싼 것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평생 처음으로 그 각도로 팔을 들어봤을 거고 또한 혹시 머리 모양이 잘못될까 긴장이 되어 있으니 얼마나 힘들랴.

 

이발기구가 뒷머리를 돌아 왼쪽으로 왔을 때는 집사람 입에서 신음소리까지 흘러나온다. 내 머리가 너무 올라가 있는데다 장소가 좁으니 더욱 힘들겠지. 그래서 내가 손녀딸 발판에 앉고 집사람을 의자에 앉게 했더니 훨씬 편하단다. 그 와중에 머리 뒤에다 “Covid-19 써줄까” 물어본다. “쌍둥이를 낳고 이름을 Covid 와 Corona 로 지은 사람도 있는데 맘대로 하라”고 했다.

 

보통 미장원에 가면 우리 한인 미용사들은 10분이면 이발을 끝낸다. 머리 감고 시간이 지체된다 해도 15분 안이면 해결이 되는데, 30분 정도 지났는데도 아직 윗머리에 머물고 있다. 쪼그리고 앉아있는 나도 힘든데 남편의 드넓은 머리를 생전 처음으로 벌초하려고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윗머리는 그냥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버리라고 했다. 머리카락이 우수수 잘려나가니 금방 마무리가 되었다.

 

“어디 보자” 거울을 바라보니 오른쪽 헤어라인은 똑바로 수평인데, 왼쪽은 귀 뒤쪽으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번을 다듬었는데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도 지쳐서 “누가 동시에 내 양 옆을 보겠냐”고 충분히 훌륭하다며 샤워를 했다. 그러고 나온 나를 사위가 보더니 자기가 머리를 좀 다듬어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았다.

 

머리가 아주 짧은 부분과 길어지는 부분에 이발기구를 대고 열심히 깎아대더니 다됐다고 한다. 머리를 감고 Gel 을 발랐다. 그런대로 신수가 살아났다. 집사람이 약간 이상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괜찮은데.

 

그리고 집사람도 자기가 자기 머리를 다듬기 시작한다. 한참 후에 나온 모습을 보니 과연, 어찌도 조금만 손을 보면 남들이 돈 백불 지불한 것보다 훨씬 나으니… 중은 제 머리 못 깍지만 내 처는 자기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고 나왔다.

 

펜데믹이 시작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생활이 단조로워졌다. 느지막하니 일어나 밀크 한 잔이나 사위가 만들어주는 스무디로 아침을 대신하고 점심은 간단하게 저녁은 푸짐하게 먹는다.

 

점심은 주로 딸과 사위가 준비하고 저녁은 아내와 딸 그리고 사위가 번갈아 가며 준비를 한다. 나는 쓰레기처리와 설거지를 도맡는다. 저녁은 매일매일 새로운 메뉴로 와인을 곁들여 먹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맛있는 밥상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아직도 캐나다에서는 코로나가 잡히질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고, 의료진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으나 그들이 사용해야 할 마스크나 방호복, 장갑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1월에 중국이 그 난리가 났을 때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국가들은 설마 여기까지 오겠어 하는 안일함으로 대처를 하지 않아 이 사태에 이른 것이다.

 

그래도 확 퍼지기 전에 Lockdown 을 실시하여 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지는 것을 막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정부는 줄어든 수입 때문에 힘든 개인과 중소업체들에게 나름대로 발 빠른 대처를 해주고 있다. 시민들 또한 정부의 시책에 잘 따르고 있어 일등시민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좀도둑들이 설치고 있고, 사기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제발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음에는 내 단골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깎았으면 좋겠다. (2020.4.28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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