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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39년의 세월
jakim

2016-01-21

 

이민 39년의 세월



 이달 말이면 캐나다에 온지 39년이 된다. 77년 1월 28일 벤쿠버에 도착해 토론토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데 폭설로 토론토 공항이 폐쇠되는 바람에 벤쿠버에서 1박하고 다음날 토론토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마중나온 매형이 운전하는 밤색 머큐리 스테이션 왜건을 타고 400번 고속도로로 달려 오로라에 있던 벡커스에 들어갔더니 거기서 만삭인 채 가게를 보고 있던 작은 누나를 3년 만에 해우했다. 그때의 벡커스는 깨끗하고 환한데다 물건들이 꽉 차있어 당시에 한국에서 보던 마켓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며칠을 푹 쉬고 가게에 나가 일을 배워야 하는데 엄청 많은 담배, 껌, 쵸코렛 종류에 주눅이 들었다. 껌이나 쵸코렛이야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손님들이 직접 찾아들고 오니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담배는 손님이 달라는 것을 찾아줘야 한다. 몇번의 실강이 끝에 이름까지 갔어도 거기서 Small 이나 Large, King이나 Regular로 분류가 되니 담배수가 몇 되지 않던 한국에서 온 촌놈이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꿈에서도 손님이 원하는 담배를 못 찾아 쩔쩔매다 깬 적도 있었다.


 손님이 들어오면 그 사람이 그 사람같고, 누가 누군지 도저히 분간을 못했는데 언제 부터인가 서서히 그들의 얼굴이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차를 타면 항상 라디오를 틀었는데, 그것이 영어인지, 불어인지 인식을 못하다가 어느날 부터는 알아듣지는 못해도 영어방송인지 불어방송인지는 구별하게 되면서 서서히 캐나다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빈 병이 들어오면 회사별로 색깔별로 구별해야 하는데, 내 딴에는 열심히 했는데 매형이 지하실에 내려와서 상자를 보고는 ‘이런거 하나 제대로 못하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때 가게 뒤에서, ‘비행기 타고 캐나다까지 와서 빈 병이나 처리하러 왔나?’ 하고 내 모습이 처량해서 담배연기를 후~욱 뿜어대던 기억이 난다. 


며칠후 부터 살던곳 옆에 고등학교를 며칠 나가니, 나와 동생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온 여학생 세 명을 위해 영어반을 만들어 줬는데, 그때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백인 여학생의 얼굴이 너무 이뻤다. 하얀 피부에 호수같은 파란 눈, 오똑한 코, 두툼한 입술… 그런데 얼마간 다녔나? 교장선생님(?)이 날 부르더니 ‘너는 나이가 너무 많으니 칼리지를 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4월 초 어느날, 나를 세네카 칼리지 영어학교에 등록시켜주고 떠났다. 


 영어학교에 가니 한국사람도 몇 있었고, 중국사람과 많은 동구사람들도 나처럼 영어를 못하지만 자기들만의 언어로 점심시간에는 구내매점이 시끌벅적했다. 그때 그 영어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딸과 같이 나오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신문사 높은 자리에 있었다는 아저씨, 나만 보면 아들 생각 나시는지 반가워 하시던 홍콩 할머니, 그리고 나랑 친하게 지내던 홍콩 친구 앤디. 앤디가 안내해서 영과 던다스를 처음으로 접해보고 얼마나 신기했던지, 한참 때의 우리에게는 금발여인들이 태어났을 때의 모습으로 춤추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대만 아가씨, 또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러시아 친구 유리, 유리는 몇년 후 내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욕 대학교 영어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의사소통이 부자연스러운데, 그때 우리반 선생님이던 금발머리의 선생님 매리 앤의 친절하고 재미있던 영어수업 풍경이 지금도 떠오른다.


다른 반이었지만 그때 만난 친구가 장보고다. 39년동안 부대껴 살면서 같은 시기에 결혼하고 고만고만 아기를 낳고, 나는 그 때문에 시골로 이사를 가고, 그는 나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가끔 성질도 잘내고 변덕스러운 나와 오랜 기간동안을 친구로 살아온 것을 보면 그가 참을성이 꽤 있는것 같다.


 39년동안 오늘 나를 있게 해준 고마운 분을 뽑으라면 단연 작은 누나와 매형이다. 나를 공부시켜주고, 결혼시켜주고 이렇게 살기까지 나에게 초석을 쌓게 해주신 분들이라 평생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할거다. 그리고 이 행장과 세길 등의 여러 친구들과 형님들, 아우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같이 손잡고 이민 오신 어머니,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머니 열심히 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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