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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삼분지계
jakim

2016-02-11

침상삼분지계

 지난주 집사람이 여행을 갔을때 아폴로와 둘이 자게됐다. 집사람이 없으니 혼자 편히 잘까 하고 아폴로를 아들 방에 보내려고 했더니 막무가내다. 거실에서 계단으로 올라오자 후닥닥 나보다 먼저 뛰어 올라와 안방 앞에 선다. 문을 열고 아폴로를 못 들어오게 오른쪽 발로 막았다. 양쪽 다리로 몰아 계단쪽으로 밀었더니 계단쪽을 피해 뒷걸음질친다. “야, 내려가” 하고 오른발로 유도를 했더니 뒤로 슬금슬금 빠지는 척 하다가 내가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재빠르게 나를 지나 안방 침대로 뛰어 오른다. 그리고 빙글 돌아 나를 빤히 쳐다보며 “여기가 내 방이예요”.

 손으로 끌어 내리는 척했더니 으르렁거리며 침대 위에서 난동을 피운다. 빙글 돌고는 훌쩍 뛰고, 또 한바퀴 돌고는 훌쩍 뛰기를 수차례, 벽에 붙어있던 침대가 밑에 바퀴가 달려있으니 방 가운데로 밀려 나왔다. “야 임마” 하고 꽥 소리를 지르자 눈치를 살살보며 침대에 주저앉는다. 꼬리를 침대에 탁탁탁탁 치면서, 하는 행동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더 세게 탁탁탁탁 그러다가 내 손을 막 핧는다. “아빠 사랑해요, 나랑 같이 자요.”

 집사람이 있으면 셋이 자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 큰머리를 다리위에 올려놓거나, 엉덩이로 밀거나, 때로는 자면서 다리를 막 떨어 힘들었는데 몇 개월을 같이 자면서 숙달이 되어 편히 잘 수 있다. 가끔은 잠꼬대를 하는지 웅얼거리기도 하고, 다만 아직도 젊은 부부가 강아지로 인하여 부부 생활을 못하는것이 아쉬울 뿐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를 키우기 전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은 후 힘있는 최고의 장수들을 얻었으나 그 장수들 만으로는 천하를 도모하기가 힘들다는것을 느끼게 된다. 그 장수들에게 전술을 알려줄 인재가 필요한거다. 그래서 제갈량의 존재를 듣게 되고, 그 제갈량에게 찾아가 자기와 같이 천하를 도모하자고 머리를 조아린다.

 제갈량이 유비의 청을 거절하자 유비가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조조와 손권 사이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고 고견을 청한다. 그때 제갈량이 솥이 다리가 세개여야 온전히 설수 있듯이 천하도 삼분이 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당시는 조조의 세력이 가장 쎘고, 손권은 강동에서 힘을 굳히고 있을때였다. 그 유명한 삼고초려와 천하삼분지계다. 그날 제갈량은 유비를 따라 나서고, 유비가 서서히 천하에 자기 세력을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된다.

 셋이 자게 되면 아폴로가 가운데에 자리하고 두사람에게 어딘가를 대야하니까 아래 위로 오르락 내리락은 해도 주로 가운데를 지키며 자니 그런대로 편안하게 잘 수가 있었다. 그런데 둘이 같이 자게 되니까 나에게 엉덩이를 턱 갖다 댄다. 그러면 내가 자다가 힘들어 약간 뒤로 몸을 빼게 되고, 한참을 자다가 뭔가 허전함을 느낀 아폴로가 다시 나에게 다가와 엉덩이를 대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새벽녘엔 침대 가상자리에서 떨어질 것같다.

이 나이에 낙상하면 큰일이라 화장실 갔다오면서 아폴로를 당기려고 손을 대면 누가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으르렁거리며 물려고 한다. 깜짝 놀라 화장실 불을 켜면 아빤줄 알고 미안해 어쩔줄을 모른다. 아폴로를 집사람 자던 곳으로 당겨놓고 또 잠을 청하지만 결국 한번은 더 같은 일을 겪어야 한다. 그렇게 잠을 자다보니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를 않고 몸이 뻑쩍찌근하다. 셋이 자야 편하지, 둘이 자니 정말 불편하다. 제갈량이 그때 한 이야기가 우리집 침대에서도 통하는 이야기구나.

 우리집은 골프여행 갈 때는 부부가 항상 같이 다녔는데 이번에는 친구들끼리 매달 조금씩 모아 계를 했단다. 그래서 여덟명이 팜스프링을 갔다왔는데 하필이면 캐나다 달러가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경비가 확 늘어났다. 요즈음 가게 매상도 시원치 않은데 미국으로 여행가는 건 부담이 되겠지. 그래도 재미있게 놀다 왔으니 다행이고, 같이 간 친구가 한국의 옛 친구가 선물한 멋진 도장을 전해줘 반갑게 받았다. 그 도장을 찍으면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는데, 올해는 좋은 일이 더 생길라나?

그나저나, 아폴로 너는 언제 여행가니? 아빠, 엄마 둘이 잠 좀 자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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