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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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문화
jakim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문에 희한한 기사가 올랐다. 연수인지 관광인지를 하던 한국의 말단정치인이 여행가이드의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한 것이다. 위에는 가격을 한 군의원의 사진이 실리고 그 바로 아래에는 얼굴에 피를 흘리는 가이드의 얼굴이 실루엣으로 실렸다. 빨간 피가 눈 사이에서 코 옆으로 입까지 상당히 많이 흐르는 사진이었다. 


 대부분의 여행가이드는 팁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무척 친절할 텐데,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의 안면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갑질이다. 내가 주는 팁으로 네가 먹고 사니 너는 나를 상전으로 모셔야 하고 나는 너를 하인 부리듯 할 수 있으며 또한 맘에 안 들면 때릴 수도 있다는 한국사회의 만연한 갑질문화다.


 한국 코미디 프로에 ‘갑과 을’ 이라는 것이 있다. 보면서 배꼽잡고 웃었다. 식당주인이 에어컨이 고장이나 수리기사를 부른다. 조금 늦게 오자 그 수리기사들을 몰아세우는 악질 고객으로 변한다. 호되게 당한 수리기사들이 일이 끝난 후 점심을 먹어야 하니 그 식당의 밥을 먹기로 한다. 을이 갑으로, 갑이 을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는 그 식당주인에게 갑질을 하며 자기들이 당한 것을 통쾌하게 보복하는 프로다.


 캐나다에서는 갑질을 하는 사람을 별로 볼 수가 없는데, 음식점에 가면 가끔 갑질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언젠가 쏜힐의 대형 한식당에서 가장 붐비는 저녁시간에 종업원이 가져온 된장찌개를 자기 테이블에 쏟아버리는 손님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가져온 된장찌개를 또 쏟아버리는 그 사람. 테이블 몇 개를 사이에 두고 있었고 또한 비스듬히 앉았기에 그 얼굴이 누군지는 모른다. 물론 무슨 사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종업원이 잘못했다고 해도 그 붐비는 시간에, 그런 엽기적인 일을…


 십여년전 한국서 온 S라는 사람과 골프를 치고 음식점에 갔다. 앉자마자 종업원들에게 반말로 이것저것 지시하며 조금 늦게 나오면 마구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참다못해 내가 뭐라고 했고, 다음날 전화로 그에게 서로 만나지 말자고 했고, 캐나다에서는 그 못된 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결국 와이프에게 이혼당하고 캐나다에 입국을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나도 갑질을 당한 경우가 있다. 부동산중개업을 처음 시작한 초기 시절, 이민 온지 얼마 안된 사람에게 한 사업체를 판 적이 있다. 딜이 다 끝났고 클로징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날 다른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전화가 왔다. 고객이 에이전트를 자기로 바꿨으니 모든 서류를 넘기라고. 내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것도 아니고 밥상을 통째로 자기 앞으로…. 


좋게 이야기를 끝냈고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연인즉, 한국에서는 부동산 중개인이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와서 굽신굽신 하는데 김재기는 그렇지 않아서 바꾸고 싶단다. 결국 그가 그 사업체를 샀고, 오랫동안 운영했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도 지금은 변했겠지.


 한국의 갑질문화는 신분의 세습제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본다. 옛날에는 신분의 구분이 뚜렷해서 천민이 평민이 될 수가 없었고, 평민이 양반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자기의 아랫사람이 자기와 동등하게 되거나 더 윗사람이 될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양반은 상놈에게, 평민에게 아무리 반말로 지껄이고 심지어는 때려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고, 당한 사람이 이를 악물고 출세해서 신분 상승이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므로 내가 아랫사람에게 아무리 악을 행해도 보복 당할 일은 현생에서는 없었다. 보복이 없을 것이니 마음대로 분탕질한 것이다. 그런 문화가 이조시대가 끝난 지 백여 년이 넘었어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던 것이 물질 만능주의 시대가 오면서 돈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갑질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갑질의 백미는 몇년전 통일의 꽃이라던 국회의원이 대리운전기사에게 행한 갑질이다. 국회의원 되더니 국민들을 발 아래 깡통으로 본거다. 제발 이 캐나다에서는 갑질하는 정치인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도 나와서는 절대로 안되고.


 나도 혹시 주위에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한 적은 없었는가 자성해본다. (2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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