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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작
jakim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5시가 좀 넘었다. 안방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니 오! 눈이 엄청 내렸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눈을 한번 치웠는데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쌓인 눈은 차 위에 그리고 주차장에 상당히 많이 쌓여있다. 


어젯밤 눈을 치운 후 펑여사가 TV를 틀었는데, KBS TV 문학관 “마지막 겨울” 인가를 보고 있을 때 몸에서 신호가 왔다. 그때의 그 정윤희 정말 예뻐서 신경써 TV를 보려고 했는데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한 거다. 나는 몸이 피곤하거나 힘이 들면 발바닥이 아프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무조건 자야만 한다. 그래서 좀 일찍 방으로 들어갔다. 


좀 있으려니 펑여사가 아폴로와 방으로 들어온다. “어, 웬일로 일찍 들어오네?” 했더니 아폴로만 남겨두고 방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같이 거실에 있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면 아폴로가 집사람에게 짖어대면서 올라가 자자고 난리를 친다. 잠들은 손녀딸들을 깨울세라 조용히 하라고 아무리 야단쳐도 막무가내라 방으로 아폴로를 데려다 놓고 아래로 내려가 TV를 보는 게지. 


참 이상한 것은 우리 셋이 있다 펑여사가 안방에 들어가면 나를 놔두고 안방으로 펑여사를 따라 들어가는데, 내가 안방에 들어가면 나를 따라 들어오지 않고 펑여사에게 같이 들어가자고 난리를 친다. 아무래도 내가 순위에서 펑여사에게 밀리나 보다. 아폴로의 등을 두드리며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저렇게 눈이 내렸다.


사무실로 쓰고 있는 부엌으로 내려가 컴퓨터를 켜고 광고를 몇 개 바꾸고, 옷을 단단히 입고 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렸으면 아이들이 재작년에 사준 Snow Blower 로 잠깐이면 금방 치우는데, 무려 차가 네 대나 주차해 있으니 그런 좋은 기계가 무용지물이 된다. 


우선 빗자루를 꺼내 차 위에 쌓인 눈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삽을 꺼내 차 사이사이의 눈을 치우며 차 밑에 있는 눈도 긁어내서 밀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눈이 제법 쌓여있었지만 가벼워 치우기는 무척 쉬웠다. 


주차장에 있는 눈을 치운 후 낙엽을 치울 때 쓰는 Leaf Blower를 틀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소리가 엄청나게 컸다. 혹시 이웃들을 깨울까, 특히나 고이 자고 있을 사위를 깨울까 무척 신경이 쓰였는데, 이왕 시작한 것 그래도 할 수 없지 차 위에 쌓인 눈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창이 들어나면서 눈은 치워졌는데, 눈이 녹다가 얼어서 차창이 모두 얼음으로 덮여있다. 집사람 차와 내 차는 시동을 걸고 얼음을 녹였는데, 딸네 차 두 대는 내가 그들 차를 마음대로 시동을 걸곤 했다가는 혹시 불편해 할까 봐 창의 얼음을 얼마간 제거하기만 했다. 일하는 도중 사위가 깨서 내가 새벽에 나와 눈 치우고 하는걸 보게 되면 미안해할까 봐 무척 조심이 되는 거다.


딸네가 잠시 들어와 사니 적적했던 집안이 북적대고 무척 좋다. 손녀딸들이 커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에게도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니 꿈만 같다. Jamie 는 이제 제법 말도 잘하고, 학교에서 배운 노래도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Ryan은 이제 소리내면서 웃기도 하며 뭔가 물어보면 옹알이를 하기 시작한다. 차고도 꽉 차있고, 집안 구석구석에 많은 물건들로 꽉 차있으니 마치 안 쓰던 물건을 다시 쓸 때 느끼는 그런 흐뭇한 기분이다. 


가끔 딸이 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런지 “아빠, 우리가 있으니까 불편해? You want to get rid of us?”라고 했을 때 “나는 너희들과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만약에 너희들이 원하면 좀 더 큰집 사서 같이 살자” 했더니 씩 웃고 만다. 그들의 집이 다 완성되면 이사 나가겠지. 그때까지만 이라도 마음 편히 있다가 나가렴. 


눈을 다 치웠고, 차의 유리창도 많이 깨끗해졌고 내 기분도 좋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나에겐 따뜻한 가정이 있어 춥지 않다.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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