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keounglee
이혜경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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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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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앞에서


 
그리운 친구들이 온단다.
체감온도 영하 36도의 혹한경보에도 보고픈 마음 이기지 못해 
눈길 마다 않고 허위허위 미끌미끌~ 
레슬리에서 또 노스욕에서 
맑은 얼굴, 따스한 얼굴 하나 두울 픽업해서 함께 온단다. 
꼭꼭 닫아 두었던 벽난로 문을 열어 젖히고
포슬거리는 거미줄을 걷어낸다.
홈디포에서 급히 사온 불쏘시개 위에 장작을 올리고 불을 지핀다.
은은하게 퍼지는 연기향에 거실의 냉기는 금세 훈기로 바뀐다.
잘 마른 참나무가 타닥타닥 튀기며 신명나게 불길을 흔들어댄다. 

 

LCBO에서 월매 막걸리 구했다며 흥분한 친구를 위해 촛불을 켠다. 
가래떡 어슷어슷 썰어 넣은 떡볶이 뒤적일 때,
홍합탕 냄비는 구름같은 거품을 부글거리며 뽀얗게 김을 뿜는다.

 

눈쌓인 앞마당에 차 세우는 소리 들리자마자
다다다닥 발걸음, 
그리고 수선수선 도란도란 부시럭부시럭거리며
발그레한 얼굴들이 들어선다. 

 


안보이는 얼굴은?
안부 묻고 걱정한다.
세월과 함께 흐르는 것을 멈춘 친구를 그리워하고,
이 시간 쉬어야만 하는 몸져 누운 친구를 안타까워 한다.
좀 더 자주 만나야 하는데 ...

 

참나무가 춤을 추며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우리는 수다로 밤을 지샌다.

 


문 밖에서 회오리바람 소리가 길게 들려온다.

 

-겨울 밤에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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