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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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도 고역
jakim

 

 들소의 등어리에 사자 한 마리가 올라 타있다. 등을 물어 뜯는 모양이다. 보통은 사자가 올라타고 등을 물어 뜯으면 들소가 견디질 못하고 쓰러진다. 그러면 부드러운 뱃살이나 목부터 시작해 식사를 하는데 이 사자는 한참을 올라탄 상태로 있다가 사자의 무게에 눌려서인지 들소가 넘어졌다. 그리고 사자가 들소의 등에서 분리가 되었다. 


둘이서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듯하더니 사자는 땅바닥에 누워서 헉헉거리고 있고 들소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훌훌 털고 그 자리를 떠났다. 늙은 사자가 시원찮은 이빨과 발톱으로 젊은 들소를 사냥하다가 그만 제풀에 지쳐서 사냥감을 놓치고 만 것이다. You Tube 에서 본 동영상이다.    


 접시 안에 밥 한 주걱과 LA갈비 두 조각이 들어있다. 김치, 상추와 쌈장이 접시 옆에 놓여있고, 집사람도 같은 접시를 앞에 놓고 있다. 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에 넣어보니 껄끄럽게 혓바닥에 닿는다. 밥을 입에 넣으면 별로 씹을 필요도 없이 살살 녹는 쌀밥이 아니고 거친 현미밥이다. 밥알이 입 사방 퍼져서 혓바닥으로 어금니 쪽으로 몰아 넣으면서 살살 씹어야 한다. 


 가위로 LA갈비 하나를 열 조각쯤 내어 그 중 하나를 입안에 집어 넣었다. 양념의 달콤한 맛이 느껴지긴 했는데 갈비를 씹는 이빨이 자신이 없다고 한다. 우적우적 깨물어서 가루를 만든 다음 삼켜야 하는데, 아래윗니가 꽉 닿을 때까지 깨무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닿기 전까지 살살 깨물고 마는 것이다. 혓바닥으로 살살 돌려가면서, 단 한 조각을 먹는데 보고 있는 TV 에서 가수가 거의 노래 한 곡을 끝내가고 있었다.


 사실 나는 고기를 무척 좋아했었다. 처음 이민 왔을 때 갈비 값이 무척 싸 매 주말이면 갈비를 재서 공원에 나가 구워먹곤 했다. 아 그때 그 갈비의 맛, 환상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울 때는 30대 초중반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LA갈비 20여대 정도는 순식간에 해치우곤 했다. 


특히 내가 남긴 뼈에는 고기 살점이 하나도 붙어 있질 않아, 아주 깨끗했다. 사실 뼈에 붙어있는 그 심줄 부분은 질기긴 해도 고기의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특히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그 부분을 씹어 볼까 하고 한 점 집어 넣었다가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다 도저히 삼키지를 못하고 뱉어내고 말았다. 


 약 10년 전 네 명이 골프를 치고 식당에 들렸다. 생갈비를 시키고 먹는데 나는 고기를 약간만 익으면 먹는다. 바짝 구우면 딱딱하기도 하고 맛도 떨어져 익을 만하면 입에 집어넣는다. 부드러운 고기의 즙이 입안에 가득 퍼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있는데 일행 중 H형이 소리를 지른다. 그만 먹으라고. 그는 고기를 바짝 익혀 먹는 타입이라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리는데 저걸 먹어야지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집어 먹었단다. 솔직히 나는 그 고기를 먹고 싶어 먹었다기 보다는 그냥 놔두면 타 버릴까 봐 일부러 먹었는데 그만 그의 사정을 살피지를 못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 정도로 잘 먹었었다.


 나는 겨우 갈비 한대를 끝내고 막 두 번째 갈비를 들었을 때 집사람이 밥과 갈비를 끝내고 젓가락을 놓는다. 이제 빨리 먹어야 된다는 부담감도 더해졌다. 갈비를 가위로 조각조각 낸 다음 상추에 올리고 입에 넣고 씹는데 그 심줄부분이 자꾸 이빨 사이에 얼쩡거리니 뱉어낸다. 벌써 몇 조각이 접시 한구석에 모여있다. 구제받은 건지 버림받은 건지. 


 밥 한끼를 먹는데 근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제 먹는 것이 낙이 아니라 고역이다. 특히 갈비나 홍어회, 게장 등 딱딱한 음식은 잘 손이 가지 않는다. 그저 부드러운 묵이나 계란찜 등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대환영이다.


 “아폴로! 그 후부터 사자는 풀을 뜯어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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